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금계국은 아침 햇살만큼이나 밝고 아름답다. 정말 꽃말처럼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금계국은 아침 햇살만큼이나 밝고 아름답다. 정말 꽃말처럼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6월로 접어들면서 바로 여름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여기 저기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금계국이 이 즈음의 대표적인 꽃인 것 같다. 아침 산책길에 만나는 금계국은 아침 햇살만큼이나 밝고 아름답다. 정말 꽃말처럼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내가 일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매년 초여름이면 금계국이 피어나는 예쁜 언덕길이 하나 있다. 매년 이맘때면 아침에 이 길을 오르면서 참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만나는 직장 동료들에게도 이 길을 한 번 걸어보기를 권하곤 하였다.

매년 이맘때면 아침에 이 길을 오르면서 참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매년 이맘때면 아침에 이 길을 오르면서 참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몇 년 전 일이다. 그날도 아침 산책을 하기 위해 그 길에 접어 들었다. 그런데 바로 전날 아침까지 아침 햇살에 황금빛으로 나를 맞아주었던 꽃들이 모두 사리지고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내 눈을 의심하였지만 다시 보니 분명 길가에 싱싱하게 피어 있어야 할 꽃들이 모두 가지런히 잘려 있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길의 끝까지 가보았지만 모두 같은 상태였다.

몇 년 전, 언덕길에서 금계국이 사라져버린 일이 있었다.
몇 년 전, 언덕길에서 금계국이 사라져버린 일이 있었다.
무척 마음이 상하여 사무실로 돌아와 조경을 관리하는 담당자에게 항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어째서 금계국을 모두 잘라버렸는지 따져 물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뒤에 담당자가 상황을 파악한 뒤 나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을 해주었다. 잡초를 베는 인부들이 금계국도 잡초라고 생각하고 모두 베어 벼렸다는 것이다. 아마 그 사람들은 잔디 이외에는 모두 잡초라는 생각했거나, 금계국 사이로 난 풀들을 선별하여 베는 일이 어려워 모두 잘라버렸던 것 같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잘려버린 꽃들을 어찌하겠는가? 그 해에는 더 이상 금계국을 볼 수 없었다. 그 이후 한동안 잡초를 베는 작업을 할 때면 나에게 전화를 걸어 어느 지역의 잡초를 자르려 하는데 괜찮은지를 묻곤 하였다.

잡초와 화초의 차이는 무엇일까? 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질문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대답이라고 추천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잡초는 원하지 않는 식물이다. 나팔꽃은 우리에게 익숙한 화초이지만, 야생 나팔꽃(field bindweed)은 밀밭에서는 잡초다. 잡초의 특징은 잘 번식하여 우리가 원하는 식물의 영역을 침범하고 밀어내는 경향이 강하다. 또 때로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유해한 독성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잡초는 일반적으로 외래종이 많으며 주변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 즈음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잡초는 바로 망초나 개망초다.
이 즈음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잡초는 바로 망초나 개망초다.
이 즈음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잡초는 바로 망초나 개망초일 것이다. 들판과 집 주변의 작은 공터 어디에서나 무성하게 자라 하얗고 작은 꽃을 피우는 개망초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일본이 우리나라에 철도공사를 시작할 때 철도침목에 묻어 왔다고 한다. 사람들은 번식력이 강해 빠르게 퍼지는 못 보던 꽃을 보면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들여온 풀이라고 해서 망국초(亡國草)라고 불렀으며 후에 망초가 되었다고 한다. 개망초는 망초보다 꽃이 더 크고 예쁜 편인데 이 꽃을 비하하기 위해 '개'자를 붙여 개망초라 불렀다고 하니 앞에서 설명한 잡초의 특성을 잘 말해주는 식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들판에 하얗게 핀 개망초는 둥그렇게 둘러싼 흰 꽃잎과 꽃에 비해 큰 노란 꽃술이 마치 계란 프라이를 닮았다고 해서 계란 프라이꽃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들판에 하얗게 핀 개망초는 둥그렇게 둘러싼 흰 꽃잎과 꽃에 비해 큰 노란 꽃술이 마치 계란 프라이를 닮았다고 해서 계란 프라이꽃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들판에 하얗게 핀 개망초는 마치 안개꽃이나 메밀꽃처럼 운치가 있으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소박하면서도 예쁜 꽃이다. 둥그렇게 둘러싼 흰 꽃잎과 꽃에 비해 큰 노란 꽃술이 마치 계란 프라이를 닮았다고 해서 계란 프라이꽃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특히 아침에 이슬을 머금거나 비에 젖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청순 가련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이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누가 이 꽃을 잡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제 지천으로 피어나는 개망초를 보면서 잡초와 화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원하지 않는 자리에 있는 식물'이 잡초라는 정의가 마음에 와 닿는다. 아름다운 양귀비꽃도 유럽의 밀밭에서는 잡초가 된다. 어찌 보면 이 모든 땅이 원래 잡초의 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땅을 점령해 버린 사람들과 사람들이 심고 가꾸는 식물들이 잡초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화초의 반대 되는 개념은 잡초가 아닌 야생초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누가 이 꽃을 잡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모습을 들여다 보면서 누가 이 꽃을 잡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떤 정원사가 화단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것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잡초는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데, 왜 정원에 심은 화초는 그렇게 열심히 돌보아 주어야 하지요?" 그러자 정원사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화초는 사람들이 돌보도록 만들어졌지만, 잡초는 하나님께서 돌보시기 때문이지요."
사람의 자리도 마찬가지 이리라. 내가 잡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다른 사람들 보기에 적당한 곳인지, 다른 사람의 자리를 침범하고 밀어내고 있지는 않은지, 더 나가 그들에게 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독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가끔씩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화초와 야생초가 어우러져 함께 피어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이미 여름의 문에 들어서 있는 이 아침에 금계국과 개망초가 피어있는 꽃밭에서 자연의 풋풋한 향기를 맡는다.

이미 여름의 문에 들어서 있는 이 아침에 금계국과 개망초가 피어있는 꽃밭에서 자연의 풋풋한 향기를 맡는다.
이미 여름의 문에 들어서 있는 이 아침에 금계국과 개망초가 피어있는 꽃밭에서 자연의 풋풋한 향기를 맡는다.
개망초/박준영

6,7월 망초꽃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냥
잡풀이었지
내 눈에 들기 전에
이름도 몰랐으니

복판은 한사코 마다하고
길섶에만 피어 있어
눈부시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고
무엇 하나 내노라 할 게 없이
그냥 서 있는 거다

희멀겋게 뽑아 올린 줄기에
너더댓 가지 뻗고
다시 잔가지 서너 개 나뉘더니
가지마다 대여섯 작은 흰 꽃 피운다

외로운 건 참을 수 없어
무리로 무리로
종소리 듣고 타고 내린 달빛처럼
허옇게 또 허옇게
내려앉고 내려앉아
잡초마냥 민초마냥
이 강산 여기저기
이렇게도 뒤덮는다

이제
그 이름 물어물어
개망초로 알았지만
마음에 있어야 보인다고
50평생 살아 처음 보는 꽃의
눈부시지 않은 그 찬란이
알아주지 않는 그 영광이
날 이다지도 뒤흔들어 놓는다

6, 7월 개망초꽃
지천으로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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