'표준연 독도 절대중력값 측정 탐사팀' 인터뷰
우리기술로 측정 성공…국가 경쟁력 제고 기대

"절대중력값이 빠진 상대중력값은 정확도에서 한계가 있다. 2008년 절대중력값을 우리 기술로 측정하는 데 성공한 이후 지난해 5월 마침내 울릉도와 독도의 절대중력값을 도출해냈다. 앞으로 울릉도와 독도에서의 절대중력값을 활용한다면 해양환경 관측에서부터 해양자원탐사, 해양환경보존 등 해양영토 전반에 대한 통합관리가 수월해질 전망이며 방위사업과 항공 산업, 유전 및 지하광물 탐사에도 절대중력값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김명수) 기반표준본부 질량힘센터 최인묵 박사는 절대중력값 측정의 성공이 가져올 미래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독도에서의 절대중력값을 도출하기까지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겪어야 했던 어려운 과정을 떠올리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우선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절대중력값'에 대해 탐사대장 김용규 박사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지표의 형태나 사물을 상세하게 그린 지도를 '지형도'라고 한다면 지구에 나타나는 중력값을 표시한 지도를 '중력지도'라 한다. 지구의 중력은 일반적으로 극지방으로 갈수록 커지고 적도로 갈수록 작아진다. 즉 위도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중력은 '지구의 만유인력(질량을 가진 물질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자전에 의한 원심력의 합'이다. 같은 위도라도 지구 내부의 물질에 따라 중력이 달라지는 것은 중력이 만유인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다.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중력값이 바뀔 수 있는 것도 비슷한 논리다. 이론적으로 절대중력값이란 진공 중에서 자유낙하 하는 물체의 단위 시간당 증가하는 속도의 양을 말한다. 절대중력값은 정확한 중력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독도에서 실험 성공하기까지 험난했던 여정과 도전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포항해양항만청의 도움이 컸다. 독도에 들어가기까지 복잡한 절차와 과정에 많은 편의와 협조를 제공해 주었다. 독도는 우리 영토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섬인 만큼 행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당국의 협조는 실험의 성공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김민석 박사는 포항해양항만청에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독도의 절대중력값 측정을 위해 연구팀이 맨 처음 떠난 여정은 높은 파고로 인한 심한 멀미와 체력 저하 탓에 결국 중도 회항으로 끝나고 말았다. 또 절대중력계는 끊임없이 전기가 공급돼야 하는 매우 예민한 기계라서 특별히 운송하지 않으면 안됐다.

두 번째 여정에서는 아예 연구팀들과 별도로 독도에 후송했다. 이렇게 해서 2번째 시도 만에 마침내 실험 장비를 성공리에 구축할 수 있었고 정확한 결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독도의 등대에서 측정한 절대중력값은 9.80032966m/s2. 이 값이 나오기까지에는 표준연, 국토지리정보원(원장 임성안), 한국해양연구원(원장 강정극)의 연구원들이 독도에서 1박2일간 머물며 무려 6488 회의 실험을 24시간 내내 계속했던 노력의 흔적이 담겨 있다.

당시 표준연 연구원들은 절대중력값 측정을 담당하고, 국토지리정보원 연구원들은 상대중력값을, 해양연 연구원들은 탐사 선박의 행정절차 등을 각각 추진했다. 이호영 연구원은 "절대중력값은 절대중력계 내부 진공상태에서 코너큐브를 자유낙하시켜 얻은 시간과 길이의 정확한 수치를 토대로 나온다.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해 코너큐브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과 큐브와의 거리를 연속 측정한다. 그러나 중력값은 지구의 자전, 조석 효과 등에 의해 같은 위치라도 하루에도 수차례 바뀌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측정을 해야만 했다"면서 실험 과정에서의 경과를 자세히 소개했다.

◆ 독도가 우리영토임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또 하나의 쾌거

독도의 절대중력값은 국제표준기구에 등록됐다. 원래 국제표준기구의 중력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결과값을 등재하려면 다수의 측정 결과값을 놓고 국제 사회가 비교 분석해 그 신뢰성을 인정받아야만 가능하다. 참고로 절대중력값을 측정할 수 있는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도 2008년에야 세계에서 15번째로 자력 측정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했다. 그 이전에는 중국과 일본의 기술력을 의존해왔다. 현재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 우리의 기술 인력을 파견해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중력측정을 대행해줄 정도다.

무엇보다도 독도의 절대중력값을 자력으로 측정해 국제절대중력 데이터베이스에 등재하는 것은 독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재확인하는 의의를 갖는다. 즉, 독도는 우리 영해에 속한 엄연한 우리의 땅이므로 절대중력값을 측정할 자격이 있는 것이며 그 값을 국제기구에 공식 등록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 자원탐사·국방·항공산업·등 절대중력값 활용 '무궁무진'
 

▲탐사팀에서 실무책임을 맡았던 표준연
기반표준본부 질량힘센터 최인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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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박사는 "절대중력값의 이용가치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기본적으로 정밀한 측정과학 연구에서부터 지구 내부 마그마 운동과 지각 변동 등에 의한 지진 예측에까지 활용된다. 같은 위도의 강릉과 독도는 이론상으로는 같은 중력값이 나와야하는데 실제로는 독도가 더 큰 중력값을 보인다. 이것은 독도 주변 심해에 밀도와 비중이 큰 물질이 매장돼 있다는 증거"라면서 절대중력값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을 역설했다.

이처럼 중력값 변화 지도를 통하면 지하광물탐사나 유전탐사 등 육안으로 파악할 수 없는 지하 및 해양 내부 물질을 예상할 수 있다.

중력값은 항공 산업에도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미사일을 목표물에 유도하는 방식에는 항공GPS가 주로 이용되지만 이 기능 말고도 중력값과 지구자기의 변화 등을 이용하여 보다 정확하고 안전하게 미사일을 유도하는 데 혁혁한 공을 한다. 쉽게 말해 목표지점까지의 중력값을 알고 있으면 그 중력값을 따라가도록 미사일의 경로를 설정하여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도록 한다.

◆ "측정범위 넓혀 전국적 중력기점 확보… '와트발란스' 연구 몰두할 것"

지난해에는 표준연과 국토지리정보원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대전, 창원, 제주, 강릉 등 대한민국 절대중력기점 확립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실험을 했다. 표준연 연구팀은 절대중력표준을 바탕으로 대전, 울진, 포항, 거제도 등에서 절대중력기점을 확립했고 국토지리정보원은 강릉, 대구, 광주에 절대중력점을 설치했다.

앞으로 서울 경기 지역을 비롯해 강원 지역까지 측정 범위를 넓혀 전국적인 중력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이번에 확립한 중력 측정표준을, 상대중력계 교정을 필요로 하는 대학과 연구기관 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최인묵 박사는 "질량의 단위인 kg의 원기는 프랑스 국제도량형국(BIPM)에 보관되어 있는 인공물로 유일하게 하나 밖에 없다. 앞으로 표준연에서 추진중인 와트발란스 연구에 필수적인 중력가속도 측정 및 평가를 수행하여 질량도 시간이나 길이의 측정 방식과 유사하게 새로운 정의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하겠다"면서 "kg 신정의 연구에도 중력값은 매우 크리티컬한 요소로서 가치를 갖는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표준연에서 연구 중인 여러 가지 물리자료들은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실제 몸으로 느끼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이들 물리값의 통일된 기준 체계가 없다면 세상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그 중요성과 가치를 강조했다.
 

▲최인묵 박사가 절대중력계로 중력가속도를 측정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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