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안젖는 소자·음주유전자·벼유전자 네트워크 규명 등
13~27일 첨단과학관서 성과 전시…과학 거리좁히기 기대

물에 젖지 않는 전자소자, 한국인 음주유전자 발굴, 벼유전자 소셜네트워크 규명….

기초연구는 우리의 실생활과 다소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여기서 얻은 연구성과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꾸는 응용연구의 밑거름이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선정한 '2012년 기초연구 우수성과'에도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꾸준한 연구로 멀지 않은 장래에 실생활에 적용될 연구성과물이 적지 않다. 

우수성과에 선정된 50개 연구과제 모두 적지 않은 의미를 갖지만 이 가운데 재미있고 흥미로운 몇몇 연구성과물이 눈에 띈다. 

◆ 연잎효과 착안…물에 젖지 않는 전자소자 개발
 

▲물에 젖지 않는 소자의 모식도 및 실제 사진.<사진=연구재단 제공> ⓒ2012 HelloDD.com

물에 취약한 전자소자의 방수특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은 앞으로 차세대 메모리소자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많이 이용되는 스마트폰, 랩탑, 카메라 등의 휴대용 전자기기를 포함한 다양한 소자에 활용될 전망이다. 

용기중 포스텍 교수는 초발수 연잎효과에 착안해 전자소자의 표면에 나노선(Nanowire)을 증착하고 표면처리를 해 물에 젖지 않는 초발수표면을 구현했다. 

개발된 기술은 소자의 표면에 증착된 나노소재의 표면화학처리를 하는 방법으로 전자회로와 물과의 접촉을 근본적으로 차단했다. 

용 교수는 전자회로가 물에 젖는 환경에서도 합선에 의한 누설 전류가 발생하지 않고 소자의 작동이 정상적으로 안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또 차세대 메모리소자인 자기저항 메모리 소자에 이 기술을 적용하자 패키징과 같은 추가적인 방수처리가 없는 상태에서도 물이 덮인 소자의 On/OFF 상태가 안정하게 유지됐다. 

이 기술은 저온합성된 나노소재를 기반으로 대면적 기판에 적용가능하고, 경제성이 우수해 기존의 방수기술을 획기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다양한 나노소재에 초발수, 방수, 자가세정 등의 다기능성을 부여함으로써 나노소재의 활용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재단은 "생체모방(biomimetics) 기술을 통해 개발된 초발수 기술을 나노소자에 접목해 물에 젖지 않는 전자소자의 원천기술을 개발했다는 측면에서 창의성이 높은 연구성과"라며 "나노기술과 정보전자기술 등 관련 연구분야에 학술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 유전자 결손 생쥐와 RNAi 기술을 이용한 '공포기억 소멸'기작 연구
 

▲In vivo knock-down of PLCβ4 using lentiviral shRNA . <사진=연구재단 제공> 
ⓒ2012 HelloDD.com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정신이나 신체가 감당하기 힘든 충격으로 인한 정신적인 상처로 우울증, 무력감 등과 자율신경계 증상을 동반한다. 최근 불안 장애의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 기전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원인 규명과 치료법의 제시가 필요하다. 

신희섭 박사는 실험을 통해 공포기억소멸에 시상의 등쪽 내측 핵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공포기억소멸에 중요한 유전자와 시상 특이적 전기 활성도를 찾아 불안 장애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 치료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습된 공포 기억이 없어지지 않는 PLCβ4 녹아웃 생쥐의 불안 장애 동물 모델 확립 ▲시상의 동측 내측 핵에서 mGluR1-PLCβ4 신호전달이 공포기억소멸에 관여함을 밝힘 ▲PLCβ4 녹아웃 시상의 등쪽 내측 핵의 T-타입 전류의 증가와 T-타입 전류 억제에 의한 공포기억소멸 촉진 효과로 T-타입 칼슘 통로의 공포기억소멸 방해 역할 규명 ▲시상에서 공포기억소멸 연관된 단발성발화와 다발성발화 발견 ▲공포기억소멸을 촉진할 수 있는 시상에서 단발성 발화 유발 미세 전기 자극법 개발로 요약된다.

신 박사는 "연구에서는 RNA간섭 현상을 이용해 불안 장애 질환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유용유전자의 발굴 및 차세대 신의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국인 음주량 관련 유전자 발굴…알코올 중독 예방한다

음주량 및 알코올 중독증과 관련된 유전자다형성에 대한 정보가 규명돼 향후 알코올 중독증 위험도를 예측하는 지표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백인경 국민대 교수는 국내외 최초로 음주량과 전장유전체 정보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결과는 알코올 중독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조기에 분별할 수 있는데 필요한 유전자 개인 맞춤형 진단 시약 개발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백 교수팀은 한국인 남성의 전장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음주량과 통계적으로 유의적인 관련성을 갖는 유전자 6종을 발굴했다. 가장 관련성이 높은 유전자 순으로 C12orf51 (ALDH2를 반영), CCDC63, MYL2, OAS3, CUX2, RPH3A 등이 나타났다. 특히, ALDH2는 알코올 대사에서 중요한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ehyde dehydrogenase)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로 음주량 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유전자임을 입증했다. 

그 외 유전자들은 중독증 및 관련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인 CCDC63, MYL2는 ALDH2의 영향과는 독립적으로 음주량에 영향을 미쳤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발굴된 관련 유전자 정보는 음주 후 숙취를 제거, 알코올 중독증 예방 등을 돕는 식품 개발을 위한 타깃이 돼 보건 산업 진흥에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 중성미자 검출시설…우주생성 비밀 밝힐 변환상수 규명
 

▲완공된 중성미자 검출장비.
<사진=연구재단 제공>
ⓒ2012 HelloDD.com
우주생성의 비밀을 밝혀낼 단서를 제공할 마지막 중성미자 변환상수를 측정하기 위해 국내 10여개 대학 연구진은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국내 최초의 중성미자 검출시설을 순수 국내 기술로 완공하고 실험을 시작했다. 

김수봉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국내 대학 연구진은 2006년 3월 중성미자 검출설비 건설을 착수, 2011년 2월 구축을 완료하고 2011년 8월 실험에 착수했다. 

중성미자 검출설비는 원자로에 가까운 위치(290m)와 먼 위치(1.4km)에 유기섬광액체 100톤과 정수된 물 350톤을 채운 두 대의 검출기를 지하 100m와 300m의 터널 속에 설치함으로써 국내 최초의 중성미자 검출시설이 탄생하게 됐다. 

중성미자 측정 효율을 향상시키는 가돌리늄을 투명한 유기액체에 녹이는 세계적 기술을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하고 대량의 액체를 제조하여 검출기에 채운 후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하였다. 순조롭게 데이터 수집과 분석 연구가 진행 중이며 멀지 않아 미 측정된 마지막 중성미자 변환상수에 대한 결과를 얻게 되리가 기대한다. 전 세계의 물리학자들이 우리의 실험 장치에서 나올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김수봉 교수는 "이 검출설비는 순수 국내 기술로 거대과학 장치를 설계에서부터 제작, 설치, 운영하는 것으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만들어 연구하는 개척형 연구를 시작하였다는 상징적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세계 4대 식량작물 벼의 유전자 네트워크 규명
 

▲벼 유전자네트워크 이미지.총 1만8377개의
벼유전자가 58만
8221개의 기능적 상관관계로
연결돼 있다.<사진=연구재단 제공>
ⓒ2012 HelloDD.com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열악한 재배지 환경이나 병충해에 저항성이 강한 작물종의 개발이 시급하다.

이미 많은 다국적 종자회사들은 이러한 종자의 개발에 수백억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3~5만개에 이르는 작물의 유전자들 중 작물의 형질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 발굴하기는 쉽지 않다.

생명체가 보이는 대부분의 형질은 다수의 유전자가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해 연속적인 형질의 분포를 나타내는 복잡형질(complex traits)인 경우가 많다. 환경, 에너지, 식량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식물도 병충해나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 등이 모두 대표적인 복잡형질로서 수많은 유전자들이 저항성 조절에 연관돼 있다.

때문에 형질을 하나의 유전자와 관련지어 생각하기 보다는 유전자들의 기능적 조합에 의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려는 연구가 늘고 있다. 이인석 연세대 교수팀은 작물에서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벼의 병충해 저항성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단 5개의 후보유전자를 실험적으로 테스트 하여 병충해 저항성에 관련된 새로운 벼 유전자 3개를 매우 효과적으로 발굴했다.

이 교수팀은 유전자네트워크 모델링 기술을 벼뿐만 아니라 농생물 연구에 필요한 다른 작물들, 산업미생물들, 그리고 의생명 연구 분야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과 흰쥐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데에도 이용될 계획이다. 또한 이번에 개발된 벼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본 연구팀은 식물의 광합성 시스템과 세포벽구조를 개선하여 식물을 바이오에너지로 사용하는 연구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한편 교과부와 연구재단은 최근 이공계 기초연구 부문 29건, 인문사회연구 부문 9건, 국책연구 부문 12건 등 '2012년 기초연구 우수성과' 50건을 선정,발표했다. 연구성과물은 13일 대전엑스포공원 내 위치한 첨단과학관에서 우수성과 인증식을 갖고 오는 27일까지 일반에 전시된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