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구조물리연구단 개발…'입는 컴퓨터'도 상용화 성큼
투명 디스플레이·접이형 컴퓨터 등 미래소자 가능성 열어

휘어지고 접을 수 있는 전자소자를 뛰어넘어 늘어나는 소자를 구현하기 위해 나노 물질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는 우수한 전자 이동 특성과 변형에 견디는 특성이 있지만, 절연막으로 사용되는 산화물이 쉽게 깨져 늘어나는 소자를 만드는데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투명하고 늘어나는 전자소자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었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오세정) 나노구조물리연구단(단장 이영희) 연구팀은 주름진 산화막이 깨지지 않고, 최대 20%까지 늘려도 작동할 수 있는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그래핀은 지난 2004년 영국의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가 발견한 이후 전도성과 전하이동도가 높고 응용 가능성이 많아 '꿈의 신소재'로 불리며 전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로 이루어진 속이 빈 튜브 형태의 지름 2nm(1nm는 10억분의 1미터) 이하인 물질로, 기존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을 대체할 전자 소자 재료로 꼽힌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는데 성공해 터치스크린, 투명전도전극, 고속전자소자등 다양한 응용소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의 독특한 특성을 활용해 휘어지는 전자소자에 대한 응용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전도성 물질인 그래핀을 전극으로 이용하고 반도체인 탄소나노튜브를 전자 통로로 이용하면 전기적, 기계적 특성이 우수한 소자를 만들 수 있다.

완벽하게 늘어나는 전자소자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전극과 전자통로 이외에도 전자의 이동을 제어하는 절연막도 늘어나는 특성을 가져야하는데, 기존의 산화막으로 이루어진 절연막층은 그 깨지기 쉬운 특성 때문에 늘어나는 소자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늘어나는 전자소자의 성공 여부는 늘어나는 절연막 선택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사 과정을 통해 만든 주름진 산화막을 늘어나는 절연막 층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투명하고 늘어나는 전자소자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구리기판 위에 알루미나를 증착시키고 PMMA 고분자를 코팅한 후 구리기판을 녹임. ⓒ2013 HelloDD.com

연구팀은 구리기판 위에 고 유전율 산화막 물질인 알루미나(Al2O3)를 증착시키고 메타크릴 수지(PMMA) 고분자를 코팅 한 후, 구리를 녹이는 용액을 이용해 구리기판을 제거했다. 이 과정 중에 알루미나층은 변형력 이완으로 주름진 모양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주름진 산화막을 그래핀으로 이루어진 전극 위에 전사해 트랜지스터의 절연막으로 사용했으며, 그 후 반도체 탄소나노튜브를 전사했다. 그 결과 주름진 형상 때문에 주름이 펴지면서 최대 20%까지 늘릴 수 있는 전자소자가 완성됐다.
 

▲만들어진 알루미나 산화막 표면 형상. ⓒ2013 HelloDD.com

연구팀은 또 산화물의 주름은 자연적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늘렸을 때에도 잘 견딘다는 것을 증명했다. 기본 전자소자의 단위인 트랜지스터의 모든 부분(전극, 전자 통로, 절연막)이 변형에 견디는 재료로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로 진정한 의미의 늘어나는 소자가 개발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영희 교수는 "이번 연구로 그래핀 및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꿈의 신소재의 전자소자로의 응용 폭이 대폭 확대됐다"며 "휘어지는 것을 넘어 늘일 수도 있는 투명한 소자 및 디스플레이, 접이형 컴퓨터, 의복형 컴퓨터, 피부에 붙이는 센서 등 미래 소자로서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영희 단장 연구팀의 채상훈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미국 피츠버그대, 캘리포니아대 연구자들이 참여해 협력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머터리얼즈' 3월호(3월 4일자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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