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誌 발표·제올라이트 학계 20여년 숙원 과제 해결 '한목소리'

유룡 KAIST(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벌집 모양의 메조나노기공과 보다 미세한 크기의 마이크로나노기공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육방정계 구조규칙적 위계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 신물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오세정)이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자를 집중 육성하고자 2006년부터 추진해 온 '리더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해 일궈낸 성과다.

유 교수팀은 2009년 나노판상형태의 초박막 제올라이트 물질을 합성해 세계적 권위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했다. 이어서 벌집모양의 메조나노기공을 갖는 제올라이트 물질을 개발해 올해 '사이언스'誌 7월호(7월 15일자)에 논문을 게재, 제올라이트 연구의 우수성과 학술적 중요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논문명 'Directing Zeolite Structures into Hierarchically Nanoporous Architectures')

제올라이트는 가솔린 생산을 비롯하여 석유화학산업 전반에 걸쳐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촉매물질이다. 기존 제올라이트 결정 내부에는 무수한 미세구멍(나노세공)들이 규칙적으로 뚫려 있지만 그 직경이 매우 작아 반응 대상 분자의 확산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촉매 활성이 낮은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미세한 마이크로나노기공과 그 보다 큰 직경의 메조나노기공이 동시에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제올라이트 물질을 개발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작은 도로만 있어 교통체증이 심한 대도시에 큰 도로와 작은 도로를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도시계획을 시행함으로써 원활한 교통 흐름을 만들어 내는 원리와 같다.

크고 작은 나노세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제올라이트 내부에서 분자의 흐름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번에 개발한 제올라이트 물질은 연구팀이 특수 설계한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여 합성할 수 있었다.

이 계면활성제는 머리 부분에 제올라이트 마이크로 기공 유도체를 포함해 제올라이트 골격의 형성을 유도하고, 소수성 꼬리 부분은 제올라이트의 마이크로 기공보다 더 큰 메조 기공을 벌집 구조 모양으로 배열할 수 있도록 했다.

유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2009년에 개발한 2 nm 극미세 두께의 나노판상형 제올라이트가 2차원적인 형태로 이루어진 물질이었다면, 이번에 합성에 성공한 '육방정계 구조규칙적 위계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는 3차원적 구조 규칙성을 띤 나노구조물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벌집 구조를 갖고 있다.

산업적으로는 중요하지만 커다란 분자 크기 때문에 사용하기 쉽지 않았던 기존의 제올라이트 대신 새로 개발된 제올라이트가 물질의 촉매로서 각광받을 전망이다.

유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제올라이트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기공구조를 갖고 강한 산성을 띠고 있어 기존의 제올라이트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한 물질이다. 따라서 앞으로 산업적으로 중요한 많은 고부가가치 고성능 촉매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구단이 개발한 합성 방법이 여러 종류의 제올라이트에도 적용 가능성을 보이면서 앞으로 200여 가지가 넘는 기존의 제올라이트들의 단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방정계 구조규칙적 위계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의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 ⓒ2011 HelloDD.com

▲'육방정계 구조규칙적 위계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의 투과 전자현미경 사진. ⓒ2011 HelloDD.com

▲'육방정계 구조규칙적 위계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의 합성을 위해 유 교수팀이 합성한
계면활성제의 분자 구조.
ⓒ2011 HelloDD.com
◆용어설명

▲제올라이트 (zeolite) 지구상에 풍부한 실리카(모래의 주성분)와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결정성 광물. 결정 내부에 작은 분자들이 드나들 수 있는 무수한 나노 세공들이 규칙적으로 뚫려있는 물질이다. 이 나노세공 표면에는 무수히 많은 촉매 활성 점들이 존재하고, 반응 대상 분자가 드나들 때 촉매 작용을 일으킨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제올라이트는 세계적으로 가솔린 생산 및 각종 석유화학산업 전반에 걸쳐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촉매물질이며, 실제로 화학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고체 촉매 물질 중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메조 기공(micro·mesopore) 국제 순수 및 응용화학연맹(IUPAC : International Union of Pure and Applied Chemistry)에 따르면, 마이크로 기공은 직경이 2 nm 이하, 메조 기공은 직경이 2~50 nm 사이의 크기로 정의돼 있다. 유룡 교수팀이 개발한 '구조규칙적' 육방정계 제올라이트의 경우, 2~50 nm 사이의 균일한 크기의 메조기공이 규칙적인 육방정계 구조로 배열돼 있고, 메조기공들 사이의 기공 벽들 내부에는 1 nm 보다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 기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결정성 제올라이트 골격으로 구성돼 있다.

▲육방정계 구조규칙적 위계나노다공성 제올라이트(hexagonally ordered hierarchically nanoporous zeolite) 기존의 일반 제올라이트는 매우 큰 결정 속에 1 nm 이하의 직경을 갖는 마이크로기공만 무수히 존재하는 물질. 제올라이트를 촉매로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반응 물질의 제올라이트 내부로의 확산이 매우 저해되는 단점이 있다.

▲계면활성제 (surfactant)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머리와,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꼬리를 갖는 유기 분자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누나 세제 속에 다량 포함되어 있다. 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해 이번 연구 결과에 이용한 계면활성제는 친수성 머리에 제올라이트 마이크로 기공 유도체를 포함하고 있다. 이 계면활성제는 제올라이트 합성 과정 중에, 친수성 머리는 결정성 마이크로 다공성 제올라이트 골격을 유도하고, 소수성 꼬리는 자가 조립돼 균일한 크기의 메조기공을 유도함은 물론 이 메조기공들이 육방정계 구조로 배열될 수 있게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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