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호 서울대 교수팀 성과···에이피테크놀로지 기업에 기술이전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지원…낙농국가 덴마크에서도 러브콜
"연구단서 나오는 부산물, 훌륭한 연구자원"

미세조류 부산물에서 모유와 맞먹는 영양분을 찾아낸 서진호 서울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미세조류 부산물에서 모유와 맞먹는 영양분을 찾아낸 서진호 서울대 교수.<사진=김지영 기자>
모유(母乳)의 신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여성이 임신을 하고 아이 출산 후 나오는 모유는 유아기에 적절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첫 음식으로 아기의 장 기능과 면역력을 높여주고 중추신경계 발달에 중요한 콜레스테롤 DHA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모유수유 권장기간은 약 1년 정도지만 완모(완전모유수유)를 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모유의 양이 적거나 회사 복귀 등으로 산모가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유를 대신할 영양분을 만들 수는 없을까. 국내 연구진이 15년의 연구 끝에 미세조류에서 모유의 중요한 영양소를 찾아냈다. 주인공은 서진호 서울대 교수팀이다. 서 교수는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모유의 주요성분을 파우더형식으로 만들어 우유에 타먹을 수 있도록 개발, 관련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상용화 연구에 매진 중이다.
 
그가 모유의 영양소를 찾은 근원지는 일반 미세조류가 아닌 버려지는 '부산물'이다. 식물과 미생물(미세조류) 등에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바이오매스를 얻어낸 후 버려지는 부산물에서 모유의 신비를 찾은 것. 미세조류에서 고갈위기에 처해있는 에너지를 얻고, 거기서 모유와 맞먹는 영양분까지 얻었으니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서 교수는 "모유에는 면역력, 장 기능향상 등 굉장히 중요한 물질이 포함돼있다"며 "아기 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노인 등도 섭취할 수 있는 새로운 식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산모라면 누구나 건강한 모유 만든다? ‘현실 그렇지 못해’
 
서 교수에 따르면 우유에 비해 모유에는 약 15배의 올리고당이 함유돼 있으며 올리고당의 종류도 200여 가지로 다양하다. 특히 모유의 올리고당은 퓨코오스(fucose)화된 올리고당(퓨코실 올리고당)으로 모유의 약 70%를 차지한다. 반면 소의 젖에 포함된 올리고당은 '시알릴 올리고당'으로 우유와는 조금 다르다. 우유가 모유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아기 몸에 들어가 좋은 균을 살리면서 영양분으로 공급되는 등 퓨코오스화된 올리고당을 산모라면 누구나 만들어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13년 '영양학 리뷰(Nutrition Review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퓨코오스화된 올리고당을 만들 수 없는 엄마의 비율은 중국 30%, 유럽 20% 등이었다. 왜 만들 수 없는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서진호 교수는 퓨코오스라는 당이 미역과 미세조류에서 만들어낸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프런티어사업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단장 장용근)의 지원을 받아 바이오매스를 얻기 위해 활용되는 미세조류의 부산물에서 모유와 같은 성분의 올리고당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에 몰입했다.
 
그 결과 미세조류 당화용액에 포함된 퓨코오스로부터 퓨코실 올리고당을 만드는 미세조류 기반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 지난 5월 바이오벤처기업 에이피테크놀로지에 기술 이전했다.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에는 소속된 많은 과학자들이 있다. 과학자들이 바이오매스 연구 후 미세조류 부산물을 남긴다. 서 교수에게 이 부산물들은 훌륭한 연구자원이다.

서 교수팀은 모유의 성분을 분말형태로 만들어 분유처럼 우유에 타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사진=김지영 기자>
서 교수팀은 모유의 성분을 분말형태로 만들어 분유처럼 우유에 타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사진=김지영 기자>
 
서 교수가 이전한 기술은 퓨코실 올리고당을 분말형태로 만들어 분유처럼 우유에 타 마실 수 있다. 앞으로 그는 대량생산체계를 갖추기 위한 연구와 개발한 분말이 여러 국가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FDA 등 허락을 받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도 시약용 퓨코실 올리고당이 판매 중이나 해외업체의 기술이며 10mg당 300달러 수준으로 고가다.
 
그는 "아기에게 필요한 핵심 당 물질을 파우더 형태로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너무 값이 비싸다. 많은 사람들이 섭취할 수 있도록 값싸게 만들어내는 노력 할 것"이라며 "한국에 이어 중국을 타깃으로 시장진출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지인 모유 얻어다 연구 "앞으로 할 일 많아"
 
"모유샘플은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실험실 연구원 부인이 모유를 제공해주신 적이 있었는데 아이에게 필요한 성분이 모유 속에 들어있는지 궁금해 하셨죠. 다행히 퓨코실 올리고당이 충분하게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웃음)"
 
서진호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모유를 분리정제하고 구조를 밝히는 연구가 시작되는 것을 보며 '미생물에서 모유의 신비를 찾아내겠다'는 다짐을 했다.
 
연구실 지인의 모유를 분석하고 미역 속 퓨코오스를 찾아내기 위해 미역이 유명한 완도에 직접 다녀오는 등 다이내믹한 연구를 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는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낙농국가인 덴마크에서 러브콜을 받아 공동연구도 진행 중인 서 교수는 "대량생산된 물질에서 모유성분 순도 95%이상으로 만드는 분리정제기술과 제품임상허가 등 갈 길이 멀다. 기술이전은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라며 "유전적 결함으로, 혹은 사회생활 등으로 모유수유가 어려운 산모들에게 핵심적인 당물질을 제공하고, 면역력이 약해진 노인들에게 식품소재로 활용 가능하도록 꾸준히 연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진호 교수가 연구생과 부산물에서 얻은 모유성분 파우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서진호 교수가 연구생과 부산물에서 얻은 모유성분 파우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