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화 고려한 R&D 기획력·혁신적인 리더십을 증명한 '엘런 머스크'

엘런 머스크(Elon Musk)<사진=SpaceX 홈페이지 발췌>
엘런 머스크(Elon Musk)<사진=SpaceX 홈페이지 발췌>

◆스티브 잡스를 뛰어 넘은 21세기 혁신의 아이콘

우리 시대에 스티브 잡스를 뛰어 넘는 혁신적 사업가로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받는 이가 있다. NASA와 록히드마틴, 보잉사와 같은 거대 항공우주기관을 단숨에 제치고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 'Space-X' 사를 창업해 이끌고 있는 엘런 머스크(Elon Musk)가 그 주인공이다.

스티브 잡스가 기술적 천재성과 완벽을 추구하는 집요한 경영가적 기질로 혁신을 만들었다면, 엘런 머스크는 전문성이 전혀 없는 여러 분야에서 천재적인 사업적 감각과 전략적 사업모델만으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현실화 시킨 선도자로 각인되고 있다.

특히 그가 최근 성공을 거둔 민간 우주발사체 사업은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파산을 감수한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 뒤에 거둔 성공으로, 기술과 산업의 특성에 대한 철저한 사전 분석과 확고한 전략에 근거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그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의 돌연변이와도 같은 성공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항공우주산업 육성의 기회요인이 무엇인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NASA를 뛰어넘은 사건과 배경

그가 우주발사체 사업을 구상하던 2000년 초는 현대 첨단항공우주 기술의 절정인 NASA 의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이 확고한 우주발사체로서의 입지를 갖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극저온 추진제인 액체수소를 사용하여 가장 무거운 화물을 우주로 실어 나를 수 있었고, 우주 유영 뒤에도 지구 재진입이 가능한 우주비행기술을 사용했지만, 너무 복잡한 시스템 설계 때문에 다시 안전하게 우주로 날아가기 위해서는 연인원 1만명이 9개월 동안 소모성 연료탱크 재제작과 기존 우주비행체의 수리와 정비를 해야 했다.

사진 왼쪽부터 Falcon 9, Space Shuttle.
사진 왼쪽부터 Falcon 9, Space Shuttle.

그 결과 첨단 우주왕복선은 기술적 성능 고도화와 우주비행체의 지구 재진입 기술을 실현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발사 비용을 경제적으로 구현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념비적인 기술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우주 왕복선은 훨씬 이전의 기술을 사용한 Delta, Titan, Arian 발사체와 비교할 때 탑재중량(Payload)당 발사비용이 2배 이상 비싼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로켓 제작 및 정비를 포함한 발사 비용의 고비용 구조였다. 우주발사체는 항공기에 비해서 연료를 4배 수준으로 많이 실으면서도 총 운영 비용 중에서 연료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항공기의 백분의 일 수준이다. 그 이유는 우주발사체의 제작비용이 그만큼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매년 수십 대 생산이 고작이고, 발사체는 매년 한대 정도 주문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제작비용의 고가화는 산업모델 특성상 피할 수 없는 문제인 셈이다.

항공우주 산업은 양산규모의 취약성과 수요예측의 불확실성으로, 제작자가 부품공급자들에게 제작비용 절감을 위한 자발적인 혁신을 요구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진 산업이다.

따라서 미국 유럽 등 우주 선진국에서는 우주사업 참여 업체에게 일정 규모의 수익을 보장해 주거나 최대 10년 수준의 다년차 묶음계약으로 우주부문 산업체의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비용과 성능혁신을 요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비용혁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작 부문에서 비핵심 부문의 아웃소싱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상업화가 성숙된 민간 항공기 제작부문은 이미 70% 수준의 제작 물량이 아웃소싱 되고 있다. 그런데 천재적 사업가인 엘런은 우주발사체 부분에서 전혀 새로운 산업화 모델을 제시해 발사 비용을 기존 대비 십분의 일 또는 백분의 일 수준으로 끌어 내리고 있다.

그의 신개념 사업전략은 철저하게 우주발사체의 발사비용을 저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응집되어 있다. SpaceX사의 Falcon 9 발사체는 비용을 저가화하면서도 고성능을 현실화하기위한 여러 가지 기술적 선택이 반영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업모델의 선택이 독보적이다.

그가 혁신적으로 제시한 상용 발사체 산업화 모델은 아웃소싱의 반대 개념, 즉 인소싱( In-sourcing) 개념이다. 역발상을 통해 Falcon 9 발사체의 85% 부품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자사의 단일 공장에서 모두 제작하는 등 Value Chain을 내부화 하였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발사체 단별 엔진과 연료탱크의 설계 개념에 있어서, 대형 단일체 개념이 아닌 9개의 중소형 엔진을 묶은 형태의 설계 개념(클러스터링 : 1단 로켓 9개 엔진 클러스터링, 2단 1개 엔진 적용)을 적용하였다. 이 아이디어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위험 뿐 아니라, 충분한 발사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관련 설비와 인력 등 고가의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이 혁신적 도전을 10년도 안되는 시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즉, 동일한 화물을 우주로 발사하는 비용기준으로 비교할 때 기존 발사체 대비 삼분의 일 가격으로 9회의 발사를 모두 성공하였고 올해 4월에는 네 번째로 우주정거장과의 도킹 및 상용 화물수송서비스에 성공하였다. 발사 예약주문도 이미 50대를 넘어서면서 NASA와 록히드마틴, 보잉사와 같은 거대 항공우주기관을 단숨에 제치고 민간 우주발사체 선두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SpaceX의 우주발사체 주요부품 단일생산 공장.
SpaceX의 우주발사체 주요부품 단일생산 공장.

◆다윗이 말하는 다윗의 전략

엘런 머스크의 혁신적인 우주사업 도전과 성공을 통해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그가 복잡한 우주발사체 기술의 핵심적 특성과 장단점을 이해하고 그만의 독특한 사업화 포착 능력과 통합할 수 있었는가에 있다.

그는 TED 강연을 통해서 자신의 혁신적 사업 모델과 천문학적인 자본 투자 결행의 근원을 공개했다. 그는 사람들이 예측했던 사업가적 배짱, 과감한 투자, 천재적인 감각 등과는 무관한 다음 두 가지로 그의 비결을 요약했다.

첫째 '격물치지'의 사고방식이다. 어떤 사물의 이치를 그 근원까지 파고드는 것으로서, 그는 이것을 자신이 대학시절 공부한 물리학에서 배웠다고 했다. 남들이 모두 '우주사업은 안돼'라고 말할 때, 그 안되는 이유를 말하는 사람들의 권위에 굴복하기 보다는 그 근원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근원을 따져 들어가면 일반적 상식이나 통념과는 완전히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둘째 부정적인 피드백에 귀를 기울임이다. 무엇보다 그런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문적 소양 위에서 해 줄 수 있는 친구를 곁에 두라고 조언했다. 그가 말한 두 가지를 합하면 끊임없이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 자신의 선견을 철저히 검증해 보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어떤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는 치열하고도 통합적인 기술기획 정신이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항공우주가 어려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위험을 줄이는 선택을 하면 개발 성공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시장에서 제품의 수명이 길지 못하다. 반대로 Space Shuttle 사업과 같이 개발에 성공해도 고비용 구조에 따른 경제성 저하로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아예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결과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항공우주 산업에 대한 경험이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술기획에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달려들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연구개발을 추진한 후에 제품이 시장에 출시될 즈음에는 비용 경쟁력, 성능 경쟁력, 신뢰성 등 모든 면에서 열위함이 드러나 개발자나 국가 연구사업 관리기관이나 곤혹스러워 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엘런 머스크의 혁신적인 사업화 모델은 이제 세상에 드러났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견고하다. 그 이유는 Space-X 사가 10년 동안 투자한 개발 비용의 규모 때문이 아니다. 치밀하게 기획된 사업모델과 개발 전략의 우수성, 그리고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달려간 그 시간이 바로 진입장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일반 제조 산업은 모방하는 데 몇 년이면 족하지만, 항공우주는 현재의 시장경쟁이 아닌 10~20년 뒤의 기술동향과 시장 경쟁을 내다보는 기술기획 역량이 결여될 경우에는 산업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획에서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최소 10년이 소요되고 또 다른 10년을 시장에서 경쟁하며 제품기획의 유효성을 입증해야한다. 그러므로 항공우주 선진국에서는 기술기획과정의 검증을 위해 많은 전문인력과 시간을 지속적으로 투입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특정 거대사업에 대해 매우 한시적인 기간 동안만 기술기획 자원을 투입한다)

위험분산을 위한 선진적인 제품개발전략 - 국제협력, 다단계 진화적 개발, 전략적 국산화 대상 품목·기술 선정과 오픈 이노베이션 등 - 도 기술기획의 토대가 부실할 경우 그 전략적 실효성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항공우주개발사업은 정부정책기관이나 국책연구기관 뿐만 아니라 산업체, 학계, 그리고 해외 협력선이 참여한 토론을 통해 기술기획 및 개발전략의 조정 과정이 초기부터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기술기획 과정에서 충분한 전문성과 시간을 통해 축적된 정보와 논리가 탄탄하지 못하면 몇몇 목소리 큰 기관의 입김으로 좌우되고, 20년 뒤 시장에서의 경쟁력 문제, 산업화 가능성, 기술역량의 경제적 지속성 등의 문제가 중심에 서기가 어렵다. 단기적인 성과와 위험회피의 논리가 강화되면서 자연스레 미래 시점에서의 산업화와 관련된 기회 요인과 그와 관련된 어려운 도전과 전략적 선택에 관한 계획은 모호해 지거나 소외되기 십상이다.

이와 같은 개발전략의 부실성은 10~20년이 지난 뒤에야 현실화되기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거나, 개발후에 산업화 효과의 부실성이 명백히 드러나더라도 10~20년 전 시점에 논의된 기술기획단계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피드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다.

혹자는 '우리나라는 모든 산업에서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는데, 왜 항공우주분야만은 이렇게 성과가 없는가?' 라고 묻는다. 그 답이 여기 있다. 항공우주는 빨리 달려가는 것보다 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달려가는 게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기획 단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10~20년 뒤 산업화와 관련된 기회요인과 전략이 제대로 분석되고 개발계획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엘런 머스크의 혁신적 리더십 아래에서 Space-X 사는 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달려갔을 뿐 아니라, 혁신의 속도에 있어서도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기술혁신과 사업모델의 혁신을 동시에 이뤄낸 것이다.

우리도 이렇게 하면 10년 후 얼마든지 항공우주 부문에서 세계적 기업을 여럿 키워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주도의 거대공공 연구개발 사업에서 기술기획을 통해 '바른 방향'을 모색할 수는 있어도 혁신의 속도를 기업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환경에 맞는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이유이다. 무엇보다 우주부문의 산업발전 단계와 빠른 변화를 이해하고 기술의 국산화, 자립화만이 아니라 산업화를 고려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55년간 미국 정부의 연구개발 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온 NASA가 발사체 전문 지식이 전혀 없던 엘런 머스크에게 불과 10년 만에 참패한 사례는 우주 산업이 이제 고가의 첨단성능을 추구하는 시기를 지나 비즈니스 모델의 선진화를 요구하는 시기에 진입하였음을 잘 입증해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곧 우주부문도 항공산업부문과 같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하는 몇 개 소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단계로 진화해가는 형태의 산업화 성숙단계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화가 성숙되면 몇몇 국가는 고비용 체제의 우주산업을 국가적 공공 수요에 의존하여 연명-유지하겠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는 선진 우주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만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우주산업의 환경은 이토록 빠르게 바뀌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산업환경에 적합한 사업화 모델을 사업기획단계부터 면밀한 분석적 연구를 기반으로 마련하고, 연구개발 계획-관리-평가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사업화 가능성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기획-관리체계의 혁신이 요구된다. 바로 이러한 점이 그 어떤 핵심기술개발보다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겠는가?

안오성 실장은

안오성 항우연 실장.
안오성 항우연 실장.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연구기획조정실을 맡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틸트로터 무인항공기의 기획 및 비행체 설계와 체계종합을 10년동안 담당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 T-50 개발사업에서 비행체 설계통합, 서브시스템 체계종합과 착륙장치 PM을 담당했습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항공우주부문 자문연구원, 민군기술협력센터 기술기획 소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중입니다. 주요 관심분야는 우리나라 산업 환경 및 국제동향, 국내 정책 환경을 통합한 장기적 항공우주 산업육성 전략, 항공우주분야 민·관·연 협력 체계, 국가 대형 R&D 사업의 기획·관리·평가 체계의 혁신 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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