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로 시작되는 이 곡은 고등학교때 음악시간에 배운 곡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정확히 왜 이 곡이 4월과 늘 연상되어 떠오르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읽었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곡은 한국전쟁 끝무렵 당시 창간된 '학생계(學生界)'라는 잡지에서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 위촉하여 작곡된 곡이며, 1960년대부터 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고 한다.
4월이 시작되면서 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요일의 감성초대'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찍은 목련꽃 사진과 함께 박목월의 '4월의 시'를 올리고 그 시 속에 나오는 꽃이름을 모두 맞추면 그 중 한 명에게 목련꽃 사진 액자를 선물로 주고 당첨자와 함께 세 명을 더 오후에 초대하여 맛있는 커피와 한 시간 가량의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하였다.
문제가 쉬워서 인지 다행히 많은 직원들이 응모하였다. 사실 시만 읽어보면 답이 시 안에 있는 문제이긴 하였지만 응모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딘가 함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한다. 더욱이 그날이 만우절이었으니 더욱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에는 '목련꽃'과 '구름꽃' 그리고 '클로버'가 등장하는데, 아마 '구름꽃'에서 잠시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어떤 직원은 실제의 꽃인 '목련꽃'과 '클러버'만을 답으로 보내왔지만 사실 내가 원한 건 '구름꽃'도 꽃으로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원했기에 '구름꽃'을 빠뜨린 직원은 일단 초대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내가 원한 3가지 꽃을 모두 맞춘 직원들이 있어 그 중 하나에게 액자 선물을 하였고 함께 초대된 다른 직원들에게도 책 한 권씩을 선물로 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운 4월의 첫날을 시작할 수 있었다.
최근 영국의 작가 안소니 버제스(Anthony Burgess)가 작가가 된 사연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사람들의 내면에도 이 봄꽃과 같은 꿈과 힘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소니 버제스는 40 살에 뇌종양 진단을 받고 의사로부터 1 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그 당시 그는 파산 상태였기 때문에 곧 과부가 될 아내 린에게 남겨줄 재산이 전무하였다.
버제스는 과거에 한 번도 제대로 된 소설을 써 본 적이 없었지만, 스스로는 자신 속에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책 판매 인세라도 유산으로 남겨주기 위해 타자기에 종이를 넣고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는 그가 쓰는 글을 출판할 수 있을 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글 쓰는 것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1960년 1월의 일이었다. 그는 겨울과 봄 그리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 잎이 떨어질 때 쯤이면 자신도 죽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열정적으로 글을 써서 그의 남은 수명이 거의 다 할 즈음에는 5 권 반의 소설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죽지 않았다. 그의 암의 크기가 줄어들더니 모두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그는 76 살까지 살면서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를 포함하여 70 권의 책을 썼다. 만일 그가 암 선고를 받지 않았다면,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꿈과 열정이 없었다면 그 안에 있던 재능을 꽃피우지도 못한채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이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나 풀들은 씨를 맺고 퍼뜨리는데 버제스에게 주어졌던 1 년의 기간만이 주어 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간을 알차게 보냄으로써만 다음 해의 봄을 기대할 수 있게 되리라는 것도. 그래서 4월은 꿈이 피어나는 계절이며 열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계절이리라.
4월의 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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