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NASA 한인 과학자 "과학정책, 정부서 독립해야"

[NASA/JPL 한인 연구자에게 듣다]①성기윤 책임연구원
만학도로 연구자 꿈 이뤄···적외선 분자 분광으로 지구와 행성 대기 연구
항공우주산업은 첨단 기술이 융합되는 분야로 국력과도 직결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NASA(미국항공우주국) JPL(Jet Propulsion Laboratory,제트추진연구소)는 연방정부의 기금을 지원받아 Caltech(캘리포니아공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가연구시설이다. JPL은 태양계·외계 행성탐사, 천체물리학, 지구과학 기술 개발, 우주 로보틱스, 심우주 통신망(Deep Space Network) 등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첨단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다. 

NASA/JPL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 연구자들이 한국 과학계를 위해 보낸 메시지를 정리했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기사에 언급된 모든 사항들은 온전히 개인의 의견이며, NASA, Caltech, JPL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라는 것을 사전에 밝힌다.(NASA 한인 연구자에게 듣다, 글 싣는 순서 ①성기윤 책임연구원 ②김헌주 젊은 연구원 ③김민웅·김영진 부부 연구원, 정리=박은희, 강민구 기자)
 
일반적인 행성의 대기는 그 행성의 물리·화학적 조건, 기원 등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적외선 분자 분광 장치로 이를 관측하면서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과학자가 있다. 성기윤 NASA/JPL 책임연구원 얘기다. 다소 늦은 나이에 천문학을 공부한 그는 오랜 노력 끝에 NASA/JPL 입사까지 성공했다. 

성기윤 박사는 지난 1982년 서울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해 1990년 졸업했다. 다시 1992년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에 입학해 학부 졸업 후 서울대 천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수료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 간 그는 2003년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에서 대기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캐나다 워털루대, 토론토대 등에서 포스닥을 거쳐 NASA/JPL의 과학자로 임명됐다. 

성 박사는 NASA/JPL의 과학부(Science Division) 내 지구과학분과 대기관측·분광실험실 그룹에서 ▲지구와 행성 대기 분자의 고분해능 적외선 분광학 ▲지구와 행성대기의 대기 복사 전달, 대기흡수선 계산·모델링 ▲NASA/JPL CO2 탐사위성(OCO-2) 분자 분광 분야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성 박사는 그동안 JPL 고분해능 적외선 분자분광선 관측 실험실 관리, 14개 이상 NASA 연구프로젝트 수행, 분광자료 제공으로 토성 위성 타이탄에서 새로운 분자 발견에 기여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Q. NASA/JPL 입사 계기는.

박사과정 때 고분해능 적외선푸리에 분광기를 사용해 대기분자의 분광선을 연구했다. 한 개 이상의 분자들의 다중 스펙트럼들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얻은 분광실험 결과를 국제분광학회에 발표하면서 JPL의 린다 브라운(Linda Brown) 박사를 알게 된 것이 인연이 됐다.

2006년부터 JPL에서 고정밀도를 가진 대기 중 이산화탄소 관측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대기분광실험계산그룹을 모집했는데 이 그룹에서 사용하는 분광기를 연구했던 경험 덕분에 2007년 JPL에 입사할 수 있었다. 


  
Q. NASA/JPL의 연구환경은 어떠한가. 

JPL은 연구기획단계부터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론, 실험, 관측 등 공동 연구가 한 장소에서 유기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전주기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세부적인 연구환경을 살펴보면, 과학적인 전문성과 연구지원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의사 결정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전문가로서의 지식과 열정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다. 팀리더들은 각자 고유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구성원들의 연구활동이나 연구소 운영과 관련된 추가적인 업무를 소화한다.

성기윤 NASA/JPL 지구과학분과 대기관측·분광실험실 박사.<사진=성기윤 박사 제공>성기윤 NASA/JPL 지구과학분과 대기관측·분광실험실 박사.<사진=성기윤 박사 제공>
가령 연구 분야별 제안서 검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니어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 제안서 프로그램 매니저(Proposal Program Manager)가 별도로 존재한다.

개별 연구원들은 연구 제안서를 NASA에 제출하기 전에 그룹리더와 프로그램 매니저에게 제출하면 이들이 직접 개별 연구원들이 낸 제안서 초안을 읽어 보고 의견을 준다.

또한, 관련 전문가를 소개하거나 연락을 위한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 주제와 방법론의 시의성과 현실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

부서 운영에 있어서는 각자의 전문성을 담보로 한 개방형 격자(Matrix)구조가 인상적이다.

현재 JPL에는 일반행정·기술직 포함 6200여명의 과학·공학 연구원, 직원들이 등록되어 있으며, 과학부서(Science Division)산하에는 300여명의 과학자들이 ▲지구 과학 ▲행성 과학 ▲천체 물리학·우주 과학 부서에 소속되어서 일하고 있다. 각 소속부서는 행정상 편의를 위한 구분이며, 실제 연구 활동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다.   

각 과학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토대로 주제별, 미션별, 아이디어에 따라 자유롭게 연구소내 공동연구팀을 만든다. 연구 주제나 방향, 팀 구성 등을 개별 연구원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개방 구조는 연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변화하는 기관 요구에 민첩히 대응하도록 한다.

JPL은 부서간 또는 과학자·엔지니어 간 토론과 협업을 제도적으로 권장한다. 학제간 협력과 팀 형성도 장려한다. 과학부서에 속한 과학자의 경우, 다른 부서의 공학자들과의 교류가 인사고과에도 반영된다.

예를 들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 과학자들이 미션을 설계하고, 그 우주선이 갖춰야 할 과학적 조건들을 제시하면 공학자들이 이를 검토해서 그 연구 목표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엄격히 평가한다.

장비나 장치의 디자인이나 심지어는 과학임무까지도 보완·수정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탐사 미션의 기획이 완성된다. 모든 과정이 단계적으로 일어나기 보다는 일상적인 활동과 학제간 협력, 토론, 미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공동체에 대한 과학, 교육, 문화적인 서비스를 중시한다.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학부생과 대학원 인턴학생을 모집해 젊은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NASA 과학자들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연구소 주도하에 ▲과학경진대회 ▲오픈하우스 ▲연구소 관람 ▲청소년 여름캠프 등의 대중 문화행사가 개최된다.

또, 대중 과학 강의를 개최해 NASA가 발견하거나 밝혀낸 중요한 결과들을 홍보하며, 방문센터와 교육홍보 사무실을 따로 두어서 교육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초·중·고 학생과 일반인들의 JPL 연구소 관람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성기윤 박사가 사용하는 고분해능 푸리에 분광기.<사진=성기윤 박사 제공>성기윤 박사가 사용하는 고분해능 푸리에 분광기.<사진=성기윤 박사 제공>


Q. NASA/JPL의 최근 이슈는.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한 2014년 전략목표(2014 NASA Strategic Plan)와 관련된 모든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JPL 과학부서(Science Division)의 경우 유로파 과학, 행성 과학, 천체물리·우주과학, 지구 과학, 그리고 운영 기획 관리 5개 세션을 두고 있다.

천문학에서는 외계행성관측, 행성과학에서는 화성 탐사와 유로파 탐사, 지구과학에서는 대기 구성과 장기 기후 변화 연구 등이 주요 연구 주제다. 특히 유로파 탐사는 독자적인 미션 부서로 승격되어 다뤄지고 있다.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 화성 지표탐사와 관련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전 세계 과학자들과의 교류나 소통은.

인터넷 발달로 전 세계 모든 과학자들은 마우스 클릭 한번이면 즉시 연결되는 좁은 세상에 살고 있다. 과학자에게도 국경이 없는 시대가 된 가운데 연구 협력, 주제 토론, 정보 교환이 이메일 또는 전화를 통해 실시간·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주로 수행하는 일은 행성 탐사, 지구 탐사 미션들을 지원해주는 분광 실험 관련 연구인데 분광학자, 천문학자, 행성과학자 등 세계 각지의 많은 그룹과 상시적으로 공동연구를 모색한다. 

만들어진 실험실 자료는 이론 계산 모델에 의해 상호 보완되거나, 더 정확한 모델을 판별하기도 한다. 최종 자료는 천문학 또는 지구대기 관측 자료를 해석하기 위해 활용된다.

NASA 고다드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의 카너 닉슨 박사가 주도한 행성 관측 연구그룹과도 이러한 교류와 협동연구를 거쳤다. 특히 내가 만든 실험실 자료를 활용해 1980년대 보이저 탐사선 이후 30년만에 처음으로 토성의 위성 타이탄 대기에서 새로운 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2013년 가을 NASA의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이 분자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프로필린(propylene)이라는 것인데 이 분자의 발견은 행성대기의 기원과 비교연구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다음 단계 공동연구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과학자들이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의견교환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제학회에 참석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학회는 협동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진정한 교류의 장이다. 학회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보고하는 발표의 장이면서 주변 동료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 볼 수 있는 교류의 장이다. 또 공동 연구 파트너를 찾는 탐색의 장이기도 하다.

NASA의 연구 제안서는 대략 3년 주기인데 올해 학회에서 발표하는 주제는 해당 연구자가 수년전부터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다는 뜻이다. 발표 내용을 보면서 자신이 그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하거나 같은 주제를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동료 과학자들과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Q. 한국에서 NASA와 협력하기 위한 방안은.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협력 방안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인적 교류와 이를 장려하는 행정 지원이다.

행정 기술적인 측면으로는 ▲가능한 많은 수의 젊은 연구원 파견 ▲안정적인 연구기금 설정 ▲한국 젊은 과학자들의 NASA 관련 활동 참여 배려 등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장학금 또는 지원금을 받으며 NASA 기관에 연구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NASA 해당기관과 협의해 장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JPL에서도 외국 인턴 학생을 받는 프로그램을 이미 실시하고 있는데 학생들 입장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정적인 연구기금을 설정해서 국내 과학자들이 NASA 과학자와의 교류와 공동연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NASA 연구제안서를 공동으로 작성해서 공동연구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JPL을 포함해 NASA 연구원은 외국기관으로부터 여행경비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반면 몇몇 지정된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의 모든 과학자와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학회, 심사위원회, 국제학회 자문단 등 NASA의 기타 연구관련 활동에도 한국 젊은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이 있어야 한다.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기적으로 연구제안서 검토위원(Reviewer)을 모집하는데 한국의 기관들이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한국 과학자들의 참가를 권유해야 한다. 개별과학자는 NASA 연구제안서 포털(www.nspires.com)에 가입해서 NASA 연구원과 적극적인 교류를 모색하기를 권한다.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NASA 과학자와의 미팅을 통한 공동 주제 설정, 탐사 장비 제작, MOU 체결 등을 진행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분광기가 필요한데 달 탐사에 있어 자외선·적외선 검출기, 센서들을 갖춘 분광기를 궤도기(Orbiter)에 장착헤 달의 외기권 대기나 지표 연구, 태양풍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사실 달에는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분자보다는 원자분광선 관측 센서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과 비용 측면에서 볼 때 지구대기를 관측하기 위한 저궤도 지구 대기위성이 한국 과학 발전에 좀 더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 위성은 정밀한 관측기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광학, 재료과학 등 산업 기술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이와 유사하게 자외선, 이미지 센서 등 좀 더 많은 관측연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경험들이 축적되면 원거리에 있는 달이나 화성 탐사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Q. 달 탐사 관련 NASA와의 협력방안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천체인 달의 기원은 지구의 형성 과정과 맞물려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추운 곳이 달의 뒷면에서 관측되었으며, 그 지역의 온도는 명왕성보다도 더 낮은 절대온도 35K(-238°C) 달한다는 발표가 있다. 달은 아폴로 착륙지점에서 보이는 단층들을 통해 아직도 수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여전히 많은 비밀을 간직한 천체라고 할 수 있다.  

NASA는 매년 태양계 탐사 미션들의 수행평가를 실시하는데 지난해 9개 미션이 'Go' 또는 'Continue'로 평가 받았다. 그 중 하나가 달 탐사 궤도선인 LRO(Lunar Reconnaissance Orbiter)다.

이 궤도선의 주요 임무는 달 지표 탐사연구, 극지방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물이나 얼음탐사, 달 착륙선 착륙 후보지 선정 등이다. 또 달의 대기와 외기권의 먼지입자를 탐지하려는 탐사 계획도 있다. 한국과 미국의 달 탐사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Q. 시니어 과학자를 위한 특별한 지원 정책이 있다면.

JPL의 시니어 과학자(Senior Scientist) 지원정책은 별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하고 경쟁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구비를 신청하고 업무를 수행한다. 모든 행정지원과 기자재에는 사용 비용이 있는데 월급을 포함해 이를 연구비에서 충당한다.  

시니어 과학자는 공동체로부터 오랜 연구수행경력이나 업적을 '인정' 받기 때문에 연구비 지원을 받을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NASA 연구 제안서 패널 검증이 공개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시니어' 요인이 선정이유가 되지 않는다.



Q. 우주개발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자세는.

최대한 많이 젊은 연구원들을 관련기관에 파견해야 한다. 그리고 NASA나 ESA(유럽우주국) 과학자와 협력해서 공동으로 연구제안서를 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양하고 안정된 연구 기금을 설정해서 전 세계 연구원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제안서를 모집하는 것도 필수적 요소로 꼽힌다. 특히 기초과학 연구는 중장기 전망이나 계획에서 나오기 때문에 과학 전략목표가 정부 정책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NASA 사례와 같이 학계에 자문해 10년 장기계획을 발표하고, 특별한 주제에 대해서는 백서(White paper)를 발행해 해당 과학분야 연구원들에게 다음 세대 연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채택된 장기 계획이나 백서는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또 연구평가는 철저하게 수행하며, 연구 결과와 예산의 집행에 대해서는 연구 주책임자에게 무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초과학분야에서는 실험과 관측을 통한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1차 자료의 생산과 관련된 활동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초적인 실험이나 관측 자료들이 다음 단계의 미션 설계나 기기 제작의 새로운 방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민구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