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우 KINS 총무팀장 '킨스뜰에' 건립부터 향후 계획까지 풀스토리
박 팀장 "육아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풀어야 미래 준비할 수 있어"

연구원 앞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조용하기만 했던 연구원에도 활기가 넘쳐난다. 아침이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어린이집으로, 엄마와 아빠는 일터로 향한다. 몇몇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헤어지기 싫어 울음보도 터지지만 이도 잠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하면 웃음꽃이 핀다.

연구원 내 어린이집이 생기고 벌어지는 풍경이다.
지난달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문을 연 '킨스뜰에' 어린이집이 직원들과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킨스뜰에 탄생을 담당했던 박근우 KINS 총무팀장은 건립부터 개원까지 2년여 시간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들어도 그간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박 팀장을 만나 어린이집의 탄생 비화부터 향후 계획까지 들어봤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다 커버려서 어린이집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주변 어린이집도 가고, 관계자들 이야기도 들으며 만들었어요. 그동안의 연구원 생활 중 어린이집 짓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 무조건 아이들의 눈높이로 생각하려 노력했어요."  

◆ KINS 앞뜰에 자리한 '킨스뜰에'···"아이들 꿈과 희망 '쑥쑥'"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행복감을 느낀다는 박근우 KINS 총무팀장. 그는 "'킨스뜰에' 건립에 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 했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행복감을 느낀다는 박근우 KINS 총무팀장. 그는 "'킨스뜰에' 건립에 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 했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어린이집의 필요성은 예전부터 부각됐었죠. 채용 시기만 되면 수도권 지원자들이 어린이집이 있냐고 많이 물어오거든요. 그동안은 대답하기 참 곤란했는데요.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아이 키우는 걱정은 접어두고 지원하세요."(웃음)

박 팀장의 목소리에서 당당함이 전해진다. 우수인재 유치에 걸림돌 중 하나였던 육아 보육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집은 기숙사만큼이나 채용시기의 단골 문의"라며 "좋은 인재들이 수도권에서 내려오려 해도 육아가 힘드니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실 어린이집 건립은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한정된 살림살이에서 연구비를 줄이고 장비 구입 등을 미뤄가면서까지 어린이집을 짓기는 쉽지 않은 문제였다.

박 팀장은 "건물비만 20억에 운영비, 잡비 등 첫 해에 28억원이 들었다. 어린이집은 경상운영비가 매년 5, 6억 원이 든다"며 "예산 주머니는 한정되는데 매년 돈이 나가려면 결국 다른 쪽에서 절약해야 한다. 그렇다보니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결론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2014년 7월. 어린이집 건립을 위한 노사공동 TFT(태스크포스팀)가 가동됐다. 어린이집 위치 선정을 위해 연구원 내 6곳이 후보지로 올랐다. 

"아이들을 생각해 채광, 환기, 교통편의 등을 고려해야 했어요. 지금 자리는 원내에서도 명당자리로 뽑히는 곳이죠. 교통도 편하고 햇빛도 잘 들고. 다들 신규인력을 위한 건물이 들어설 자리라 여겼지만, 원장님 생각은 다르셨어요. 보육환경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연구원 앞뜰을 강하게 주장하셨어요."
 
예산부터 부지선정까지 어린이집 건립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쳤다. 2016년 3월 개원을 목표로 어린이집 건설공사를 추진했으나 해당 구청에서 제동이 걸렸다. 위험시설이 어린이집과 가까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연구원 특성상 존재하는 시설물로 피해가 없도록 안전장치가 확보돼 있지만 구청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결국 지적사항이었던 시설물을 폐기했다. 동시에 개원일도 한 달 정도 미뤄졌다.  

재개된 공사는 다시 한 번 짓궂은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리는 가을비로 정상적인 공사를 이어갈 수 없었다.  

박 팀장은 "생각지 못했던 일들로 개원 일이 두 달이나 미뤄졌다. 아이를 보내려고 기다리고 있던 부모들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며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면 개원을 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위한 공간인 만큼 부실공사를 초래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두 달여 개원이 늦어진 만큼 더 잘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박 팀장은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생각된 부분은 설계변경을 통해 수정 공사를 진행했다. 

"어린이집은 일반 건축물 공사와는 많이 다르더군요. 아이들을 생각하니 고쳐야 하는 부분이 보였어요. 보육실에서 놀이터로 나가는 데크와 배수로의 높이 차이를 없애고, 실내에 모든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했죠. 수전은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일자형으로 변경했어요. 바닥은 전체를 보호매트로 특수 시공했어요."

보육실문 손잡이는 당초 돌출형에서 매립형으로 다시 매립형 손잡이 옆에 돌출형 손잡이를 별도로 설치했다. 

그는 "사고 예방을 위해 손잡이를 매립형으로 변경해 시공했는데, 장애인협회에서 몸이 불편한 아이를 위한 돌출형 손잡이의 필요성을 말해 줬다"며 "현재 원생 중에 몸이 불편한 아이가 없지만 나중을 대비해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추가로 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개원이 늦어졌지만 학부모의 만족도는 더 없이 컸다. 아이들의 안전을 우선시 한 단층 구조에, 장비·교재교구 등이 모두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졌다. 실내외 배치된 놀이기구도 친환경 페인트로 도색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맞춤식 설계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 마음까지도 사로잡은 것. 

"다층은 아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있을 것 같아 단층을 고집했습니다. 법적으로 아이들 수용인원이 70명인데 현재 50명으로 제한했어요. 아이들이 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죠. 대신 선생님과 주방도우미 등은 법적 기준보다 더 많이 고용해 아이들을 살필 수 있도록 했어요."

모든 기준은 아이들의 행복이라 말하는 박 팀장. '킨스뜰에'라는 예쁜 명칭도 학부모와 직원들에게 물었다. 어린이집 학부모를 대상으로 1차 투표를 실시한 후 직원들에게 최종 투표를 진행했다. 

"무려 57개의 명칭이 들어왔어요. '킨스 아톰', '아톰 사이언스', '안전한' 어린이집 등 기관의 특성을 살린 이름이 많았고요. '초록꿈', '꿈나무', '행복한' 등 희망을 담은 이름도 있었죠. 직원들이 가장 선호한 이름은 '킨스뜰에' 였어요. 75%로 압도적이었죠. 명칭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웃음)

'KINS가 소중히 가꿔온 앞뜰에 예쁘게 자리한 어린이집'을 뜻하는 킨스뜰에. 박 팀장은 어린이집 건립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 말한다. "아이들 성장의 초기단계인 영유아기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은 창의적이고 즐거운 곳, 내 집처럼 편안하고 안전한 곳, 사랑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 투명성, 공익성, 공정성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학부모, 교직원이 모두 행복한 어린이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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