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장현준 KAIST 교수. 
올해 그렇지 않아도 가을장마 때문에 농민 시름이 깊고 채소와 과일값이 오르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할지 모른다. 사정인즉슨 대전의 신 성장산업으로 물 산업을 키우자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대전은 물 걱정이 없는 대도시이다. 따라서 물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이 지역에 대전이 먹 살 수 있는 물 관련 기술이 널려 있어 잘만 사업화하면 돈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세기를 거치면서, 인구는 두 배로 증가했지만 물 사용량은 6배나 늘었다.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집중, 이상 기후에 따른 가뭄이 세계적인 물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뭄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결과라고 볼 때, 기상이변에 따른 재앙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다양하고 혁신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물을 물같이 보고 마구 쓰고 있으며 정부가 당연히 신경 써야 하는 지극히 공공재로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물은 생산하고 처리하고 다시 공급하는데 다 에너지 즉 돈이 든다. 다른 말로 하면 기술이 있으면 지구촌 어디서든 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물 부족과 수질악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물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물 시장은 2010년 500조 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 약 1037조 원 규모의 'Blue Gold 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망하고 있다.

물 문제는 새로운 산업과 민-관 비즈니스 협력 모델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물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물 산업 클러스터 구축, 선도사업 수행, 해외시장 개척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성공적인 물 산업 클러스터를 통하여, 민-관 비즈니스 협력 모델을 전 세계에 이전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10개 내외의 물 산업 클러스터가 존재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이스라엘(WaTech)과 싱가포르(PUB)가 있다.

이들 물 산업 선진국들은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정부는 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우수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대학 및 정부연구소, 우수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수출 지원, 정부/은행/Venture Capital을 통한 금융지원, 기술사업화 전문기업의 참여, 및 수자원공사와 같은 정부기업 및 대기업) 을 제공하고, 물 산업 활성화 플랫폼 속에 벤처 기업이 적극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Reference 제공, 금융지원, 기술사업화 컨설팅 제공, 해외(대기업) 수출 지원 등)을 제공함으로, 민-관이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을 정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은 수자원공사인 메크롯(Mekorot) 산하에 와텍(Watech)이라는 센터를 설립하여, 물 관련 제조·건설기업, 금융관련 인프라 확보, 해외우수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함으로써 2005년 이후 연평균 26%의 수출증가를 실현하고 있으며, 2020년 200억 달러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물 산업의 민영화 속도도 가속화되어 해외 물 시장은 신성장 동력의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러한 민영화의 방향은 물 자원 통합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상하수도 서비스업의 경우 상수 공급에서 하수처리까지 전체 시스템을 계획, 설치, 운영하는 전 과정을 단일 업체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유럽의 대표 물기업인 베올리아, 수에즈 등은 상하수도와 산업용수 서비스업 분야의 통합 솔루션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관련성이 낮은 사업 부문들은 매각하는 등 세계 물 산업 시장의 구조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대형 M&A를 통해 세계 물 시장에 진입한 지이(GE)와 지멘스(Siemens)는 이오닉스(Ionics), 제논(Zenon), 그리고 유에스필터(US Filters) 등 수 처리 설비 업체를 인수함으로서 통합 물 솔루션 제공에 가장 유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벌써부터 다국적 기업은 물 산업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다국적 자본들이 소속 물 산업 분야에 뛰어들면서 세계적 개방화 압력과 물 산업 시장의 확대 및 변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다국적 기업은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빠르게 성장하는 개도국 시장에 직접투자를 급속하게 확대하고 있어 오는 2015년에는 상위 20여 개의 기업이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할 전망이다. 이러한 물 산업 시장의 변화 속에서, 국내에는 베올리아, 수에즈 등 선진 다국적 기업과 경쟁할 만한 물 전문기업이 없을 뿐 아니라, WaTech, PUB과 같은 물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민-관 협력 클러스터가 구성되어 있지 않다.

다만, 해수담수화 등 일부 플랜트 분야를 제외하면 물 산업 전체적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물 산업 규모는 지난 2010년 약 12조3000억 원이며, 그 중 상수도 분야가 약 5조8천억 원, 하수도 분야가 약 4조 원 등 대부분(86%)이 상하수도 시장이다. 국내 상하수도 시장은 이제 건설시대에서 유지관리시대로 전환되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시장의 개척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지난 2010년 물 산업 수주액은 약 16억 달러로 세계 물시장의 0.3%, 물 산업 건설 시장의 2.6%에 불과하지만, 지난 35년의 실적에 근거했을 때, 물 산업 해외진출은 성장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큰 운영관리 부분의 실적은 지난 10년간 수주 실적 중 0.2%에 불과한 한편, 물 사업 해외 수주 실적이 있는 업체 113개 중, 60개의 중소기업이 1건의 수주 실적을 기록해 대기업 위주의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기업이 소규모의 설비부품 공급업체로 자체 산업 기반이 극히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물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벤처 기업이 물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관련법과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해야 하며, 이스라엘의 와텍(WaTech) 등과 같은 민-관이 공조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물 산업 활성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시장변화를 감안할 때 향후 5년이 국내 물산업의 성장과 둔화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외 물 산업 선진국 및 클러스터와 협력을 하고, 우수 기업과 폭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해외 진출 확대 및 수출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중동 위주에서 북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건설 위주에서 운영 및 관리 부문으로의 수주 확대를 꾀해 수익성 창출을 도모해야 하며, 또한 부가가치 제고를 위해 기자재 국산화율을 높이고 금융조달 능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다각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이러한 일환으로 물 펀드 조성과 같은 민·관 공조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오는 2025년에 약 1037조 원 규모로 확대될 'Blue Gold 산업'은 신성장 산업이면서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핵심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민·관·학·연 그리고,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정부까지 연계하여, 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 산업 활성화는 이제 대세이다. 여기에 대전시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누구보다 먼저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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