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기업·의료·과기인 힘모아 우간다 의대설립 프로젝트
암투병 김진억 제이오텍 대표 지원 앞장…지난 14일 永眠

"여보세요. 김진억 대표님과 통화가 가능할까요?" "무슨일이신지요? 김 대표님은 오늘 새벽에 영면(永眠)하셨습니다." "……." 잠시 어리둥절 했다. SNS를 통해 김진억 제이오텍 대표의 선행 사실을 접하고 지난 14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눈을 감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말문이 막혔다. 올해 58세인 김 대표의 명복을 빌면서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김진억 대표가 아프리카 오지에 실천한 사랑의 흔적들을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알려진 사실 중 그가 암 재발로 고통속에서도 마지막 사랑 실천에 온 힘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는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故 김진억 대표는 평소에도 나눔 실천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이번에 참여한 우간다 쿠미의과대학 프로젝트 지원은 단순히 물고기를 주는 정도를 넘어 의료 인력을 양성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기존의 지원과 달랐다.

그가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인 이유이기도 하다. 쿠미의과대학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우간다 중에서도 오지에 위치한 쿠미에 의과대학을 건립하고 현지의사를 배출해 내자는 계획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시설도 비용도 없는 상황에서 보면 꿈같은 이야기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상상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쿠미의과대학 건립은 의사, 간호사, 일반인, 기업인, 과학자들 모든 이들의 사랑의 힘이 모여 시작되고 결실을 맺은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내전피해 가장 많은 쿠미, 주민의 60% 의료혜택 받지 못해
 

▲우간다 쿠미 지도(왼쪽). 진료를 기다리는 어린이들. ⓒ2012 HelloDD.com

우간다의 인구는 3200만명이지만 의과대학은 고작 5곳이다. 이들 의과대학의 정원을 모두 합해도 한해 배출되는 의사가 200여명뿐이다. 그나마 의사들 대부분은 수도 캄팔라 등에 집중돼 있다. 쿠미는 우간다의 동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인구 20만이 조금 넘는 중소도시로 주민 중 60%는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채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특히 여성들은 평생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보지 못하고 죽어갔고 어린이들은 신체의 불편함으로 꿈마저 잃어버린 그런 곳이었다.

이 지역에 의료 혜택의 손길이 본격적으로 닿은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김선영 충남대 의대 교수를 중심으로 산부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의료진이 겨울방학과 설연휴를 이용, 열흘정도의 기간으로 우간다의 쿠미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1년에 한번 찾는 방문으로는 끝없이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10여명의 의사가 하루에 12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까지 하지만 여전히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했다. 보다 근본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했다.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모두의 뜻이 모아졌고 쿠미의과대학 프로젝트가 탄생한다. 그리고 학교건물 건축, 실험장비, 도서관, 인터넷 등 기자재와 교수진 확보 등 차근차근 준비에 들어갔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 실천위해 각계 뜻 모여

계획이 세워지면서 참여자 모두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우간다는 전력도 식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열악했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필요한 준비들이 하나씩 둘씩 진행됐다. 후원금이 모아지면서 의대 건물 건축도 시작됐다.

김선영 교수는 충남대학교와 협의해 교환교수제를 통해 교수진을 확보했다. 우간다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전력은 삼성SDI로부터 솔라판넬 70여장을 제공받기로 했다. 전력생산량이 일반용보다 높아 설치되면 1.5kw의 전력생산이 가능해 진단다. 국경없는 과학기술인회(회장 유영제 서울대 교수)에서는 올해 MOU를 통해 해외 봉사자를 위한 적정기술 교육을 맡아 진행해주기로 했다.

식수 문제는 한인 미국대학생 벤처 'SPOUTS' of Water에서 세라믹정수기를 만들 수 있는 작은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학교 식수문제 해결은 물론 정수기 판매를 통해 나오는 이익금은 학교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처럼 모두의 뜻이 모여지면서 쿠미프로젝트는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진억 대표, 암 재발로 힘든상황에서도 필요한 기자재 직접 제작
 

▲김진억 대표가 기증한 실험 기자재가 실린 트럭이 쿠미대학 정문을 통과하고
있다.
ⓒ2012 HelloDD.com

김진억 제이오텍 대표는 쿠미의과대학 학생들이 직접 실험하고 사용할 실험장비와 기자재를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통해 쿠미의과 대학 건립이 여러가지 난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김 대표는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물론 쿠미 의과대학에 맞는 해부학 실습 기자재 등은 별도로 제작했다.

직접 제작할 수 없는 현미경 같은 장비는 따로구입해서 차곡차곡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 5월 김진억 대표가 마련한 실험 기자재 등 쿠미 의과대학에 전달될 물품이 컨테이너에 실렸고 선박을 이용해 한 달이 넘는 긴 항해 끝에 6월 중순 우간다에 도착했다.

복잡한 통관 절차도 잘 마무리 돼 7월 말 쿠미 의과대학에 도착했다. 이런 준비가 진행 될 당시 김진억 대표의 건강상태는 악화되는 상황이었다.

3년전 수술을 받은 암이 재발한 상태였던 것. 김 대표의 몸 상태를 알게된 많은 이들이 그를 위해 기도했지만 그는 14일 새벽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가 마음을 담아 마련한 귀한 선물은 우간다 오지에서 새로운 사랑을 꽃피우는데 사용될 것이다.
 

▲제이오텍 사옥 ⓒ2012 HelloDD.com

제이오텍은 1988년 석유화학 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던 김진억 대표와 영업을 담당하던 2명이 설립한 회사다.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연구장비를 국산화 시키고 선진국 기술에서 독립하자는 기치아래 실험기기 국산화부터 도전했다.

1998년에는 IMF로 모두가 고통을 겪을 당시 과감히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 결과 동남아 등 해외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2007년 김포에서 대덕테크노밸리로 이전했으며, 이듬해에는 대전시로부터 200억 매출탑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항온항습 분야 실험기기 전문기업으로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김 대표의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원칙의 영향이 컸다고 말한다. 사람을 아끼고 좋아 한 김 대표였던지라 많은 지인들이 그의 부고 소식에 안타까워하며 명복을 빌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사랑과 수고로 쿠미 의과대학은 부족하나마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김선영 충남대 교수는 지난 4월 쿠미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아직 도서관, 연구동 건물과 기자재가 더 필요하지만 우선 갖춰진 시설로 가을학기부터 학생을 모집할 계획임"을 밝혔다.

김 교수는 김진억 대표의 소식을 이미 짐작한 듯 담담히 그의 평안을 기도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많은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았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하고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나 단지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알려줘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도 아마 그런 세상을 이루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간다 쿠미프로젝트 후원계좌 국민은행 506501-04-298447 국제의료협력단.
 

▲의과대학 건물이 완공돼 가을부터 학생들을 모집하고 수업에 들어간다. ⓒ2012 HelloDD.com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의료진은 한명의 환자라도 더 치료하기 위해
주말에도 쉬지않고 수술 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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