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조스쿤·자페르 야부즈·정유성 교수 공동연구…KCRC센터 지원
질소 대비 CO₂선택성 300배 높여 세계 최고수준 달성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EEWS 대학원의 알리 조스쿤, 자페르 야부즈, 정유성 교수 공동연구팀이 질소대비 이산화탄소 선택성을 300배 높인 세계 최고 수준의 이산화탄소(CO₂)흡수제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처리하는 CCS(Carbon Capture and Sequestration)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985년 세계기상기구와 국제연합환경계획은 CO₂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세계적인 산업화로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에 비례해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발전소, 제철소 등 480여 곳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본격 시행될 예정으로 남은 기간 동안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CO₂ 포집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숙제다.

CCS 기술은 발전소, 철강, 시멘트 공장 등에서 대량으로 배출되는 CO₂를 포집하고 이의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육상 또는 해양지중에 저장하거나 유용물질로 전환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중 포집 기술은 연소후, 연소전, 연소중 포집기술로 구분되며 포집비용이 전체 CO₂ 처리비용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CO₂를 포집하는 기술로는 액상흡수제를 이용한 습식포집기술, 고체 흡수제를 이용한 건식포집기술, 필름과 같은 얇은 막을 이용하는 분리막 포집기술이 있다. 발전소나 제철소와 같이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원에 적용되는 CCS 기술은 고온과 다량의 수분이 존재하는 극한조건하에서도 포집효율이 낮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존에 연구되었던 건식흡수제인 MOF(Metal Organic Framework)나 제올라이트는 수분 조건에서 불안정하거나 합성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지금까지 CO₂ 흡착에 사용했던 암모니아와 아민은 독성물질을 배출한다는 우려가 있었다. 암모니아나 아민 물질들의 가격이 비싸고, 흡착시킨 CO₂를 다시 분리해내고 저장하기 위해 끓이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열이 필요하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때문에 CCS 상용화를 위해서는 포집기술의 경제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조-코프(Azo-COP)' 개발…CO₂포집기술 개발 숙제 푸나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흡수제는 건식흡수제로서 '아조-코프(Azo-COP)'라고 명명했는데, 값비싼 촉매 없이도 합성이 가능하여 제조비용이 매우 저렴하며 고온 및 수분 조건에서도 안정한 특성을 나타냈다. 코프(COP)는 간단한 유기분자들을 다공성 고분자형태로 결합시킨 구조체로 KAIST 연구팀이 처음으로 개발한 건식 이산화탄소포집물질이다. 연구팀은 이 물질에 '아조(Azo)'라는 기능기를 추가로 도입해 질소를 배제하고 혼합기체 중에서 CO₂만을 선택적으로 포집하도록 했다.
 

▲아조-코프를 통한 이산화탄소 포집 개념도. 질소(파란색)와 이산화탄소(회색과 분홍색)가 섞 인 기체가 아조-코프를 통과할 때, 아조-코프의 혐질소기로 인해 질소는 고분자 밖으로 빠져나 가고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흡착된다. ⓒ2013 HelloDD.com

'아조(Azo)'기를 포함하는 아조-코프(Azo-COP)는 일반적 합성방법을 통해 쉽게 제조할 수 있어 값비싼 촉매 대신 물과 아세톤 등의 용매를 사용해 불순물도 쉽게 제거함으로써 제조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특히 아조-코프(Azo-COP)는 이산화탄소와 화학적 결합이 아닌 약한 인력을 통해 결합함으로써 흡착제 재생 에너지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다.

◆ "물리적 결합으로 구조변경 용이, 다양한 산업분야 응용가능"

 


▲정유성 KAIST 교수. ⓒ2013 HelloDD.com
"Azo-COP는 고온과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 변형이 없으며, 선택적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CO₂ 포집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기대됩니다."

정유성 교수는 "Azo-COP는 화력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공정 등 이산화탄소 대량 배출원에 적용할 수 있으며, 제조 비용이 매우 저렴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질소 대비 이산화탄소 선택 포집률(섭씨 50℃에서 300배)을 가지고 있어 CCS기술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공성물질을 연구해오던 정 교수는 3년 전부터 CO₂포집물질 개발을 시작했다. 연구는 이론파트인 정 교수와 실험파트를 담당하는 자페르 야부즈(Cafer T. Yavuz) 교수와 알리 조스쿤(Ali Coskun) 교수 등이 함께 호흡을 맞췄다.

정유성 교수팀이 'Azo-COP'라고 이름붙인 이 물질은 CO₂의 포집 효율과 직결되는 질소 대비 CO₂선택도가 50℃에서 288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즉, 질소와 이산화탄소 혼합기체가 있을 때 질소분자 1개를 포집하는 동안 CO₂ 분자는 대략 300개 정도를 포집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기존 포집제의 경우 질소 대비 이산화탄소 선택 포집률이 온도에 따라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반면, Azo-COP는 온도에 따라 선택효율이 오히려 증가하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 연구결과의 핵심이다. 또 배기가스 중 수분이 있어도 포집 효율이 떨어지지 않고 구조변형이 쉬워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특성이 있으며 값비싼 촉매 없이도 고분자 합성이 가능하다는 큰 경제적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CO₂ 포집에 주로 활용됐던 'MOF(Metal-Organic Framework)'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들의 규칙적인 배열로 이루어져 수소 등의 기체들을 저장하기 용이했다. 하지만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는 포집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또 제올라이트(Zeolite)의 경우 구조적으로 변형하기가 쉽지 않아 다양한 합성과 응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반해 정 교수팀에서 제시한 Azo-COP는 단량체를 통한 구조적 변형이 쉽고 고온 및 수분 조건에서도 좋은 특성들을 나타냈다.

야부즈 교수는 "질소 혐작용기(N₂-Phobicity)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흡착량 감소 없이 높은 CO₂/N₂선택도를 갖는 고분자는 기존의 연구 방향과는 새로운 개념으로 기존의 다공성 물질이 보였던 한계를 극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개발돼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배기가스 포집 물질은 대부분 CO₂와 화학적 결합을 통해 기체를 흡수하는 반면 Azo-COP는 CO₂와 인력을 통해 물리적으로 흡착하고 질소는 튕겨내는 특성을 보여 기존대비 획기적 선택도 향상을 보였다.

Azo-COP의 표면적은 1g당 729㎡다. 50℃에서 CO₂흡착량 151.3 mg/g , 선택도 288로 일반 산업지역의 기준 온도라 할 수 있는 40℃ 이상에서 좋은 특성을 나타냈다. 현재 발전소와 중공업 공장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CO₂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전처리 공정은 40℃~75℃ 정도의 고온환경에서 수분이 높은 배기가스를 대상으로 한다.

정 교수팀은 수분 조건에서의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100℃ 이상의 끓는 물에 1주일 정도 보관 후 BET 및 이산화탄소 흡착량, 선택도를 측정한 결과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350℃에 달하는 공기와 같은 극한 조건에 노출시키는 실험에서도 변형없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야부즈 교수는 "대부분의 CO₂ 포집 물질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포집 효율이 현저히 떨어져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Azo-COP는 온도가 올라가면 오히려 효율이 증가해 상용화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zo-COP의 좋은 선택도와 흡착량(50℃)은 산업현장의 CO₂포집은 물론 더욱 가혹한 환경의 다양한 분야에서 포집 물질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기술을 CO₂, N₂, CO, NO등 다양한 배기가스 물질에 적용하면 극한의 조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포집 효율을 달성할 것으로 관련 학계와 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교과부 산하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Korea CCS R&D 센터·센터장 박상도)의 지원을 받으며 진행된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월 15일자로 게재됐다.

CCS R&D 센터의 박상도 센터장은 "Azo-COP를 CO₂, N2 분리 실험에 적용한 결과 포집 효율이 수백배 향상됐다"며 "이 물질은 촉매가 필요 없고, 수분 안정성, 구조 다양성 등 우수한 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앞으로 CO₂포집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페르, 알리 교수가 신물질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KAIST EEWS 제공>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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