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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민적 아픔 '세월호' 현장에 가다

[세월호 침몰 사고②]피해자들, 과학계에 적극적 기술개발 희망
"과학계 이제는 힘 모아야 할 때"

진도군 실내 체육관 현장. 희생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안타까움만이 가득하다.

세월호 침몰로 인한 국민적 아픔이 커지고 있다. 꽃다운 나이의 아이들, 결혼을 앞둔 연인 등 안타까운 사연만 가득하다. 산 자와 죽은자, 국민들 모두 슬픔에 잠겨있다. 전국민적 재난 앞에서 과학계는 어떤 것을 도울 수 있을까? 과학기술계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 주말 현장을 찾았다.

19일 오전 6시 10분 목포종합터미널에서 진도행 버스를 타고 가는 길. 하늘마저 뿌옇다.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다. 구조가 진행돼야 하는데 흐린 날씨가 야속하기만 하다. 이른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탑승했다.

부모님과 함께 또는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 가는 것으로 보이는 학생도 있고, 해양구조대 모자를 쓰고 구조 장비를 챙겨온 청년도 있다. 이곳을 찾기 위해 서대전역에서 새벽부터 나선 한승훈(건양대 초등복지교육과) 씨는 "시험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의 상황이 너무 궁금했다. 직접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체육관으로 가기 위해 언덕을 올라갔다. 좌측과 우측에서 급식지원을 하고 있다. 체육관 앞에 설치된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사람들이 듣고 있다. 또 몇몇 사람들은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밖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체육관 입구에 들어서자 봉사단체들이 빵, 음료수 등 생필품을 전달하느라 분주하다. 참담한 현실 속에 구호품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넨다.

체육관 정문 앞 재난 현장 급식지원 현장 모습.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한 자원 봉사자.

체육관 1층 입구 앞 모습.

라면, 과자 등 온정이 담긴 구호물품이 가득하다.

화장실에 잠시 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규모가 너무 작아서 불편하다. 세면대는 고작 3개. 희생자 가족들이 씻을 수 있는 편의시설이 너무 부족하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씻기도 쉽지 않다.

체육관 1층에 들어가니 피난지를 방불케 한다. 며칠 밤을 새운 가족들이 지친 모습이 표정에 어느새 스며들어 있다. 이들이 언제쯤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웃음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애잔하다.

뉴스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피해자 가족.

2층에서는 외신 기자를 비롯해 방송사들의 취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시 정문으로 나왔다. 조심스레 말을 꺼내 보지만 번번이 거절이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서정애 씨는 "새벽에 시신 3구를 발견했는데, 시신의 손이 얼어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시신이라도 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어렵게 운을 뗐다.

그녀는 "이번 사고로 조카를 잃었다. 배가 기울자, 본인의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친구 핸드폰을 빌려 아버지한테 문자를 보냈다. 114번호를 이용했던 흔적도 보인다. 게다가 이번 사고의 최초 신고자가 학부형이었다니 통탄할 노릇이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언론에 극도로 예민해진 모습이다. 

백영만 씨는 리프트백과 경비정 등 해경이 보유한 구조장비 시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보유한 수중발굴전문선 누리안호의 잠수병 예방 강화챔버와 같이 과학기술계가 최신식 가압장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잠수병에 안걸리게 기압 조절하는 이 장치가 있다면 더 많은 잠수부가 투입될 수 있다. 과학은 잘 모르지만 이런 일 안 벌어지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희생자 아버지는 극도로 지쳐있는 모습이다. 슬픔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무 힘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이 아쉽다.

정문 앞 대형 스크린을 함께 지켜본 지역 공무원 P씨는 "내 딸이 고 2다. 감정이 이입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문 앞에서 치약 등을 전달하고 있던 박천효 서원대 학생은 "동기 4명과 함께 왔다. 물질적인 도움은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이제는 정신적 도움이 많아져야 할 때"라면서 "과학계가 첨단로봇 내구성을 키워 이번 사건과 같은 일들이 추후에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체육관 앞 준비된 셔틀을 타고 팽목항으로 이동했다. 30여분이 걸렸다. 셔틀에서 내려 10여 분을 걸어 팽목항에 이를 수 있었다.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다.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와 안내를 하는 상황이다.

가족상황실 앞에 관계자가 도착해 사고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그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분노를 이기지 못한 몇마디 욕설도 들린다.

재난본부와 구조차량.

현재 구조상황을 브리핑하기 위해 온 관계자 모습. 희생자 가족들은 곳곳에서 분노를 쏟아낸다.

뉴스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피해자 가족.

가족대책본부 앞 모습.

팽목항 전경.

목포에서 왔다는 배효섭 씨는 "과학기술인들이 소형잠수함, 특수 잠수복 등 기술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미국 등에서 우수 장비를 도입하고 우리나라 기술을 개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아드라 코리아의 신애연 씨는 "배가 뒤로 뒤짚혀도 공기주머니가 생길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으면 한다. 또 과학기술인들이 개발한 기술들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구명보트가 펴지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러한 지식들을 공유하고 확산했으면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자원 봉사자.

자원 봉사자 신애연 씨. <우측>

핸드폰 충전 자원봉사를 하는 신종호 씨는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민간 잠수부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로봇 개발이 활성화 됐으면 한다. 인명구조용이나 상황 파악 로봇이 그 예다"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이 과학을 어렵게 생각한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행사들을 자주 개최했으면 한다. 이른바 찾아가는 소통이 필요한 것 같다. 이번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임종호 경복고 학생은  "과학자들이 제품을 만들때 안전을 먼저 고려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진도에서의 밤은 깊어만 간다. 체육관 밖에서 울고 있는 아내를 다독이는 남편이 보인다. 오열로 인해 실신하는 환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급식 등 자원봉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식사로 조금이나마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한 그들의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진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급식봉사에 나서는 골프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과의 사투는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오열로 인해 실신한 환자를 이송한 구급차의 모습.

어느덧 밤 9시가 지났다. 상황을 더 지켜보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한채, 체육관에서 안산 단원고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버스 속 분위기는 조용하면서 침통하다. 옆에 앉은 한 여대생은 직접 작성했다며 아래와 같은 쪽지를 건넨다.

"단원고다. 비가 내린다. 사람은 사람 옆에 있어야 진정한 위로를 받는다. 돈은 중요치 않다. 모든 사람들이 구조가 되도록 세상이 도와주었으면 한다. 한국에서 더이상 이기적인 생각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애틋한 마음이 든다.

단원고에 도착한 새벽 3시. 1학년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들이 정문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다. 늦은 시간인데도 서로를 다독이면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마지막으로 안산 고대병원을 찾았다. 유족들을 배려해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극도로 예민한 상태다. 잠시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한 후, 대전행 버스를 탔다.

슬픔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2014년 현재상황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재난 앞에 참담함을 느꼈다. 우리 과학계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앞으로 이러한 사건들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 본다. 첨단 과학기술을 이끄는 과학기술계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방법은 무엇인지 깊은 고민에 빠져든다.

단원고 정문 앞.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이 전해온다.

희생자들이 안치된 고대 안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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