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발전TF로 체질개선…담장 허물고 히든챔피언 육성
출연연간 연구원 교류 등 융합연구 위한 새로운 시도

'창조경제 실현계획'이 새 정부 출범 100일 만에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가 5일 발표한 '창조경제 실현계획'은 창의적 아이디어 살리기가 역점이다.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해 창조경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의 최전선인 출연연은 지난 2월부터 창조경제 모드로 체질을 개선하는 등 일찌감치 창조경제 구체화의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미 TF를 통해  창조경제에 기반을 둔 출연연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등 출연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내부로 부터의 변화와 혁신을 꾀하며 이제 본격적인 창조경제 드라이브만 남았다는 입장이다.

과출협은 지난달 7일 발표한 출연연 발전전략에서 중소기업 지원과 출연연간 융합연구를 강조했다. '중소기업 행복센터'를 구축해 중소기업이 전화 한 통이나 한 번의 방문으로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출연연간 칸막이 제거와 효율적인 융합연구를 위해 각 출연연 부원장급으로 구성된 '협의체'도 구성한다는 방안이다. 협의회는 기관별 사업비의 10% 이상을 타 기관과 융합연구에 투자하고 융합연구 파견자에는 연봉의 30%를 인센티브로 지원하는 안을 추진 할 계획이다.

각 출연연들도 기관간 담장을 낮추고 기술 사업화와 창업을 늘리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내놓는 등 창조경제 실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 히든챔피언 육성 나선 출연연

핵융합연은 매년 '중소기업 상생 한마당'을 열고 핵융합 연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열린 상생 한마당).
핵융합연은 매년 '중소기업 상생 한마당'을 열고 핵융합 연구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열린 상생 한마당).
중소기업 지원, 기술사업화 활성화 등을 통한 한국의 히든챔피언 육성은 모든 출연연이 동참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권면)는 핵융합 및 플라즈마 분야의 기술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고, 국내 산업체의 연구개발 사업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11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중소기업 상생한마당'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출연연과 중소기업의 만남을 통해 서로가 상생하는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자리이다. 핵융합연은 행사를 통해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 및 특허 등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파생기술을 중소기업에게 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핵융합연이 발주 예정인 6개 분야 94개 발주 사업에 대한 구매 상담과 협력사업 설명회를 진행해 중소기업이 출연연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는 지난달 21일 원자력 연구개발 성과를 활용한 중소·벤처기업 창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원자력성과확산관'을 개관, 향후 창업 기업 육성과 기술 이전 등을 통한 원자력 연구 성과 확산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원자력연은 원자력성과확산관을 중심으로 기존의 창업보육 활동을 강화해 강소기업 육성을 지원하고 연구 성과를 기반한 산업체의 해외 진출 지원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더불어 원자력 벤처기업의 집적을 통한 조기 정착과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해 대전시 유성구 화암동 일대에 약 4만 9000㎡ 규모의 '대덕 제 2원자력 밸리' 부지를 조성 중이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필호)은 4월 초 원내에 중소기업기술협력센터를 설치한데 이어, 그린광학의 기업부설연구소를 설치하며 본격적인 기술 확산 및 중소기업 지원 업무에 나섰다.

중소기업기술협력센터에서는 그동안 부서별로 분산 운영해왔던 관련 업무들을 통합, 이전기술이나 기업을 발굴하고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중소기업에 적극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또 그린광학과의 협력 사례는 출연연과 중소기업 상호간의 실질적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형성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박영서)는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를 통해 과학기술 각 분야 전문가들과 역량을 모아 중소기업의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기업 현장방문 및 지식멘토링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출연연 간 인력 교류 등 융합연구 본격화

오태광 생명연 원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T혁신을 위한 전략과 과제' 주제로 바이오 경제시대의 도래에 따른 바이오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오태광 생명연 원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T혁신을 위한 전략과 과제' 주제로 바이오 경제시대의 도래에 따른 바이오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융합연구를 위한 협력과 손잡기 등 출연연 간 담장허물기가 다양한 모습으로 시도되고 있다.

송양섭 표준연 기반표준본부 책임연구원이 지난 3일부터 3년간 한의학연 한의기술표준센터장으로 파견 근무를 시작했다. 출연연에서 인력 교류를 위한 파견근무는 이번이 첫 사례다.

출연연 간 융합연구를 위한 물꼬가 터지면서 앞으로 융합연구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송 책임이 복귀하면 표준연은 안정적으로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강력 지원할 계획이다.

또 ETRI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연구개발(R&D) 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바이오기술과 정보기술 분야 빅데이터 등 핵심기술 간 융합연구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지난 5월 23일 기초연구 인프라 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IBS(기초과학연구원)가 기관 간 '칸막이 없는 융합연구'를 위해 손을 잡았다.

최문기 장관이 몸을 담았던 기관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KAIST와 ETRI는 4월 2일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RED&B 협정'을 체결하며, 창조경제 실현에 핵심 인프라가 될 ICT 연구 및 기술개발, 기술성과의 조기상용화를 통한 세계적 ICT 기업육성 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 기관운영에 창조경제 철학 심었다

과출협 기관장들이 출연연 발전전략 실천방안 마련을 위한 합동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창조경제 철학 실천에 나섰다.
과출협 기관장들이 출연연 발전전략 실천방안 마련을 위한 합동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창조경제 철학 실천에 나섰다.
출연연 발전전략의 후속방안들도 속속 발표됐다.

먼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문길주)는 5월 29일 창업과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사회문제 해결 등에 초점을 맞춘 창조경제 실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KIST가 이날 발표한 대책은 ▲개방·협력·융합형 연구 대폭 확대 ▲창업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전주기 맞춤형 지원 강화 ▲창업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신모델 제시 등으로 기관 운영에 창조경제 철학을 심었다는 분석이다.

KIST는 출연금 재원 중 사회현안 해결형 연구와 중소기업 지원 및 창업과 이어질 수 있는 실용연구 비중을 기존 15%에서 30%로 늘리고, 다른 출연연과 진행하는 초대형 공동 R&D 과제를 2015년까지 5개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조경제 실현의 마스터키는 역시 '창업'과 이를 뒷받침할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이다.

KIST는 연구자만이 아닌 창업에 뜻이 있는 희망자들이 KIST의 기술을 공유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개념 기술창업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연구원들이 창업·경영에 대한 지식 기반이 없이 기업을 설립한 후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또 기관 보유기술을 융합하고 패키지화해 신생기업 창업과 중소기업 육성을 돕고, 기업들이 KIST 연구실에 함께 상주하면서 로봇 등 기존 보유기술과 연구실, 연구장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개방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독자적인 R&D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중기공동R&D센터를 설립하고, 창업경험이 있는 창업 희망자를 공개 모집해 기술과 연구비, 인프라 등을 집중 지원하는 등 기술창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도 5월 29일 융합연구와 측정기술 상용화를 지원하는 'BOC(Blue Ocean Creation)센터'를 6월중 설립하고 기술사업화를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BOC센터는 표준연이 보유한 다양한 측정기술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해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이나 제품으로 상용화하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표준연의 염도측정기술을 휴대폰 안테나에 접목하면 사람들이 음식 염도를 휴대폰으로 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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