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정민, 권일, 안병식' 강극 배우 3인방
카오스 콘서트 '뇌 안에 너 있다' 준비
"과학용어 어렵지만 필요한 무대…대학로에도 막 올릴 수 있길"

카오스 콘서트의 코너 중 하나인 과학강극(강연+연극)을 준비 중인 배우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카오스 콘서트의 코너 중 하나인 과학강극(강연+연극)을 준비 중인 배우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서울 성신여대입구역 한 건물의 지하 연극 연습실. 맨발의 청년들이 연습실을 누비며 대사를 쏟아낸다. 사랑과 죽음을 연기하는 남녀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사랑하는 두 남녀의 대사를 잘 들어보니 뇌과학적 고찰을 담아내고 있다. 연기자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물 흐르듯 전개되는 스토리 속 '과학'이라는 알맹이가 녹아있다. 과학을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들. 김정민, 권일, 안병식 배우다.
 
세 배우는 지난 1월 카오스재단이 기획한 '제8회 카오스 콘서트(빛, 色(색)즉時空(시공))' 첫 번째 강극(강연+연극)의 주인공역을 맡아 열연했다. 당시 세 배우는 빛의 본질과 빛의 정체를 주제로 권이중, 안파동, 안입자 역을 맡았다.
 
최근 강극 연기 주역들이 다시 한 번 뭉쳤다. 26일 카오스콘서트에서 뇌과학을 주제로 한 '뇌 안에 너있다' 두번째 강극을 위해서다.
 
무대를 위해 한창 연습 중인 세 배우의 연습현장. 어려운 과학기술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과학 속에서 즐기고 놀 거리를 찾는다"는 세 연극인을 만나봤다.
 
과학용어 난무 대본 외우기 비결 '과학 이해'

세 배우는 지난 1월 개최된 카오스 콘서트의 강극 주연배우로 활약했다. 오는 26일 개최되는 콘서트의 강극 '뇌 안에 너있다' 무대도 꾸밀 예정이다. (왼쪽부터)안병식, 김정민, 권일 배우<사진=김지영 기자>
세 배우는 지난 1월 개최된 카오스 콘서트의 강극 주연배우로 활약했다. 오는 26일 개최되는 콘서트의 강극 '뇌 안에 너있다' 무대도 꾸밀 예정이다. (왼쪽부터)안병식, 김정민, 권일 배우<사진=김지영 기자>

"어릴 때 SF나 과학서적 읽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데 마침 강극을 제의받은거에요. '좋아하는 공부도 같이 할 수 있겠다'싶어 시작했는데 과학적 용어들이 많아 무대에서 진땀뺐던 때가 생각나네요.(웃음)"
 
권일 배우는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 읽기를 즐겨했다. 연기를 시작하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과정에 많은 공부가 필요했고 과학도 그 과정에서 접하게 됐지만 너무 재밌었다. 모스크바에서 연기공부를 하면서도 우주, 생물, 물리 등 다양한 책을 한국에서 받아다 독서할 정도로 과학을 즐겼다. 과학강극은 그에게 꼭 도전해보고 싶은 무대이기도 했다.
 
안병식 배우와 김정민 배우도 마찬가지다. 과학을 전공하거나 과학관련 연극을 해본 적은 없지만 새로운 분야의 도전은 즐거움 자체였다. 좋은 기회에 과학까지 공부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그러나 평소 자주 쓰지 않는 과학용어가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터라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절대 쉬운 무대가 아니었다. 지난 콘서트 강극만해도 맥스웰 방정식, 광전증폭기, 전자기파 등 대사가 입에 착 달라붙지 않아 고생했다.
 
고민 끝에 세 배우가 생각한 것이 "우리가 과학을 이해하자"였다. 지난 1월 콘서트를 보러 온 교수들조차 '난 못한다'며 고개를 저었던 강극 무대의 비결은 '암기가 아닌 과학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강극 내용이 대략적으로 정해지면 관련 서적부터 찾아본다. 지난 색즉시공 공연 준비는 여유기간이 꽤 있었기 때문에 카오스강연장에 직접 가 강연을 듣기도 했다."(안병식 배우)
 
"배우들은 공연장에서 연극을 하며 무대와 친해질 시간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극은 한 회로 마무리돼 배우들이 무대랑 친해질 시간이 부족하다.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뇌과학관련 서적들을 추천받아 많이 읽었다. 뇌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 그동안 카오스재단에서 진행된 강연 자료도 빠짐없이 구독하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권일 배우)
 
"연기를 위해 뇌과학책을 읽게 됐지만 나의 인식을 흔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뇌과학에 호기심이 생겼고 이참에 과학공부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김정민 배우)
 
◆ "대학로에 과학 연극 연출하고싶어"

무대를 준비 중인 세 배우. 연출가와 함께 논의하며 관객들이 더 쉽게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사를 토론하고 수정한다.<사진=김지영 기자>
무대를 준비 중인 세 배우. 연출가와 함께 논의하며 관객들이 더 쉽게 과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사를 토론하고 수정한다.<사진=김지영 기자>
 
"이 영상, 연극이랑 잘 붙는 것 같아? 관객들이 잘 이해해줄까."
"마무리를 지을 때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어."
 
배우들은 관객의 입장에서 더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본을 계속 수정하며 연습 중이다. 어색함 없이 대사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연기를 수 없이 반복하며 토론하고 수정한다.
 
안병식 배우는 "성인을 대상으로 과학강연을 하는 연극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새로운 시도라 대본 그대로 가기보단 연기자와 연출자가 토론하고 이야기해 수정하고 있다. 열어주는 연출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강극은 미리 촬영한 영상을 콜라보해 지난번과는 다른 방식으로 극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권일 배우는 "영상 촬영은 2주 전부터 시작했다. 안면도에서 1박 2일 촬영을 했고, 서울대와 고대 등에서 영상을 촬영했다"며 "부족한 부분은 추가 촬영하고 따로 목소리녹음도 했는데 제일 더울 때여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공연 D-1. 배우들은 매일 만나 실제 무대에 선 것처럼 살아있는 눈빛, 목에 핏줄을 세우며 열연하고 있다.
 
김정민 배우는 "잘은 몰라도 우리도 과학콘서트를 보면 어쨌든 재미있더라. 우리 강극도 많은 분들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연극이란 즐거워야하니 우리가 과학을 즐겁게 보여주고, 관객들도 그 속에서 재미를 찾는다면 그것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대학로에 사랑, 공포, 심리 등 다양한 주제로 연극이 열리고 있지만 과학관련 연극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 배우는 대학로에서도 과학연극이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권일 배우는 "드라마 요소가 강한 연극도 좋지만 과학적 지식을 담은 연극도 대학로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로에서도 과학관련 작품을 쓰거나 연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민 배우는 "다음엔 어떤 주제로 강극이 진행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며 "강극은 연기나 공연 이상을 넘어 개인적으로 얻어가는 성취감이 크기 때문에 언제든지 하고 싶은 분야"라고 덧붙였다.

과학을 몸으로 표현하는 베테랑 배우 3인방.<사진=김지영 기자>
과학을 몸으로 표현하는 베테랑 배우 3인방.<사진=김지영 기자>
 
제9회 카오스 콘서트는 26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개최된다. 정재승 KAIST 교수가 뇌과학을, 감동근 아주대 교수와 임창환 한양대 교수가 AI를 주제로 강연하며 세 배우가 '뇌 안에 너 있다' 강극을 펼친다.
 
카오스 콘서트를 개최하는 카오스재단은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인터파크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해 운영자금을 마련해 운영 중인 재단이다. ▲과학 공개강연(연10회) ▲과학콘서트 ▲과학책 출판 ▲ 기부프로그램 ▲ 지식네트워크 등을 통해 기초과학을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소개하고 학문 교류와 소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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