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 표준연 박사팀, X-선·중성자 회절로 새 구조 발견
물성 파악 위한 기본·핵심 연구…맞춤형 소자생산 연구 기대

"결정구조란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 또는 이온이 3차원 공간 내에서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물질은 고유한 결정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다이아몬드와 흑연 같은 원자인 탄소로 이루어져 있지만, 결정구조의 차이가 하나는 보석, 다른 하나는 연필로 쓰임새가 완벽하게 달라지죠."

김용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 신기능재료표준센터 박사는 김웅 고려대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차세대 압전소자 물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칼륨니오베이트(KNbO3) 나노선(nano-wire)'의 결정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물질의 결정구조를 규명하는 것 은 물성을 알아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활동으로 다양한 응용연구를 위한 기반이 된다.

김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대부분 전자제품의 압전소자로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압전 물질인 'PZT'는 사용규제 대상인 납(Pb)을 함유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를 대체할 물질을 찾고 있었다. 연구팀은 칼륨니오베이트가 PZT를 대체해 전 세계 친환경 정책에 부합하는 새로운 비납(lead-free)계 압전 물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압전 효과는 압전 물질에 기계적인 변형 또는 기계적 에너지가 가해지면 전기분극이 유도되어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흔히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일 때, 가스레인지의 손잡이를 돌려 압전 물질에 압력을 가하게 되면 전기가 생성돼 불꽃이 생기고, 여기에 공급되는 가스와 만나 불이 붙는 이치다. 압전소자는 주로 2차 대전 등 전쟁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바다의 잠수함이 물체를 찾을 때 사용하는 초음파 탐지도 기본적으로 압전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압전소자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소재가 개선되고 성능도 좋아졌지만 아직까지 인체에 유해한 납을 사용하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연구팀이 구조를 밝힌 칼륨니오베이트 나노선은 자동차 엔진의 진동, 사람이 걸어 다니면서 바닥을 누르는 힘, 건물 및 다리의 흔들림 등 주위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기계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압전소자의 재료로 활용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관련 소자의 물성 제어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으며, 새로운 물성을 갖는 맞춤형 소자 생산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칼륨니오베이트 나노선의 미세조직(왼쪽 4μm, 오른쪽 1μm). ⓒ2013 HelloDD.com
◆ X-선 및 중성자 회절을 활용한 다양한 결정구조 해석법 사용

"지금까지 칼륨니오베이트는 상온에서 사방정계(orthorhombic system)에 속하는 결정구조로 알려져 있었죠. 하지만 물질을 나노사이즈로 제작했더니 동일한 물성은 나오지만 기존의 사방정계 이론으로는 해석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박사는 X-선 및 중성자 회절을 활용한 다양한 결정구조 해석법을 통해 칼륨니오베이트가 나노선으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결정형태인 단사정계(monoclinic system)에 속하는 구조임을 밝혀냈다. 결정구조를 규명하는 것은 정육면체 물체의 크기를 정하고 그 안에 원자구조들이 어떻게 배열되는지를스펙트럼을 보고 거꾸로 해석하는 과정으로 이번 해석작업에만 1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다. 김용일 박사는 "전 세계 연구진들이 다양한 합성법을 사용해 신물질을 개발하고 있지만, 물성을 예측하고 규명하기 위한 필수적인 결정구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응용연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많다"며 "이번 칼륨니오베이트 나노선 결정구조 규명을 통해 관련 소재 기반 응용 분야 연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학계에서는 김용일 박사팀이 상온 상태의 칼륨니오베이트 나노선 결정구조를 새롭게 규명함으로써 해당 물질에 대한 물리화학적 성질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박사의 연구결과는 화학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지 2013년 1월호에 게재됐다.

▲김용일 박사가 X-선 회절데이터 측정을 위해 장비(X-선 회절기)에 시료를 올리는 모습. ⓒ2013 HelloDD.com

▲칼륨니오베이트 나노선의 결정구조.   KNbO3 산화물에서는 금속 이온 칼륨과 니오븀 및 산소이온이 1:1:3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6개의 산소이온으로 형성된 8면체안에 있는 니오븀은 8면체의 중심에서 벗어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와 같이 양의전하(니오븀)와 음의전하(산소)의 위치가 어긋나게 돼 있어 그 주변에 전기장을 형성함으로써 KNbO3가  압전 특성을 나타내는 원인이 된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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