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KAIST 초청간담회에 '최고 이공계생' 부모 400여명 참석
인성·영어교육에 등록금제·식당개선까지 다양한 의견 개진

KAIST는 1일 학부모 초청 간담회를 열고 학생들을 따뜻한 과학자로 양성하기 위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사진=KAIST 제공>
KAIST는 1일 학부모 초청 간담회를 열고 학생들을 따뜻한 과학자로 양성하기 위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사진=KAIST 제공>

"KAIST는 종합대학이 아닌 이공계대학이고, 또 학생들도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학생들이 모이다보니 인문, 철학을 접할 기회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철학 등 인문학 등을 다양하게 접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학교 교과과정에 감안해 주시길 바랍니다."

1일 KAIST 대강당에 모인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글로벌리더로 키우기 위해서는 과학교육과 영어교육의 중요성만큼 인문학의 중요성과 문화적 다양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성모 총장은 "학생들이 인문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자신뿐 아니라 많은 교수님들이 이미 공감하고 있다"며 "정규 강의 뿐 아니라 기숙사, 식당 등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하는 만큼 전인교육, 인성교육, 리더십 교육 등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강성모)는 1일 교내 대강당에서 학교운영 철학과 비전, 학사 정보를 공유하고, 학생들의 교육·연구를 비롯해 학교생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학사과정 학부모 초청 간담회를 진행했다.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행사에는 강성모 총장과 박규호 교학부총장, 오준호 대외부총장, 김병윤 연구부총장 등 주요 보직자들과 학부생 학부모 43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학부모 석에는 KAIST생 자녀를 둔 아버지, 어머니뿐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등 가족들도 함께 참가해 자녀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그동안 입학식 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생활 설명회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이번과 같이 학부모 초청간담회가 열린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강성모 총장은 학생·교수에 이어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핵심가치를 만든다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

강 총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입학식에서 4년 후에 다 같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자고 약속했다"며 "KAIST에 자녀를 잘 보냈다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과학·공학 지식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품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로 길러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학교 운영방안으로 '따뜻한 과학자 양성'과 '행복한 캠퍼스 만들기'라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 Education 3.0(교육 3.0), 영어교육, 인성·창의 교육 등을 제시했다.

 박규호 교학부총장은 "지난달 새내기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0% 정도의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답했다"면서 "여름방학 기간 영어캠프, 영어클리닉 등을 통해 집중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이 애로사항으로 꼽은 이성관계 문제와 금요일 오후의 강의 보충을 위한 연습반, 재수강제도, 학생 모임 등에 대해서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간담회에는 강성모 총장을 비롯한 주요보직자들이 모두 참여해 학부모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양한 건의사항을 경청했다.
간담회에는 강성모 총장을 비롯한 주요보직자들이 모두 참여해 학부모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양한 건의사항을 경청했다.

◆ 인성교육·자녀 먹을거리 등 2시간 동안 다양한 질문과 건의 쏟아져

학교 측의 학교운영현황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학부모와의 간담회 자리가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영어수업, 등록금자등제도, 무학과제도 등 학사과정 전반에 대해 질문하고 다양한 건의사항을 제시했다. 또 학교가 이런 대화의 장을 마련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도 전했다. 

한 학부모는 "한 달 전 학부모 간담회에 초청하는 총장님의 친필 편지를 받고 울산에서 올라왔다"며 "아이를 멀리 보낸 후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걱정했는데 이런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줘 감사한 마음으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학교 운영방안에 대한 학부모들의 다양한 제안도 이어졌다.

1학년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아이들이 다양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 뿐 아니라 다양한 리더십 강연, 뮤지컬 등의 문화행사와 같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인문, 사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또다른 어머니는 "건강해야 공부도 잘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하루 3끼를 학교에서 모두 먹어야 하는 만큼 영양잡힌 친환경적 식단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학생생활처장은 "철학을 비롯해 다양한 인문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총 28학점을 배정하고 있다"며 "종합대학에 비해서는 충분한 교과목을 개설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행정처장은 "식단가는 높이지 않으며 음식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외주업체 선정도 학생들과 함께 논의하는 등 다양한 메뉴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생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학년 자녀의 아버지는 "KAIST가 등록금 차등제로 인해 논란을 빚었는데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으며 또 다른 학부모는 "학생들을 글로벌 리더로 키우려면 영어와 토론식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명한 교수를 초빙하고 해외 유명대학과의 교류를 활발히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강 총장은 "학점 3.0 이하의 학생들에게 차등적 등록금을 부과하는 것에는 부작용이 더 많고, 개인적으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수와 학생 등이 참여하는 핵심가치 제정위원회 등에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총장은 이어 세계 유수대학을 비롯해 서울대·포스텍 등 타 대학과의 랭킹을 비교하며 학교 의 랭킹 향상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랭킹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기도 하기에 랭킹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랭킹만을 목표로 학교가 운영되면 부작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벨상 역시 연구를 잘해서 그 결과로 받는 것이지 노벨상을 받기 위해 연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랭킹도 중요하지만 랭킹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 다만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KAIST가 되기 위해 세계 우수 대학과 연구실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답했다. 

행사에는 전국에서 43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해 자녀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행사에는 전국에서 43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해 자녀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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