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아 놀자-③]카오스재단 편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 동문과 '카오스재단' 설립
과학강연·콘서트 등 과학대중화 힘써
오세정 위원장 "중학생부터 80세 어르신까지 관심 감사…깊은 내용 담을 것"

과학대중화를 위해 서울대 자연과학 전공 4명의 동창들이 '카오스 재단'을 설립했다. 사진은 카오스재단 운영진 모습. <사진=카오스 재단 제공>
과학대중화를 위해 서울대 자연과학 전공 4명의 동창들이 '카오스 재단'을 설립했다. 사진은 카오스재단 운영진 모습. <사진=카오스 재단 제공>
"과학을 더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고 재밌게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의 할 일이 뭘까."

작은 고민에서 시작됐다. 대중이 어렵다고 느껴 기피하는 과학기술을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서울대 자연과학을 전공한 4명의 82학번생 동창들(이기형 인터파크 회장, 김민형 옥스포드대학교 석좌교수,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김남식 카오스재단 사무국장)은 술잔을 기울일 때 마다 함께 고민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2012년 카오스 (KAOS)-지식 콘서트'다.

카오스는 KNOWLEDGE AWAKENING ON STAGE의 두문자어로 '무대 위에서 깨어난 지식'을 뜻한다. 2012년부터 6회 열린 이 콘서트는 수학을 주제로 음악과 수학, 공간과 수학, 자연과 수학 등 우리 생활 속 수학을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각자 현업이 있는 상태에서 지식 콘서트를 제대로 운영하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일회적 시도에서 벗어나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김남식 카오스 재단 사무국장)

카오스를 운영한 지 2년여가 흐른 뒤 과학대중화를 향한 이들의 신념은 더욱 확고해졌다. 재단을 설립키로 하고,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인터파크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해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카오스 재단을 이끌어 줄 선후배 과학자들도 수소문해 섭외했다. 물리천문, 지구과학, 생명공학, 수학, 인문사회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9명이 카오스 과학위원회로서 오세정 위원장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카오스 재단의 주요사업은 ▲과학 공개강연(연10회) ▲과학콘서트 ▲과학책 출판 ▲ 기부프로그램 ▲ 지식네트워크 등이다.

2015년 상반기 강연 모습.<사진=재단 제공>
2015년 상반기 강연 모습.<사진=재단 제공>

이제 겨우 1돌을 맞이한 카오스 재단의 활동이 예사롭지 않다. 연 10회 열리는 과학강연(K-Class)과 과학콘서트(K-Concert)는 매번 인산인해를 이룬다. 과학강연은 강좌 당 평균 100여명이 참석해 누적 1000명을 넘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70세 어르신까지 강연을 듣기 위해 평일 저녁 한남동 블루스퀘어를 찾는다.

수학과 기초과학에 관한 다양하고 깊이있는 지식을 대중강연과 지식 콘서트,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재밌게 전달하고 다양한 분야의 학문 교류 소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카오스 재단의 운영 중심 축 오세정 위원장과 김남식 사무국장을 만났다.

오세정 위원장은 "우리 강연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져줄까 설레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들어준걸 보면 볼만하다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며 "처음하는 일이라 고민도 많고 어색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깊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 2016년은 뇌 강연 "강연자 섭외도 다 끝나"

카오스재단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오세정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카오스재단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오세정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지난해 말 카오스 재단에 특별한 손님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과학강연에 8회 이상 참여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 이날 모인 사람들은 약 50여명으로 과학위원회와 원테이블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10회 강연을 모두 들었다는 70대의 노신사는 "어느 강의가 좋다고 말할 필요 없이 너무 다 훌륭했다"며 "천문학, 물리, 우주생성과 인류 등 내가 평소 생각치도 못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강연을 듣기 위해 가평에서 왔다는 중학생은 "SNS를 통해 강연 소식을 접하고 오기 시작했다"며 "강연이 끝나면 너무 늦어 집에가기 힘들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아 재밌다. 앞으로의 강연도 크게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오세정 위원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8회 이상 강연 수강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 감사하다. 그는  "순수하게 지적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낀다. 과학기술 대중화를 통해 과학에 호기심을 가진 분들의 지식의 축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라고 말했다.

카오스 재단은 지난해 상반기 '더 오리진'을 주제로 우주와 지구의 기원 등을 강연했다. 하반기는 UN이 선정한 2015년 빛의 해를 맞아 '빛, 色즉時空'을 주제로 강연을 개최한 바 있다.

강연의 주제는 위원과 강연자가 함께 모인 회의를 통해 도출된다. 오세정 위원장은 "큰 주제가 정해지면 강연자끼리 회의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조정한다. 한 번보고 끝이 아니라 대중들이 꾸준하게 강연을 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의 양을 조절하는 작업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은 뇌를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연구소와 대학 등에서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강연을 요청하자 감사하게도 흔쾌히 섭외에 응해줬다. 오 위원장은 "카오스 강연은 네이버 캐스트(tvcast.naver.com/kaos)와도 연결돼 언제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강연자들이 촬영 등 부담을 느낄텐데도 불구하고 강연섭외과정에서 흔쾌히 응해주어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카오스 재단은 지난해 말 과학강연 8회 이상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수료증을 전달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카오스 재단은 지난해 말 과학강연 8회 이상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수료증을 전달했다. <사진=김지영 기자>

연 10회 진행하는 K-Class와 별도로 강연과 함께 무대 퍼포먼스가 함께 진행되는 연극,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 콘서트(K-Concert)도 인기다.

연극배우들도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덕분에 과학기술을 연극에 어떻게 녹여낼지 김 사무국장과 배우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 김 사무국장은 콘서트를 앞둔 수 주간의 절반은 연극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준비한다.

강연이 무료인데 반해 콘서트는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유료로 진행되지만 감사하게도 반응이 뜨겁다. 지난 1월 20일 수요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6년 첫 카오스 콘서트 '빛, 色(색)즉時空(시공)'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과학을 즐기기위해 이곳을 찾았다.

오세정 위원장은 "사람들이 과학 콘서트에 갚을 지불한다는 것 자체에서 과학대중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관객들이 금액을 지불한 만큼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김 사무국장이 특히 더 애써주고 있다"고 말했다.

카오스 재단은 올해 강연을 전국단위로 넓히고 미니콘서트 형식으로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 사무국장은 "한강진역 근처 블루스퀘어로 자리를 옮겨 사무실을 새롭게 정비하고 북카페를 만들어 평소엔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수요일 저녁에는 강연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6년 과학강연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3층에서 열린다. 다음 강연은 3월 30일 강봉균 서울대 교수의 '기억찾기'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2016년 카오스 재단 강연 일정<사진=카오스재단>
2016년 카오스 재단 강연 일정<사진=카오스재단>

카오스 재단 콘서트 모습.<사진=재단 제공>
카오스 재단 콘서트 모습.<사진=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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