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의 see the sea]

생명의 기원에 관한 다양한 설명 중 하나는 원시지구의 환원대기 환경에서 생명이 탄생하였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생물이 최초로 출현한 때를 약 35∼40억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포전구체라 생각되는 여러 분자의 집합체를 가지고 원시해양의 수프(primeval soup)에서 생명이 발생했다는 설을 제안 한 것은 생화학자 알렉산드로 오파린이다.

노벨 화학상의 해럴드 유리의 제자 스탠리 밀러는 실험실에서 원시지구환경을 재현하여 아미노산을 합성하므로써 이들의 제안을 입증하였다. 실험을 통한 물의 화학분석 결과, 생물체 내에 흔히 존재하는 여러 가지의 아미노산과 유기분자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이 실험에서 얻은 아미노산 등의 유기물 분자가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Murchison meteorite)에 함유된 유기물과 유사하여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 실험에 사용된 조건의 타당성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어 논쟁이 지속되어진다.

즉, 최초에 생명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또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 아직도 논쟁 중이고 여전히 진화론자와 창조론자 간에도 끊임없는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지구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체들의 체액성분과 바닷물의 화학성분은 매우 비슷하다. 또 약 4억년 이전의 생물은 대부분 바다 생물이었음을 보여주는 고생물학적 사실도 있다.

즉, 생명의 기원이야 어떻든 최초의 생명이 육지보다는 바다에서 생겨났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해양환경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육지환경보다 안정되어 생물이 탄생하고 진화해오기에 유리하였을 것이다. 바다에는 생물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물이 풍부하여 물 부족의 우려 또한 없다. 더불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물 속에서 초기발생을 한다는 점도 바다가 생명의 고향임을 시사한다. 원시 바다에 가장 처음 나타난 생명은 바다 속 유기화합물을 먹는 세포였다는 설이 있다. 유기화합물을 분해해 발생하는 에너지를 생명 활동에 이용했을 것이다.

원시형태의 세포는 오랜 시간을 거치는 동안 진화하여 현재와 같은 다양한 생물로 분화되었을 것이다. 바다 속 유기화합물은 차츰 줄어들고,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하게 될 때 나타난 것이 광합성 세균이고, 약 28억 년 전에 더욱 뛰어난 광합성 세균으로 황화수소 대신에 물을 사용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나타난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유기화합물(당)과 산소를 합성, 이 반응은 현재 육상 고등 식물의 엽록체가 하고 있는 광합성과 거의 같다. 무기화합물에서 유기화합물과 산소를 만들어 내는 반응으로. 시아노박테리아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유기화합물을 만들 수 없는 생명과 산소를 필요로 하는 생명은 그 뒤의 지구상에 탄생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1977년 동태평양 깊은 바다에서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되어진 열수분출구(Hydrothermal vents)와 같은 고온 환경이 생명이 발생한 곳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독특한 생리, 생태적 현상을 가진 생물들이 상상 이상의 모습으로 서식하는 극한 환경의 생태계, 이 곳이 지구 생명 탄생의 열쇠인지도 모른다. 과거 지구는 세 번의 동결 사건으로 -50℃의 평균기온과 평균 1000m 두께의 얼음이 바다를 뒤덮고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환경으로 바다 속에만 생물이 있었을 것이고, 시아노박테리아 등 광합성 생물들은 절멸의 위기 속에 얼음이 없는 화산과 마그마 활동이 있는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 간신히 살아갔을 것이다. 비광합성 생물은 얼음 밑 바다에서 생존 가능했을 것이고, 화학 합성에 필요한 원소나 먹이가 되는 유기화합물로 생존했을 것이다.

지구 생명권은 크게 해양, 육지 그리고 하천, 호수의 담수로 나뉜다. 동물의 큰 분류 단위 '문'수를 비교하면, 육지 11문, 담수 14문인 것에 비해 해양은 28문으로 압도적이다. 특히 고유의 생물문은 담수는 전혀 없고 육지는 유조동물 하나뿐이고, 해양은 13문이다. 이렇듯 해양은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생명의 탄생과 진화 역사의 처음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글 말미에 언급했던 열수분출구는 수소, 메탄, 황화수소 등 환원성 물질이 함유된 뜨거운 물이 지구 내부로 부터 바다 퇴적물 표층으로 분출되는 곳이다. 주변에 서식하는 많은 종류의 동물들은 먹이를 먹지 않고 공생 박테리아의 산화 작용으로 에너지를 얻어 생명을 유지시키는 아주 독특한 특징과 형태적으로 원시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일본의 야나가와 히로시 박사는 이곳이 원시 생명 탄생지역이라는 가설 위에, 고온 고압에서 금속 이온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열수분출구 환경 재현 실험을 하였다.

그 결과 두께 30nm의 단백질 막의 지름 1.5~2.5㎛의 아주 작은 공 모양이 바닷물 속에 나타났다. 또한 바닷물 성분과 아미노산 종류, 반응 온도, 시간 등의 설정을 바꿈으로써, 여러 종류의 아주 작은 공 모양이 바닷물 속에 생긴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것만으로 생명이라 할 수는 없지만, 작은 공 모양이 천천히 변해서 질서를 지닌 생명체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리보솜 RNA 염기배열을 비교,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 생물의 계통 관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명 탄생 가능성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초기 지구는 대기 압력이 약 90기압 정도로 아주 높아 얕은 바다에도 열수 분출공이 있었을 것이다. 열수 분출공은 고온, 고압으로 유기 합성에 적합한 장소로 생성된 물질을 즉시 냉각시켜 열에 의한 분해를 피한다. 메탄, 수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의 유기물을 만들기 쉽도록 하는 환원적인 가스의 농도가 아주 높으며, 생명에 반드시 필요하고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철, 아연, 몰리브덴 등의 금속 이온 농도도 높다. 이처럼 열수 분출공에는 생명의 탄생에 적합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모든 생물은 크게 원핵생물과 진핵생물로 구별된다. 원핵생물은 고세균과 진정세균으로 나뉜다. 고세균과 진정세균은 계통수의 뿌리 가까운 부분에서 갈라지는데 리보솜 RNA의 염기배열을 바탕으로 온도 관계를 보면 원핵생물에 다가갈수록 고온 환경에 서식한다. 이러한 환경 중 하나가 온천인데, 온도가 낮아지면 광합성세균인 클로로플렉수스, 이어 시아노박테리아로 변해간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서북부 암석에서 약 35억 년 전의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이 발견되었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침상용암이 분포하고 있었는데 이는 지구 내부로부터의 마그마 분출이 굳어진 곳으로,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는 곳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확대축 지역으로 열수분출공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러한 여러 경우로 부터 지구 최초의 생명은 암흑의 심해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최초의 생명이 탄생하기까지 10억 년 이상을 '화학진화의 시대' 그 이후를 '생물 진화의 시대'라고도 한다. 생명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막을 통해 외부와 경계를 만들고, 스스로 자신을 복제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손을 남기는 일, 외부 물질을 에너지로 바꾸어 스스로를 유지하는 일, 진화하는 일 등이다. 이러한 생물 중 식물은 약 4억 년 전까지, 동물은 약 3억 년 전까지 육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바다에서만 생활하였다.

바다는 이들에게 보금자리였고 생물 진화의 요람이었다. 사진이나 기록 등이 없었던 과거 생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에 대한 답은 화석에 있으며 진화연구는 대부분 화석에 의해 연구되어진다. 약 35억 년 전 박테리아 화석이, 30억 년 전에는 남조류 화석이 발견되었다. 남조류는 현재 바다는 물론 육상에도 서식하고 있다. 광합성을 하는 남조는 대량의 산소를 생산함으로써 지구 환경을 스스로 바꾸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해조류는 단세포 조류에서 다세포 녹조류로, 이어 홍조류와 크기가 큰 대형 갈조류로 진화하였다. 동물은 단세포 원생동물에서 다세포 해면동물로 진화하였다.

약 6억2000만 년 전 에디아카라 동물군 화석이 오스트레일리아 에디아카라 언덕에서 발견되고, 그 후 나미비아, 스웨덴, 동부 유럽 캐나다, 영국에서도 발견된다. 6억 년 전 지층에서는 해파리가 속하는 강장동물, 갯지렁이가 속하는 환형동물 등 해양무척추동물의 화석이 출토되었다. 캄브리아기에는 삼엽충이 출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다음 1억년 동안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중요한 절지동물이 된다. 그 밖에 유공층, 해면, 산호, 이매패, 완족동물도 출현했다. 무척추동물은 점차 멍게같은 원시형태의 척추를 갖는 동물로 진화, 그 후 상어나 가오리같은 연골어류들과 단단한 뼈의 경골어류가 등장하였다. 최초의 척추동물 화석은 약 4억6800만 년 전에 살았던 무악어류이다. 턱이 있는 어류는 실루리아기에 출현한다. 해양의 총기류는 오직 실러캔스만이 알려져 있지만, 조기류, 상어, 현생 총기류도 이 시기에 출현해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실러캔스는 지느러미에 근육질이 발달하여 육상동물의 다리로 진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에는 육상 공룡과 비슷한 파충류의 진화가 있었다. 2억5200만 년 전과 2억2700만 년 전 사이에, 거북과 유사한 플라코돈트류, 도마뱀과 비슷한 노토사우르스류, 돌고래와 비슷한 어룡류들이 출현했다.

이중에서 어룡류만이 생물들이 풍부했던 쥐라기까지 생존했다. 쥐라기는 근대 어류 종들이 많이 출현했으며, 암모나이트, 연체동물, 오징어, 근대의 산호들도 출현했다. 익룡류라는 일부 날아다니는 파충류는 해안 절벽에 살면서 바다 표면의 어류를 잡아먹었던 것 같다. 백악기 파충류는 가장 큰 해양의 육식자로 존재했으나, 6500만 년 전에 일어났던 대량 멸종 때에 모두 사라졌다. 5000만 년 전 해양은 지질학적인 위치와 동물상의 관점에서 지금의 해양과 비슷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다양한 종류의 고래가 나타났고, 2400만 년 전 수염고래류는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크기에 도달했다. 1400만 년 전에는 바다코끼리와 물범, 바다소류가 진화했다.

어류의 화석이 존재하는 가장 오래 된 지층은 약 4억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기로 무악어류·판피어류·연골어류·경골어류로 나누어졌다. 이것은 어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나타내는데, 이로부터 미루어 지구상의 어류 출현시기는 약 5억 년 전 고생대 초기 이전으로 추정된다. 지구 대기 속 산소 농도가 올라가고 오존층이 만들어지면서 생명은 육상으로 진출한다. 육지 위 자외선 양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교적 안정된 환경인 물 속과는 달리 심한 건조와 온도 변화 속 육상의 환경 조건은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변화된 육상 환경에 최초로 상륙한 것은 이끼류이다.

처음엔 해변에 살다가 점차 생활터전을 내륙의 습지, 웅덩이, 연못 등으로 넓혀 갔다. 뒤를 이어 양치류가 상륙해 육지의 개척자로 환경 조건을 만들고 확대해 나가자, 이어서 동물이 육지에 상륙하기 시작한다. 생명체의 빠른 진화는 먹이 사슬을, 먹이 사슬은 더욱 빠른 운동을 요구하였다. 빠른 운동은 호흡기의 발달과 소화 기능을 향상시킨다. 이에 소화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체내 공간이 필요 하게 되고 체강 동물이 등장한다. 체강 구조는 체내 구조를 안전하게 유지시키는 척추 구조를 요구하게 된다. 이런 발달된 몸의 구조는 점점 바다로부터 육지로의 생활이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생명체의 진화가 이처럼 일직선상의 진화단계만을 밟아온 것은 아니지만, 바다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생존을 위한 적응은 결국 유전자를 통해 형질적 변환을 계속하여 육지 동물로 자리 잡아 갔다. 이 동물이 가장 먼저 육지에 상륙한 양서류이다.

양서류는 지금도 물과 육지 사이를 오가면서 살아간다.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등. 약 4000만 년 동안 그들의 독무대였다. 이 후 끊임없이 육지에서 살 수 있는 방법 모색과 노력 끝에 변신의 성공을 하는데 그것이 파충류이다. 공룡, 거북이, 악어 등 지구상에 파충류의 세계를 만든다. 공룡의 전성시대이기도 하며, 지구 나이 중생대였다. 파충류는 지상, 물속, 공중에 모두 나타났으며 지구상에 나타난 동물 중에 가장 몸 크기가 큰 동물군이었다. 그러나 이들 파충류는 갑자기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지구 환경 변화가 그 이유라는 추측이 많다.

중생대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파충류에서 포유류, 조류의 진화가 있었다. 여기까지가 현재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동물의 모든 모습이다. 이들 두 집단은 과거에 비해 육지 생활에 더욱 편리한 신체 구조를 만들었고, 우리의 조상 영장류가 포유류에서 분화되어 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영장류에서 사람의 조상이 나왔던 것이다.

포유류의 출현은 중생대초이고 대부분의 포유류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중생대 말기이다. 또 영장류의 출현은 신생대부터로 보고 있으며 인간의 출현은 신생대 중기 이후로 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만 년 전쯤이다. 여기로부터 오늘날의 우리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김동성 박사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일본 동경대학교 대학원 이학부 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반연구본부장과 해양생태계연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해양과학분야에 있어서는 베테랑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건립 자문위원과 해양과학 기술분류체계 수립을 위한 분과위원, 해양환경영향평가 자문위원 등을 수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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