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의 발족 이후, 창조경제를 본격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특구는 그 중에서도 창조경제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전초기지로 최근 '창조경제 전진기지 기획위원회'가 열리기도(7월 26일) 했다. 대덕특구의 연구인프라를 이용해서 창업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4일 발표한 미래부 하반기 주요업무 추진계획은 ICT 기술을 연계한 R&D를 창조형 R&D로 구분하여 보다 집중된 실행 의지들을 담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불었던 연구단지내 창업붐을 어쩌면 다시 보게 될 수도 있다.

당시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원과 학교의 교수들이 창업에 뛰어 들었지만, 성공사례보다 더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최근 과학계의 창업분위기 조성은 산학연 연계를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고, 연구개발성과를 사업화하고, 출연연의 공동기술지주회사 설립 등 연구소 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산학협력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교수들과 산업체들간의 공동연구를 수행하거나, 산업체의 수요에 맞춰서 특성화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산학공동교육트랙을 운영하기도 한다. 정부에서는 산학협력선도대학을 주요 지역마다 지정해 지역밀착형 산학협력 특성화를 통해 필요 인력을 양성하는 LINC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에서 전국의 주요 대학들에 삼성 SW인력양성 프로그램 개설을 제안한바 있다.

심지어 교수들의 업적평가에 산학협력활동 내역이 반영되고 있다. 이전보다 더욱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산업체와 연계가 대학에서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대학 내에서 바라보는 이러한 산학협력운동(?)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연계되어 실용적인 교육과 연구가 이뤄지리라는 기대와 동시에, 한편으로는 자칫 체계적인 추진이 되지 못한다면 지난 10년전과 같이 일시적인 구호로 그칠 수도 있다고 본다.

산업체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대학에서 산업의 최일선에서 진행되는 기술경쟁 상황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므로,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에게는 양질의 실무경험을 제공한다. 산업체 과제는 타 과제보다 연구기간이 짧은 단기개발이 대부분이며, 개발 기간동안은 기업체의 집중 관리를 받으며 수행해야 하는 등 타 과제에 비해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어떤 업체에서는 자신들의 개발업무의 일부를 떼어서 학교를 마치 아웃소싱 기관인양 과제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통상 대학에서의 연구개발은 학생들과 함께 교수가 교육과 봉사를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을 나누어 수행하는 것으로, 일반 전일제 직원들이 업무를 하는 것보다 시간적으로 효율성이 낮아 개발기간이 길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학에서는 기업체의 과제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예를 보면, 산업체가 단발성의 단기연구과제를 대학에 주기 보다는 부설연구소를 설치한다던가 산업체 담당교수를 임명하고, 그 교수를 통해 산학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학은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지, 제품을 만드는 곳은 아니다. 단기간의 결과를 요구하기 보다는 좀더 멀리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면 우수한 결과물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미래 기술개발을 수행하는 데, 외부기관에 자신들의 전략이나 핵심 기술이 노출 되는 것을 꺼린다. 국내의 취약한 지적재산권 보호관련 법규도 이들의 조심성에 한몫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의 다양한 공동연구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연구에 참여하는 대학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해 주는 관습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대학교수와 산학협력 활동으로 얻어진 기술을 대학 모르게 일방적으로 사업화 한다는 사례도 여러 차례 들려온다. 자신들의 분야에서 최고의 연구력을 보유한 대학의 연구실이라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협력 파트너를 만들수 있도록 신뢰를 구축해 가야 한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연구소를 주요 대학 주변에 설치하고, 우수한 연구자들을 고용해 주변의 대학들과 연계하여 협력 연구를 수행한다. 버클리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이 실리콘밸리에 우수한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것도 지역협력의 성공적인 모델인 것이다.

인텔연구소와 카네기멜론 대학의 관계도 그렇고, NEC연구소와 프린스턴 대학의 관계도 그렇다. 미국의 우수연구논문에 기업연구소와 대학의 이름을 저자리스트에서 종종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사례를 보여준다.

연구소 직원들이 대학 박사학위 심사에 초빙되기도 하고 학생들이 주변의 연구소에 출근하여 인턴십를 수행한다. 국내의 실정은 어떠한가. 대기업소속 파견 학생들의 교육목적이 대부분이며, 기업과 대학의 진지한 공동연구는 일부 극소수의 대학에서만 제한적인 형태로 이루어질 뿐이다.

최근 기업이 특정 대학을 소유하고 이 대학을 중심으로 필요인력을 수급하는 형태도 대학이 교육기관이라는 측면을 볼 때, 다소 성급하게 인력을 수급하려는 모델이 아닌가 한다. 교육에 있어서 기업들은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기다리다 못해 자체적으로 교육기관을 만든 NHN도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해당분야에 배출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은 대학의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인지 이 분야의 졸업생들이 우대받지 못하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타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우수한 인력의 배출은 사회의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회에서 자신의 분야의 인력들이 높은 급여와 복지를 제공받는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런 사회 체제가 구축된다면, 우수한 인력들이 자신들의 학문분야를 선택할 것이고, 전국의 대학이 보유한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적으로 입사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창조경제를 지지해줄 산학협력은 참여하는 기업과 대학들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상대의 역할과 역량을 존중하면서 추진되어야 한다. 기업은 대학에 연구인프라를 투자하고, 대학은 우수한 인력을 교육하는 것이다. 배출된 산학협력 인력에 대해서는 우수한 대우를 통해 연구개발인력이 사회적으로 우대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주길 바란다.

김형신 교수
김형신 교수
김형신교수는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써레이 대학에서 위성통신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 2호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귀국하여 KAIST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인공위성프로젝트에 10여년간 참여해오면서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계약직 연구원으로 장기간 근무하기도 하였으며, 학위후에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스마트폰등의 모바일 기기와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베디드 시스템의 성능분석, 저전력 최적화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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