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구원 출신 변성현 스페클립스 대표, 피부암 조기진단 기술 개발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투자·마이크로소프트사 서버지원 '기술사업화 본격화'

변성현 대표는 한국기계연구원 플라즈마 연구실 선임연구원으로 스페클립스를 창업했다. <사진=스페클립스 제공>
변성현 대표는 한국기계연구원 플라즈마 연구실 선임연구원으로 스페클립스를 창업했다. <사진=스페클립스 제공>
우주와 해저의 암석과 광물을 분석하는 레이저기술을 사람에게 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조금은 엉뚱한 상상에서 피부암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창업까지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이 있다. 주인공은 스페클립스의 변성현 대표다.
 
변성현 대표는 한국기계연구원 플라즈마 연구실 선임연구원으로 스페클립스를 창업했다. 기계연에서 연구개발한 레이저 유도 플라즈마 분광 원천기술을 활용해 피부조직 훼손 없이 피부암 진단 기술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본래 해당 기술은 해저탐사선의 광물탐사에 쓰이는 레이저다. 
 
스페클립스의 피부암 조기 진단기기는 해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KOTRA 주최 '코리안 스타트업 서밋 뉴욕 2016'에서 열린 벤처경연대회에서 국내·외 참가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인터베스트, 메가인베스트먼트등이 스페클립스에 3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진행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12만달러 상당의 클라우드서버 지원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중기청의 TIPS 프로그램과 SK의 드림벤처스타에도 각각 선정됐다.
 
분광(spectroscopy)과 일식(eclipse)을 합성해 만든 회사 이름 '스페클립스'처럼, 변 대표는 "작은 달이 해를 가리듯 작은 기술로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퍼뜨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순간적으로 강한' 레이저 기술, 피부 손상 없는 암 진단으로
 
"연구를 하면서도 기술사업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기술기반 창업은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였죠."
 
변 대표는 기계연에서 레이저 분광기술을 이용한 '심해 유인잠수정 프로젝트'를 맡았다. 잠수정은 보통 해저 6000m에서 해양광물을 탐색하는데 로봇팔로 광물을 긁어 담아 수면 위에서 분석하는 작업을 거친다. 내려가는데 수 시간이 소요되는데 반해 작업시간은 극히 제한돼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레이저 분광기술이다. 변 대표는 "분광기술을 활용하면 물 속에서 바로 암석에 레이저를 쏘아 분석 후 가치가 있는 광물인지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심해 뿐만 아니라 우주환경에서 광물분석도 가능해 극한환경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레이저 분광기술을 실험 중인 변 대표.<사진=스페클립스 제공>
레이저 분광기술을 실험 중인 변 대표.<사진=스페클립스 제공>
변 대표는 이 기술을 일상생활에서도 이용하고 싶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인체조직 분석연구를 진행했다. 이비인후과와 피부과 교수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피부과 관계자들로부터 피부암 진단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요청을 받았다.
 
기계연에서 개발한 레이저는 짧은 순간 레이저가 발사돼 피부손상 없이 암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술적 해결 임무를 받게 된 것이다. 

변 대표는 "이 레이저는 발사 시간이 8나노초밖에 안되기 때문에 순간적인 빛의 파워가 굉장히 높지만 전달되는 에너지는 작다"면서 "짧은 순간에 레이저가 발사되기 때문에 센 빛이 나와도 피부가 손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기술사업화에 관심이 많았던 변 대표는 이 레이저 기술의 가치를 품고 창업을 결심했다. 기계연 연구부서 중에서도 상용화 연구를 많이 추진하는 플라즈마연구실을 비롯해 허창훈 서울대 병원 피부과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동기 2명과 함께 스페클립스를 창업했다. 변 대표의 창업과정은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의 경영전략 컨설턴트 경험이 바탕이 됐다. 

◆ 피부암 진단 정확도 60% → 90%, 가격까지 낮춰 '일거양득'

피부암은 멜라닌색소가 적어 자외선이 취약한 서양인에게 흔한 질환으로 호주와 유럽, 북미권에서 발생률이 매우 높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피부암 환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대한피부과학회에 따르면 2009년 1만980명이던 환자는 2013년 1만5826명으로 증가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여성에서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발병비율에 반해 피부암을 진단하는 비용과 시간, 정확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피부암은 진단을 위해 피부조직을 절제하는 조직검사가 필요한데, 지름 3~7cm정도의 피부를 직접 떼어내야 해서 흉터가 남으며 검사결과가 나오는 시간도 꽤 걸린다.

조직검사 전 피부암을 조기 진단하는 장비가 있지만 정확도가 60% 정도로 낮아 암 진단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지 않았다.
 
스페클립스 기술의 강점은 피부암 진단을 위해 피부를 직접 채취하지 않아도 되며, 진단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확도는 약 90%. 특히 기존 고가의 피부암 진단 장비에 반해 별도 레이저 없이 기존 피부미용에 쓰이는 레이저에 스페클립스의 기기를 부착만 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스페클립스의 기술은 피부암 외에도 다양한 피부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변 대표는 "최근 널리 활용되고 있는 딥러닝 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이저 분광 기반의 하드웨어 기술을 접목하면, 피부암을 넘어선 다양한 의료 문제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인에게 흔한 질환인 만큼 변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뒀다. 현재 미국에도 사무실을 오픈한 상태다. 해외진출을 위해 유럽과 호주, 미국 등에서 인증이 필요해 임상데이터 수집을 위해 해외 대학병원과 협력을 추진 중이다.
 
당분간 변 대표는 최종 완성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해외에서 임상데이터를 모으고 제품을 최종화해 해외에서 인증을 받아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제품 상용화를 위해 바쁘게 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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