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박사팀, 루게릭병 발병 'eIF2 alpha 인산화 영향' 규명
루게릭병 치료·신약개발 가능성 열어…'네이처 제니틱스' 게재

초파리와 포유류 신경 세포 루게릭병 모델에서 'eIF2 alpha' 인산화을 억제하는 화합물이 증상의 진행을 억제함을 보여주는 결과. 정상과 루게릭병 환자의 척수 운동 신경세포를 면역 염색한 결과, 루게릭병 환자 모델에서만 스트레스 그라뉼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세포질에 비정상적으로 응집됐다.(가) 초파리(나)와 포유류 신경 세포(라)에서 TDP-43를 과발현 시켰을 때 나타나는 독성을 PEK 억제제가 감소 시킨 모습. 포유류 신경세포에서 TDP-43를 과발현 시켰을 때 나타나는 세포 사멸 현상을 촬영한 사진.(다)
초파리와 포유류 신경 세포 루게릭병 모델에서 'eIF2 alpha' 인산화을 억제하는 화합물이 증상의 진행을 억제함을 보여주는 결과. 정상과 루게릭병 환자의 척수 운동 신경세포를 면역 염색한 결과, 루게릭병 환자 모델에서만 스트레스 그라뉼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세포질에 비정상적으로 응집됐다.(가) 초파리(나)와 포유류 신경 세포(라)에서 TDP-43를 과발현 시켰을 때 나타나는 독성을 PEK 억제제가 감소 시킨 모습. 포유류 신경세포에서 TDP-43를 과발현 시켰을 때 나타나는 세포 사멸 현상을 촬영한 사진.(다)
세계적 희귀난치질환인 '루게릭병'의 새로운 발병 원인과 치료 가능성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한국뇌연구원(KBRI, 원장 서유헌)은 뇌융합연구부 김형준 박사가 루게릭병 발병을 유도하는 새로운 기전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제니틱스'(Nature Genetics) 2월호에 실렸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죽으면서 신체마비를 불러오는 병으로 정식 명칭은 '근위축측상경화증'이다. 10만명 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환자 대부분이 발병 후 2~5년 내 사망한다. 과거 미국 메이저리그 강타자인 루게릭이 이 병에 걸린 이후 '루게릭병'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는 약 3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루게릭병과 관련해 2006년 이후에야 TDP-43 유전자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가 루게릭병 발병과 연관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TDP-43 유전자가 어떻게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성을 유발하는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김형준 박사가 2010년 네이처에 '아탁신(Ataxin)-2'라는 단백질 내 폴리글루타민 길이 증가가 루게릭병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밝혀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연구성과는 관련 기전을 연구하면서 얻은 것이다.

김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진핵세포에서 면역 개시에 관여하는 콤플렉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eIF2 alpha'가 인산화되면서 형성되는 '스트레스 그래뉼'(Stress Granule : 세포질에 형성되는 고밀도 단백질과 RNA 중합체)이 루게릭병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 박사는 'eIF2 alpha' 인산화에 의해 유도되는 스트레스 그래뉼 형성이 저해되면 TDP-43의 독성도 함께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초파리와 포유류 신경세포 루게릭병 실험을 통해 'eIF2 alpha' 인산화를 억제하는 화합물이 루게릭병 증상 진행을 억제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희귀난치 질환인 루게릭병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루게릭병과 관련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은 '릴루졸'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약물도 루게릭병 환자의 수명을 수개월 정도 연장하는데 그치는 정도다.

한국뇌연구원은 "기초연구 수준에서의 기전 제시지만 이에 근거해 질병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밝혔단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면서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는 인간 수준에서 기전의 확실한 검증과 응용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환자 조직을 이용한 실험이 필수다. 이를 위해 뇌조직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