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창규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대우교수

어렵사리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가 통합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통합연구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매우 축하할 일이다. 

공공기술연구회까지 치면 세 개의 연구회로 나뉘어져있던 것이 하나로 통합이 되었으니 행정적인 효율만을 감안해도 최소한 세 배는 될 것이다.  다만 기관의 통폐합이나 인력 구조조정 등과 같은 물리적인 통합을 넘어서 학문적 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화학적인 통합을 이루어 내기 바란다. 

통합연구회의 출범을 맞이해 몇 가지 건의를 하고자 한다. 우선은 민군기술의 통합도 같이 이루어 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방과학기술은 국가과학기술과 별도로 기획되고 관리되어왔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국방기술은 이미 일정 수준에 올라와서 방산수출도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가 국력을 총 동원해서 이루어지듯이 국방과학도 국가의 과학기술력이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기획 단계에서는 서로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관리력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으므로 국방 분야에서도 이를 참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는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들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현재의 각 출연연들의 임무는 이미 약 40여 년 전에 주어진 것이다. 그동안 국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 수준에서 2만 달러가 넘고 있다. 20배가 증가했다. 

이 모두가 출연연 때문은 물론 아니지만 상당한 기여는 했다.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생겨났던 1970년대의 우리나라와 현재의 우리나라는 좀 과장해서 말하면 서로 다른 나라이다. 

1970년대에는 과학기술의 메카가 오로지 정부출연연구소였지만 지금은 민간의 영역이 훨씬 크다. 그래서 이제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이 40년 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즉 출연연의 임무는 산업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이제는 국민의 복지와 안전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을 개발하는데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같은 로봇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자동차의 용접에 쓰이는 로봇이 아니라 노약자의 생활을 지원하는 로봇이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났을 때 쓸 수 있는 인명 구조용 로봇도 개발 되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와 같은 것이 우리나라에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에도 통합연구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이 이미 기술지주회사가 설립되어 있기 때문에 통합연구회에서는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가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만 하면 된다.  출연연의 기술들은 아직 시제품을 만들 수준까지는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용화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끝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모든 출연연의 행정 업무를 대신 맡아서 수행해야 한다.  통합연구회는 출연연이 필요한 모든 기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하고, 연구시설을 유지하며, 인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연구에 필요한 모든 행정 지원을 해서 연구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노동조합과의 관계도 연구회가 맡아야 한다.  각 출연연이 본연의 임무인 연구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업무는 연구회에서 맡아야 할 것이다.

박창규 전 ADD 소장.
박창규 전 ADD 소장.
◆박창규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 대우교수는

박창규 포스텍 대우교수는 서울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학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대우교수는 1997 한국원자력연구소 미래원자력기술개발단 단장과 신형원자로개발단 단장을 거쳐 제16대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또 2008년 ADD 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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