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펴내고 27일 KAIST서 첫 사인회
하버드대 박사가 본 한국의 가능성…"유고한 역사에서 정체성 밝혀야"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만열 교수.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만열 교수.
본명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로 미국인이지만 이만열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더 유명한 그가 최근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펴내고 첫 책사인회를 위해 대전을 찾았다.

자칭 '대전맨'이라 할 정도를 대전을 사랑하는 그가 첫 사인회 장소로 대전을 택한 건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27일 사인회가 마련된 KAIST 도서관 1층 북카페에는 사인회 시간보다 서둘러 온 지인들이 이미 책을 사들고 그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 주 금요일 책이 나왔어요. 따끈따끈 하죠. 대전은 사람들이 참 좋아요. 친한 친구들도 많고, 책에도 대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밝혔다.

이번 책은 그가 수년 동안 언론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2007년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의 정책특보로 한국에 들어온 이 교수는 이때부터 4년여 동안 대전에서 생활했다.

미래 한국의 비전을 이야기 한 책 마지막장에도 대전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대전은 산으로 둘러싸인 큰 밭 사이를 3개의 하천이 지난다.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 등 3개의 하천은 생태 도시로서 대전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요소가 된다"며 "이런 잠재력을 국제 사회에 홍보할 수 있다면 대전은 과학기술의 메카라는 명성에 생태 도시의 선두 주자라는 장점이 더해져 동아시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도시로 알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을 사랑하면서도 지역의 발전을 위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전은 한국의 대표적인 도시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지역이지만 더 이상 과학 도시로 홍보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과학도시가 될 수 없다는 게 아니라 과학도시에 이미 도달했으니 눈에 보이는 기술이 아닌 대전만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자는 거죠. '휴보'만 강조할 게 아니라 '생태'를 강조하고, 과학기술이 메카 KAIST에 문화와 예술을 입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책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제목답게 한국에 대한 애찬보다는 따가운 비판을 통한 발전 가능성을 그려냈다. 더 멋진 한국을 만들자는 그의 제안인 것이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한류는 연예나 대중가요, 드라마에만 국한 된 표면적 문화일 뿐이다. 대중문화의 힘을 과소평가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류를 완전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노래 한 곡, 드라마 한 편이 아닌 한국 문화의 근본적인 우수성을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은 존경할 만한 나라나는 인식을 세계인의 머리에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래 한 곳으로 한류를 이야기하는 것은 소비문화만을 생각하는 것으로 물질주의만 강조되는 것"이라며 "전통 유고 사상 등이 오히려 더 강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선비 정신을 예로 들었다. 일본의 '사무라이'와 '닌자'가 국제사회에 일본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것과 같다며 "선비 정신은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행동을 나타낸다. 만약 한국이 선비 정신을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수정해 재창조할 수 있다면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인스티튜트 소장이기도 한 그는 한국의 위상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한국은 지금까지 국제 사회에서 제대로 자신을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원인을 찾자면 '새우 콤플렉스'에 있다.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초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한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스스로 약소국가로 인식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당당한 선진국으로 제 역할을 다하려면 정체성을 정립해야 하는데, 이런 정체성은 수천 년 동안 지속한 한국 역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만열 교수는 생명공학연구원, 원자력안전기술원 자문관, 우송대 교수 겸 아시아연구소장 등을 지냈으며 지금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겸 아시아 인스티튜트 소장에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세계석학들 한국미래를 말하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하버드 박사의 한국표류기', '연암 박지원의 단편소설' 등이 있다.

지인들의 사인공세에 마냥 즐거운 이 교수. 그의 사인은 상형 문자를 연상케 해 관심을 끌었다.
지인들의 사인공세에 마냥 즐거운 이 교수. 그의 사인은 상형 문자를 연상케 해 관심을 끌었다.

책 사인회는 딱딱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책 사인회는 딱딱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인터뷰한 기자에게도 잊지않고 친절하게 사인해 주는 이 교수.
인터뷰한 기자에게도 잊지않고 친절하게 사인해 주는 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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