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구 '원자력 실크로드' ·이병령 '무궁화꽃을 꺾는 사람들' 출판기념회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개발에 얽힌 이야기와 원자력정책을 둘러싼 관료들의 잘못을 통렬히 비판하는 책이 동시에 발간돼 출판기념회를 같이 했다. "86년 체르노빌 사건으로 세계가 원자력 기술개발에 주춤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 원자력 과학기술자들은 원전설계 기술 등을 배우기 위해 미국 코네티컷주 Windsor로 떠났다.

이병령 박사를 책임자로 한 44명은 3개월간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임무를 완수하고 귀국해 영광 원전 3, 4호기를 설계·완성해냈다. 이 책은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김병구 박사는 2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의 영문판 저서 '원자력 실크로드-원전기술의 국산화'(Nuclear SilkRoad-The Koreanization of Nuclear)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UAE(아랍에미리트)에 원전 수출을 하면서 세계는 대한민국의 원자력에 대해 감탄과 함께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우리 원전 기술력을 제대로 알리고 앞으로 더 많은 수출을 달성하기 위해 펜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원전개발 주제의 '무궁화꽃을 꺾는 사람들'을 쓴 이병령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원자력을 둘러싼 음모와 허위에 대해 외면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이 박사는 "과거 북한의 경수로 사업(KEDO) 문제 때문에 워싱턴 D.C.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단지 자문역으로 참여하려 했는데 막상 가보니 한국의 공무원들이라는 사람들이 '한국형은 불안하다'면서 '러시아형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고 전하면서 "러시아형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상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이후 나의 투쟁과 고난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이 책은 단순히 원자력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과거 한국전력과 오늘날 한국수력원자력의 비상식적이고 비양심적인 잘못을 국민께 알려 올바르게 바로잡고자 집필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2005년 중국이 한국형 원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4기를 주문할 당시 한수원측은 중국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미국 원자력업체)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핑계를 내세우는 바람에 결국 한국형 원전 수출이 좌절됐다"면서 "중국의 에너지 판도를 우리가 좌우할 수 있는 호기였음에도 외부 세력도 아닌 내부 공무원에 의해 수출이 저지된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일들이 비단 원자력 분야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정책을 빙자한 이러한 국가 훼손을 막는 효시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두 박사의 출판기념회에는 장인순 대덕원자력포럼 회장, 이태섭 전 과기처 장관, 정연호 원장, 한필순·김성년 전 원자력연구소장, 강박광 전 화학연구소장 등 과거 한국 과학계를 이끌었던 주역들과 내외빈 90여 명이 참석했다.

장인순 회장은 "출판이 매우 힘든 과정이었을텐데 이렇게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며 "김병구 박사의 책에는 원자력 기술에 대한 많은 노하우가 담겨 개도국 교본으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병령 박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많은 애환과 노력이 기록으로 남겨진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섭 전 장관은 과거 원자력연구소의 한필순 소장의 해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정치와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원자력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UAE에 원전을 수출했다는 데 있다"며 "더 나아가 미국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정연호 원장은 "현재 연구원의 수행과제가 기술개발과 사업장벽 등 많은 난관에 부딪히지만 그럴 때마다 선배들이 겪었던 험난했던 과거를 책으로 떠올릴 수 있는 훌륭한 교본이 나와 영광"이라고 말했다.

한필순 전 소장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건대 절대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며 "김병구 박사의 책이 앞으로 우리 원전 수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년 전 소장은 "어떤 일에 기여한 자가 있다면 그것을 또 기록으로 남기는 자가 있는데 이것은 또 다른 큰 의미 있는 일"이라며 두 저자에게 감사와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강박광 전 소장은 "당시의 생생했던 일화를 매우 훌륭한 영문으로 기록하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환영받을 것"이라며 "원전 자립과 수출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는 데 다른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구 박사의 저서를 한글판으로 엮고 있는 김의철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일본의 지진 사고로 대한민국이 원자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 책의 출간으로 원자력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씻어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실질적으로 원전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 일본, 프랑스, 대한민국뿐이라며 우리가 앞선 기술로 수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원자력의 안정성을 적극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회에 참석한 유성구 주민 K씨는 "애국자들을 만난 느낌"이라면서 "원자력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우리 원전의 자립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알게 됐고 그것을 극복한 과학자들의 노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인순 회장, 이태섭 전 장관, 정연호 원장, 한필순 전 소장, 이병령 박사, 김병구 박사, 강박광 전 소장, 김성년 전 소장. ⓒ2011 HelloDD.com

▲김병구 박사의 원자력 실크로드. 그는 "과거 2000년 전 실크로드처럼  현재의 원자력 교류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1 HelloDD.com

▲행사 배너와 두 저서. ⓒ2011 HelloDD.com

▲1986년 12월 10일 파견단이 미국 windsor로 가기 전 원자력연구소에서 찍은 출정식 사진(왼쪽)과 임무를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와 세운 원자로 계통 및 핵연료 설계 기술 자립비.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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