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종인(한밭대 교수·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방문교수)

최종인 한밭대 교수. <사진=최종인 한밭대 교수 제공>
최종인 한밭대 교수. <사진=최종인 한밭대 교수 제공>
영어로 이노베이션(혁신)과 앙트리프리너십(기업가정신과 창업)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10년 전 정부의 화두는 이노베이션이었고, 이번 정부는 앙트리프리너십에 두고 있다.(창조경제의 핵심에 앙트리프리너십이 있기 때문이다). 두 개념은 얼마나 다르고 상호 연결되어 있는가? 우리는 두 개념을 같은 문장에서 자주 사용하면서 상호 연계하지만 혼돈스러울 때도 많다. 

미국내 명문 리버럴 칼리지 중에 카우프만 재단의 캠퍼스 이니셔티브(KCI) 사업 지원을 통해 캠퍼스 전체에 창업과 기업가정신 교육 및 문화를 정착시킨 웨이크 포리스트(Wake Forest) 대학이 있다. 처음부터 구성원들이 앙트리프리너십을 '창업'으로 이해하지 않고 폭넓은 개념으로 정의하면서 인문학, 의학, 법학 등 다양한 대학 내 구성원의 합의를 이끌 수 있었다. 여러 대학들이 개설한 과목 중에 '혁신과 앙트리프리너십' 등의 이름을 볼 수 있는데 두 개념은 어떻게 구분되고 정리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사전에서 본 두 개념의 구분도 명확하지는 않다. 웹스터 사전에서 혁신은 '어떤 새로운 것을 도입함, 새로운 아이디어, 방법 또는 도구'라고 정의된다. 앙트리프리너십의 정의는 '사업이나 기업체를 조직하고, 관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같은 좁은 개념으로는 오늘날 우리가 이 단어를 사용할 때 떠오르는 생각을 제대로 포함하기 어렵다. 이 용어들은 상황과 깊이 연계된 개념이기 때문에 하나로 쉽게 정의하기란 만만치 않다. 미국 국립학회가 출간한 'Educate to Innovate'(National Academies Press, 2015)에서 보면 혁신의 특성을 자세히 정리하고 있다.

혁신은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며, 개선하고, 다른 학문들의 접점에서 일어난다. 팀워크는 혁신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혁신은 발명-가치 연속선상에 있는 한 부분’으로 보고 있다. 이상 나열된 특성을 보면 사전에서 나온 정의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마찬가지로 '뉴벤처 크리에이션'(2015) 이란 책에서도, 앙트리프리너십이란 '생각하고, 추론하며 행동하는 방식으로 기회를 고민하고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접근하며, 가치창출과 가치활용 목적을 균형 있게 하는 리더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두 용어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개념에 더 적합하다. 

미국과학재단(NSF) 지원으로 만든 혁신경영연구소(CIMS) 소장이며 '죽음의 계곡을 넘는 방법'의 저자인 폴  머기(Paul Mugge) 교수에게 물어보니 그는 혁신을 아주 간단히 '가치 창출'(value creation)이라고 정의해 명쾌한 느낌을 받았다. 보통 우리는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데, 어떤 것이 우리의 시간이나 돈을 절약해 준다면 그것이 바로 가치이다. 또한 우리 가족을 더욱 건강하게 더 안전하고 그리고 행복하게 만든다면 그것도 가치이다. 혁신을 가치창출로 본다면 그럼 앙트리프리너십은 무엇이고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같은 의문에 NC State에서 기업가정신을 총괄하는 공과대학의 토마스 밀러(Thomas Miller) 교수는 대화에서 '정원의 비유'를 통해 두 개념을 쉽게 설명해 준다. 우리가 정원을 가꾸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씨앗을 뿌리고 이를 잘 가꾸어 맛있는 과일과 야채를 키웠다. 이렇게 거둔 수확물은 가치를 지니며, 우리는 이를 키우는데 투입된 비용보다 더 큰 가치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특히 모든 사람들은 신선하고 좋은 과일과 야채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은 무엇일까? 만일 우리가 수확 후 가공하거나 시장에서 판매 등의 가치를 실현시킬 계획이 없거나, 계획된 바를 행동에 옮길 능력이 없다면 정원에 가득한 열매들은 안타깝게도 나무 가지에서 썩고 말 것이다. 

씨앗과 같은 아이디어들은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아이디어들은 가치 창출의 출발점이지만 가치로 바꾸는 데는 많은 노력, 지식, 스킬이 요구된다. 많은 사람은 아이디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만 보통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아이디어는 정치에 비유되곤 한다. '그냥 꺼내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혁신의 씨앗이지만 혁신은 이들 씨앗들로부터 끈질긴 가치창출의 과정들을 요구한다. 이제 그 가치를 실현(value realization)하는 앙트리프리너십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수확 절차를 거쳐, 우리는 음식을 가정의 식탁 위에 올리고, 다음 연도에도 키우고 수확할 씨앗과 비료를 구입해야 한다. 그래서 혁신과 앙트리프리너십은 하나의 사이클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이클과도 유사하다. 혁신을 통해서 가치가 창출되고, 앙트리프리너십을 통해서 그 가치가 수확하고 실현된다면, ‘온전한’ 가치 사이클이 완성될 것이다. 또한 이는 그 다음 혁신을 위한 원천이 된다. 

만화영화 제작자로 애니메이션의 대명사인,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이 관계를 다음과 같이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아요. 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돈을 벌지요." 여기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혁신이라면, 영화로 돈을 버는 것은 앙트리프리너십에 비유될 수 있다. 디즈니의 열정이 영화 만들기란 혁신으로 나타나고, 그의 열정이 지속되려면 영화로 돈을 버는 앙트리프리너십이 필요하다. 만일 자신의 열정 뒤에 앙트리프리너십이 없었다면, 그는 영화를 계속 만들 자원을 갖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 우리는 그의 작품을 계속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혁신과 앙트리프리너십은 어느 나라, 어느 정부에서든 이제 필수용어가 되었다. 이를 겉으로의 구호만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소화하고, 실행할 것인가의 질적 차이가 남아있다. 한편 혁신 없이도 앙트리프리너십을 가질 수 하는데, 그 이유는 혁신을 통해서 만이 아니라, '기회'로부터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작지만 강한 대학들이 앙트리프리너십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월트 디즈니의 말을 변형해보면 어떨까 ? 

"우리 대학과 연구소는 앙트리프리너십을 위해 혁신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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