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장착으로 올해말 상용화
진성일 대표 "내비게이션 패러다임 바꿀 기술"

'내비게이션'. 길 안내는 물론 주변 정보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자동차 운전자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다. 사용자들이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건 길찾기, 주변정보, 그래픽 등 다양한 데이터들을 혼합해 프로그램화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많은 길찾기도 용량을 작게 압축하는 방법으로 연산의 속도를 높여 유저들이 간편하고 빠르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정보를 압축해 프로그램화 하다보니 새로운 길이 나거나 내용 업그레이드 시 부분 끼워넣기가 안되는 단점이 있다. 즉 정보 하나를 업데이트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연결해 통째로 수 GB에 해당하는 대용량 전체 맵(map) 데이터를 업데이트 해야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기술을 개발한 대덕벤처가 있다.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 '리얼타임테크(대표 진성일)다. 리얼타임테크는 지난해 12월 월드베스트 소프트웨어(WBS) 3차 과제 공모에 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최종 선정됐다. 앞으로 2년간 국비 30억원과 자체대응자금 20억원 등을 투자해 개발한 SW를 최적화하고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장착, 상용화 할 예정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기술은 파일로 저장돼 있던 네비게이션 맵 정보를 데이터화 한 것이다. 묶여있던 정보를 분리함으로써 실시간으로 부분 맵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했다. 진성일 대표는 "내비게이션 부분 업데이트는 용량 등의 문제로 그 동안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가)5년간 연구해 기술개발이 완료됐고 협력 대기업에서 이를 상용화 하기로 하면서 속도가 붙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교수 창업으로 시작, SW 개발 한 우물

리얼타임테크가 개발한 기술은 모바일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Da-taBase Management System)이다. 정보가 비약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부분 맵 업데이트 기술과 솔루션의 필요성은 진작부터 대두됐다. 정부에서도 이를 차세대 기술로 인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정보들이 혼합돼 있어 기술 개발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산속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데이터들을 파일로 묶어 놓아 이를 풀어내고 분리시키면서도 솔루션은 기존 것과 비슷하게 하는 기술이 관건이었다. 유저의 요구에 부합하면서도 기술적으로는 업그레이드 해야하는 것. 일본에서도 이런 필요성에 따라 기술 개발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진성일 대표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교육과학기술부 과제에도 참여하곤 했다.

그러나 대부분 과제로 끝나면서 상용화되지 못하는 기술들을 보며 직접 상용화를 해보자는 도전의식으로 2000년 지금의 회사를 세웠다. 그리고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이 회사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 소프트웨어공학센터로부터 지원 받은 현장기술 적용사업을 시작으로 기술의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3년전 대전테크노파크 상용화 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진성일 대표가 소프트웨어 기업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2012 HelloDD.com

◆기존 거래 대기업에 협력의뢰, 6개월 검토 끝에 'OK'

"대전TP 상용화 사업에 선정이 됐는데 적용대상 기업이 있어야 했어요. 대기업이라야 가능한데…. 묘안이 하나 떠올랐어요. 기존에 거래하던 대기업에 기술을 설명하고 사업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진 대표는 기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던 자동차 관련 대기업 관계자에게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을 제안했다. 설명을 들은 대기업에서는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상용화까지 가야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상용화는 기업으로서는 일대 모험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기업의 존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 관계자들이 6개월간 기술을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OK' 한번 해보자였고요. 그들이 생산하는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조건이었고요."

진 대표를 비롯해 리얼타임테크 직원들의 몸이 바빠졌다.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위해 오랜기간의 검증작업이 필요했기에 속도를 높여야했다. 야근도 잦아졌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정부과제에 선정됐다. WBS 선정으로 리얼타임테크는 2년간 30억원을 받게된다. 검증 작업이 끝나면 국내기업이 생산하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탑재된다. 진 대표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검증작업을 해온지 2년이 다 돼간다"면서 "올해 연말이면 시장에서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는 최적화 작업만도 수십번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기술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최소한 5년정도 걸린다"고 부연했다.

◆내비게이션의 패러다임 변화, 전체 시장 10조

내비게이션의 기본 운용 체제는 일본과 미국에서 개발한 기술이 대부분이다. 국내 기업에서도 이들 국가의 SW를 사용했다. 이번 리얼타임테크의 기술개발로 내비게이션 운용체제에 대혁신이 일어날 전망이다. 내비게이션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는 의미다. 이 회사가 개발한 SW는 전체 업데이트가 아닌 부분 업데이트로 기존의 파일형태로는 대체할 수 없다. 그리고 데이터형태로 실시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기술은 앞으로 내비게이션 운용체계가 가야 할 길이기에 진 대표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 필요성에 따라 기술개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기에 수요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진 대표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빠른시간에 할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연구로 인력 인프라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기적으로도 잘 맞았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기술 업그레이를 통해 최적화, 안정화, 고품질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비게이션 시장 규모는 SW만해도 10조 규모다.

그리고 우리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내 SW기업들의 경영구조는 열악함 그 자체였던게 사실이다. IT강국을 이끌었던 관련 벤처들이 SW를 개발하고도 라이선스 계약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수익구조가 불안정했다. 그런 이유로 많은 벤처들이 소리없이 사라져갔고 업종을 바꾸기도 했다. 진 대표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기술개발 후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우리는)기존 대기업과는 이미 계약를 체결했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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