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과학의 힘㉓]에이디엠아이, 'PDeS' 비즈니스···제작기간 ↓ 고객만족 ↑
김문식 대표 "기업 정체성 살린 브랜드 개발로 기업과 고객 간의 가교 역할 할 터"

김문식 대표는 브랜드 개발에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제작 기간은 줄이면서도 고객의 만족도는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김문식 대표는 브랜드 개발에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제작 기간은 줄이면서도 고객의 만족도는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디자인을 잘하는 기업은 많아요. 하지만 디자인이 기업 활동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기업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해야 합니다."

디자인이 기업 경영에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방법만으로는 시장에서 더 이상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어떻게 디자인 경영을 펼쳐야 하는지 모르는 기업이 적지 않다. 

브랜딩 & 디자인 전문기업 에이디엠아이(ADMI·대표 김문식)는 디자인 업체지만 기업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단순히 상품의 특징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상품 가치를 높여 기업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한다. 

김 대표의 경영방침이다. 그는 "기업의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기업의 배경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비전까지 파악해야 접근할 수 있다"며 "단순히 예쁜 디자인만 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그 효과는 가히 달라질 수 있다. 어렵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 기업과 소비자 모두 고려하는 브랜드 개발 

에이디엠아이가 그동안 제작한 작업들.<자료=에이디엠아이 제공>
에이디엠아이가 그동안 제작한 작업들.<자료=에이디엠아이 제공>
처음부터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김 대표가 2011년 에이디엠아이를 설립했을 당시엔 지역에서 브랜드 개발을 주로 하는 디자인 업체는 많지 않았다. 브랜드 개발이 큰 비용을 필요로 하기에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도 기약할 수 없었다. 

"시장도 형성돼 있지 않았어요. 잘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지만, 그동안 생각했던 뜻을 펼쳐보고 싶었어요. 어느덧 6년차. 매년 고비지만, 고민하고 고생한 만큼 이제 노하우도 많이 생겼어요."

회사 설립 초기에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특허청과 서천군이 공동 브랜드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공모에 선정됐다. 역할은 가정에서 만들어지는 전통주를 공통 브랜드로 묶어 지역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는 "경험이 부족한 상태였지만 열정은 컸다. 공을 들여 공동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가정집에서 전통주를 빚던 어르신들이 새 브랜드를 구입해 쓸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1년 정도 되니 50여 가구에서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겠다고 했다"며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니 전통주의 정확한 매출도 알게 되고 지역 특산품으로 확실히 자리도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에이디엠아이는 기업 브랜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기업체를 직접 찾아다니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가끔은 잡상인 취급도 받았지만 그 또한 경험이라 여겼다. 노력은 계약으로 이어졌다.  

에이디엠아이가 대표성과로 꼽는 브랜드 개발은 국내 최초 인간형 로봇인 휴보(HUBO)의 기술을 판매하는 KAIST 내 연구소 기업 '레인보우'. 김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기업이 보유한 기술부터 공부했다. 기업의 가치를 파악한 후 기본 콘셉트를 정하고 휴보의 이미지를 통합해 최종 브랜드를 정했다.  

"연구소 창업기업인 만큼 기술을 최대한 부각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콘셉트를 정했어요. 레인보우의 대표 이니셜인 R과 B를 이용해 메인 이미지를 도출했죠. 기술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기업의 가치를 형상화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레인보우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레인보우의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주변 연구소 기업과 벤처기업 등에서 브랜드 작업 문의가 이어졌다. KAIST 출신이 설립한 '나노스코프시스템즈'와는 수년 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용접품질관리시스템 기업 '휴비스'는 브랜드 개발 후 해외에서 큰 성과를 이루고 있다. 
 
김 대표는 "레인보우, 나노스코프시스템즈, 휴비스의 브랜드 제작은 대전테크노파크 사업을 통해 진행됐다. 기업 성장에 TP의 영향이 컸다"며 "기업체가 요구하는 브랜드 개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짧으면 한 달 내 길어도 3개월 내에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기업의 핵심적 가치를 찾는 것이 브랜드 개발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 브랜드에 '과학'을 입혀···'PDeS' 활용 한 브랜드 제작 

에이디엠아이 직원들.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에이디엠아이 직원들.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에이디엠아이는 브랜드 개발에 있어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한다. 창조적인 영역을 정량적 가치로 판단할 수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김 대표는 디자인의 실패 확률을 낮추고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디자인 개발 방법론은 'PDeS(Preference analysis of Design Style)'. 이를 활용해 수요기업과 소비자의 디자인 성향을 측정한다는 것. PDeS는 '스타일(Style)', '형태(Shape)', '컬러(Color)', '감성(emotion)' 등 총 4가지로 구성되며, 각각의 개념에는 하위속성이 포함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요기업과 소비자의 디자인 성향을 측정, 기업과 소비자가 공유할 수 있는 디자인 콘셉트를 찾아 시안을 개발하게 된다. 기업과 고객의 디자인 선호도를 일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은 무엇인지, 어떤 변화를 주고 싶은지 알아야 합니다. 그다음 고객이 원하는 요소들은 PDeS에 적용해 유형화를 시킵니다. 모든 고객의 요구가 100% 맞아떨어지지 않지만 적어도 비슷한 스타일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는 PDeS 방법론을 보다 구체화시키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디자인 선진국과 경쟁하고 그 속에서 우리만의 차별화 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성개념을 구체화 해 빅데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고 말했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그는 "소상인들은 디자인이 필요하지만 비용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을 통해 디자인의 기본 콘셉트를 정하면 기간도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디자인 사각지대를 좁힐 수 있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에이디엠아이의 차별화 전략 중 또 다른 하나는 다(多)학제적 접근을 통한 창조적·현실적 결과물을 제시한 것이다. '디자인', '순수예술', '인문학' 전공자들이 각 분야별 전문지식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더해 보다 참신하고 현실적인 결과물을 제안한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해 현장에서 활동하다 대학원에 들어가 산업심리학을 공부했죠. 회사를 이끌며 경영학도 배우게 됐고요. 브랜드 개발은 융합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여러 방향으로 접근해야 기업과 고객을 고려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김 대표에게는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 이외에도 하나의 목표가 더 있다. 함께 하는 직원들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급여를 받기 위해 다니는 회사가 아닌 즐겁게 일하며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 "성과만 쫓아보니 정신적으로 피폐해 지기만 하더군요. 직원들도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일을 하며 이 곳에서 꿈을 키웠으면 합니다."

※'지식재산-과학의 힘' 기획연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전시의 예산을 지원받은 '지식재산서비스 서비스 혁신역량 강화사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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