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준석 ETRI 책임연구원

무등산 옛길 중 정상을 오르는 가장 멋진 길인 무등산장 서석대로 이어지는 2구간 길을 걸었습니다. 당초 화려한 눈꽃을 기대하며 서석대로 올라갔는데, 눈꽃보다 더 황홀하고 아름다운 운해를 만났습니다. 몇십년 동안 수십차례 무등산을 올랐지만, 이처럼 운해를 본 것은 생전 처음이었네요. 나의 큰 바위 얼굴인 무등산이 이번에도 참 멋진 선물을 주었습니다.
 

ⓒ2013 HelloDD.com

2010년 12월에 무등산을 와보고 만 2년 만에 무등산으로 발길을 했습니다. 무등산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무등산 옛길 2구간 길을 걷기 시작하네요.

당초 이곳에 온다고 계획할 때만해도 눈이 오고해서 멋진 설국을 보리라 예상을 했는데, 갑자기 날이 포근해지는 바람에 비가 내려서인지 눈의 흔적은 없고 마치 겨울이 지나고 초봄이 오는 분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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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옛길이 생기기 전에는 이길은 등산로가 아니어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이었지요. 하여 무등산의 다른 등산 코스보다는 원시적인 느낌이 물씬합니다.

편안한 숲길을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제철 유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활동한 김덕령 장군이 이곳에서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철을 만든 곳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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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없었는데 이곳 주변으로 무등산 의병길이라는 새로운 길이 생겼는데, 충정공 김덕령 장군의 의병 활동지를 이어가는 길인 것 같네요.

질퍽거리는 길을 걷는데 새 한마리가 날아가지 않고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무슨 인연인지 사람이 가까이 가면 날아가는데 오랫동안 앞에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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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하고 한적한 오솔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걷습니다. 삶이란게 이처럼 한치앞도 알 수 없는 안개속이지만 그래도 길이 이어지듯이 그리 삶도 이어질거라 희망이 있기에 살겠지요.

손을 꼭 잡고 산을 오르는 연인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니 사랑이란 의미는 무얼까 생각해봅니다.

'내 사랑은 혼자하는 사랑이다'
책을 읽는데 이 글귀가 가슴에 팍 와서 박히더군요. 여튼 신에 대한 사랑이든 아니면 사람에 대한 사랑이든 저에게는 늘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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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도 들으며 가파른 길을 좀 더 올라서니 짙은 안개속에서 조금씩 햇살이 나타나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서석대로 오르는 길 입구에서 바라보니 안개는 옅어지고 이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당초 안개가 계속되면 서석대를 오르지 않고 이 곳 입구에서 중봉 방향으로 하산을 하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이처럼 맑은 하늘이 펼쳐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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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눈꽃은 없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조망처에 도달하니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웅장한 운해가 펼쳐집니다.

정말 이순간만큼은 나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는 그런 시간입니다. 자연에서 느끼는 사랑의 절정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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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운해를 뒤로하고 좀 더 높은 곳에서 그 장엄한 모습을 보기위해 서둘러 서석대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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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자연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저도 과거에 주말마다 산을 아주 많이 다녔지만, 설악산 공룡 능선의 아침 운해의 모습 등 운해의 풍경을 산에서 만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요.

무등산은 도시에서 가까워서 이처럼 웅장한 운해가 만들어지는 것이 극히 드문 일일텐데 오늘은 정말 대단한 행운의 날인 것 같습니다.

아늑하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혹시 마법에 빠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록 무등산의 정상 역할을 하고 있는 서석대지만 언젠가는 저 무등산 정상에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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