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이착륙과 고속비행 가능한 '틸트로터' 무인기, 세계 2번째 성공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 최근 비행속도 시속 400km 돌파, 500km 대 눈 앞에

"트랜스포머라는 말보다는 '헬뱅기'가 더 좋네요. 헬뱅기를 완성시키는 데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헬리콥터와 비행기의 중간을 맞추는 게 좀처럼 쉽지가 않거든요. 초기 개발 때에는 날다가 떨어져 버리는 게 다반사였어요. 그래도 이렇게 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서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이제는 정말 중요한 실용화 단계가 남았죠. 이제부터 또 시작입니다." 헬기처럼 이륙한 뒤 프로펠러의 방향을 수평방향으로 틀어 비행기처럼 날아가는 국산 스마트 무인기가 30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스마트 무인기가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서 지난 10년간 전남 고흥 항공센터에서 스마트무인기의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던 구삼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 책임연구원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구 박사는 "이번 기술 개발 성공은 자가용 비행기가 실현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실용화되면 내 집 앞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원하는 곳 어디나 가볍게 착륙할 수 있다"며 "더 이상 도로 위 교통체증에 시달릴 필요가 없고, 이동 시간도 크게 단축될 것이다. 신 시장 창출에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식경제부(장관 홍석우)와 항우연은 이날 전남 고흥항공센터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스마트무인기'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비행 시연 동영상을 상영했다.

이번에 기술 개발이 완료된 스마트 무인기는 헬기와 비행기의 '하이브리드'라고 볼 수 있다. 길이 5m, 폭 7m의 비행기 몸체 양쪽 날개에 양 끝에는 '로터'라고 불리는 프로펠러가 달려있는데, 이 프로펠러의 위치로 헬기와 비행기 사이의 정체성을 규정짓는다.

이·착륙 할 때는 헬리콥터처럼 프로펠러를 수직 방향으로 세우고, 비행할 때에는 프로펠러를 수평방향으로 눕혀 운용한다. 이미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소개된 바 있으며, 체공시간은 5시간이다. '틸트로터' 비행기로 불리는 이 스마트무인기는 활주로 없이 이·착륙할 수 있어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헬기의 장점에 비행기의 빠른 속도를 결합한 셈이다.

이같은 개발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번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번째로 틸트로터 항공기 개발 기술을 보유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게다가 유인기가 아닌 틸트로터형 무인기로서는 세계 유일하다.

▲안전줄에 의지해 시험비행하는 모습. ⓒ2011 HelloDD.com

▲스마트무인기 비행관제장비. ⓒ2011 HelloDD.com

스마트 무인기는 산악지형이 많아 활주로 확보가 곤란한 국내 환경에 적합해 향후 국민 실생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군, 해병대 등 군용 뿐 아니라 해안 및 도서 정찰, 산불 발생 감시 및 진압 통제, 교통 감시, 황사․해일․태풍 등 기상 및 환경 관측 등 민수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에는 활주로 없이 집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자가용 항공기의 플랫폼으로도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우연은 2002년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 LIG넥스원,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영풍전자, EATI 등 국내외 20여개 업체들과 국가적 장기 프로젝트로 스마트 무인기 개발 사업을 추진해 9년여 만에 제작을 완료하고 비행시험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수십여 개의 대․중소기업, 대학 및 연구소가 개발에 함께 참여해 로터 및 드라이브 시스템을 공동개발하고 자동비행제어시스템 등 대부분의 품목을 국산화(엔진, 작동기 등 일부 품목 제외) 하는데 성공했다.

김재무 항우연 스마트 무인기사업단장은 "향후 지속적인 비행시험을 통해 기능을 검증하고 틸트로터 항공기 실용화를 위한 후속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충돌감지 및 회피 기술 검증, 최고 속도, 체공 시간 등 관련한 비행성능 검증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틸트로터 항공기 실용화 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과 공동으로 TR-6X급(60% 내외 크기) 무인기를 개발하고 국제 협력 가능성도 모색할 계획"이라며 "스마트 무인기 개발을 통해 획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틸트로터 유인항공기 개발까지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맨 오른 쪽에 있는 모형이 40% 축소형 모델. ⓒ2011 HelloDD.com
[인터뷰]구삼옥 스마트무인기기술개발사업단 책임연구원

▲구삼옥 박사. ⓒ2011 HelloDD.com


"40% 크기로 축소한 비행체를 가지고 시험 비행을 많이 해봤었죠. 3번 정도 떨어졌던 것 같아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그 실패가 밑바탕이 돼서 이렇게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아요. 실패가 없었다면 부담되지 않았겠어요?" 구삼옥 박사는 인터뷰 내내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하긴 구 박사에게 스마트 무인기는 자식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2002년 사업 출범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기술 개발에만 몰두해왔던 그는 중요한 고비 때마다 연구팀의 버팀목이 돼 왔던 연구 책임자였다. 구 박사는 "스마트 무인기를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변신 과정이었다. 비행제어기술이 들어가야 하는데, 서로 다른 두 가지 방법이 들어가다 보니 그 중간 접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핵심 제어기술은 프로펠러를 지면에 90도로 세워 수직이륙한 뒤 공중에서 전진 방향으로 수평으로 눕히는 것이다. 구 박사는 "비행기는 안정적으로 비행을 해야 한다. 그런데 변신하는 과정에서 뚝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해결을 하느냐가 문제였다. 제어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골치아팠다"며 "작은 비행기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 볼 수 밖에 없었다. 큰 비행기에서 실수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틸트로터형 무인기는 항우연이 개발한 스마트무인기가 유일하다.

구 박사는 "미국에서 스마트 유인기를 개발하다 30여 명이 죽었다. 교훈을 얻었다. 처음부터 큰 비행기로 시험해 볼 것이 아니라 작은 비행기로 시험을 해봐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미국은 개발 과정에서 엎었다. 결국 우리가 선두로 올라서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해외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90억달러 규모를 기록했던 세계 무인기 시장이 2020년 19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 박사는 "오늘 기술 개발 성공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실용화가 돼야 그때부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며 "수출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전략을 잘 짜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 운용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많은 관문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술 개발을 이끌어 온 팀원들에게도 격려를 잊지 않았다. "우리팀은 드림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 인재들이 모여 개발해냈습니다. 돈을 보고 한 것이 아니라 명예를 걸고 지금까지 함께 왔습니다. 팀원들을 믿습니다.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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