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사람들은 무엇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만일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은 동일한 사물을 보면서 정말 모두 똑같이 인식을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글쎄" 하며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사진은 무엇으로 찍는가? 물론 카메라일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다. 디지털 카메라의 화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는 렌즈와 사용하는 감광소자, 그리고 신호처리를 위한 알고리즘을 들을 수 있다. 요즈음은 1000만 화소 이상의 감광소자를 사용하는 카메라들이 많아져 이전의 필름카메라와 거의 화질의 차이를 느낄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세상이 화소 수가 적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거칠지 않은 것은 바로 우리 뇌 속에 있는 화상처리 알고리즘이 지극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즉 뇌에서 화소와 화소 사이를 주변의 정보를 이용하여 절묘하게 메워 주기 때문이다. 사물의 형상과 움직임은 뇌의 또 다른 부위에서 인식하여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결국 사물로부터 오는 빛은 눈으로 감지하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형상을 구성하고 인지하는 일은 우리의 마음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이나 관점에 따라 같은 것을 보면서도 우리는 상당히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렇듯 좋은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다고 할 수 있다.
한가로이 늦여름 햇살에 고운 날개를 접고 해바라기를 즐기는 표범나비 역시 여름 내내 번식을 하면서 아름다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시골 집 돌담 너머 백일홍도 백일 동안을 함께 했던 여름을 아쉬움 속에 배웅한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여름 동안 간간히 꽃을 피워내던 산수국도 이제 마지막 꽃을 피우고 있다. 꽃잎 위에 맺힌 물방울 속으로 스며드는 늦여름 햇살이 유난히 영롱하다.
늦여름/정석희
8월의 돌담 사이
웃음으로 반기는 봉숭아
어여삐 드러낸 뽀오얀 젖가슴은
연분홍 그리움으로
신접살림 피웠다.
엊그제 성화이던 폭염은
솔바람 타고 숨었나
갓 구워낸 옥수수 내음
가을을 손짓 한다.
한 풀 고개 숙인 여름은
강아지풀 앞세우는데
처녀가슴 덩달아 익어가는 날
사나이 마음은 들판을 앞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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