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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대박' 출연연 과학자들, 왜 대학으로?

'연구하기 힘든 환경' 속앓이···R&D인력 활용 '경색 장기화'
대학이직 연구자 "더 많은 연구자들, 대학으로 옮길 것" 전망
정부출연연구기관 A 박사는 지난해 연구성과를 기업에 이전, 상당 규모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평소 아이디어가 넘쳐 연구 아이디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기에 주변 동료들도 그를 '아이디어 뱅크' '참신한 연구 기계' 등 높게 평가했다.

A 박사는 줄곧 크고 작은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며 출연연에서 주목받는 과학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연구소에서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A 박사는 지금 출연연에 없다.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연구생활을 준비 중이다. 

그와 함께 연구를 했던 동료 P 박사도 최근 대학으로 이직했고, 또 다른 연구단 리더급 과학자도 이번 달중으로 대학으로 떠날 예정이다. 출연연에서 가장 활발히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를 해야 하는 신진·중견급 연구원들이 대학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출연연 연구원들이 학계로 떠나고 있어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거론되는 단골 메뉴. 2016년 더불어민주당 국감자료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연구기관에서 2012년 이후 4년 동안 출연연에서 이직한 연구원은 총 453명으로 집계됐다. 대학으로 이직한 연구원이 250명으로, 이직 연구원 10명 가운데 4명이 대학으로 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당 국감자료를 보더라도 비슷한 통계가 잡힌다. 출연연 자발적 이직자 현황조사 결과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출연연을 떠난 연구원은 전체 1031명이며, 이중 365명이 대학으로 이직했다.

이처럼 출연연 연구자의 대학 이직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굵직한 성과를 낸 출연연 과학자들의 대학행이 잇따르고 있어 연구현장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 왜 출연연 연구자들이 대학으로 가는가

출연연을 떠나는 연구자들은 대학교수와 연구자 처우 차이 문제 보다는 연구할 수 있는 환경에 제약이 많다고 말한다.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추진되기 어렵고, 현재 출연연 연구인력 구조로는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일각에서는 출연연이 자생하도록 정부로부터 완전 독립을 시키든지, 국립연구소로 전환해 정부 정책과 한 몸이 되게 하는 특단의 조치가 강행돼야 비로소 근본적 해결방향이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그런 가운데 최근 대학으로 이직한 연구자들은 무엇보다 정부에서 내려온 '비정규직 비율을 줄여라'라는 지침이 이직 결단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3~4년 전 정부는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서며 출연연에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바 있다. 과학기술계도 오랫동안 바래왔던 정책이었지만 문제는 연구인력정원(TO) 권한을 출연연이 스스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연구소에서 아무리 사람이 부족해도 정규직을 채용할 수가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채용이 모두 어려워지자 먼저 줄어든 것이 석·박사급 연구원들이다. 이들의 빈 자리는 학연제도로 출연연 학생연구원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생연구원들이 포닥과 박사 연구원들의 자리나 역할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 학생연구원들을 제대로 연구시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연구실의 한계를 느낀 것이 중견연구자들의 이탈 이유다.

A 박사는 "연구실이 돌아가려면 석사급 이상 연구원들이 움직여 줘야 하는데 석사이상부터는 정규직을 뽑아야 한다더라"라며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고 싶어도 기재부에서 TO를 늘려주지 않아 어려웠다"고 그간 출연연에서의 연구활동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정규직도 정규직이지만 연구책임자 뿐만 아니라 연구원, 기술원, 전문원을 많이 뽑아 연구인력이 확충되고 안정되게 해야한다"면서 "그러나 우리(출연연)는 15년간 이들의 인력채용이 정체상태"라고 평가했다.

C 박사도 "학생연구원들과 출연연에서 연구하는 동안 대학에 가서 연구하지 내가 왜 여기에 있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이러다가 연구과제도 따러다니면서 실험도 직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며 출연연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출연연 박사는 "요즘 대학에서 신입교원을 뽑을 때 검증된 사람을 뽑고 싶어하기 때문에 경력직을 많이 본다. 그러다보니 출연연 연구자들이 아주 좋은 대상이 되고 있다"며 "임금피크제 등 출연연은 매년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다. 더 많은 연구자들이 대학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석·박사급 연구원 쓸 수 없다면 포닥을 써라?

포닥은 책임연구자가 채용 가능하나 이마저도 연구원 규제를 받아 자유롭지 못하다. 운이 좋게 1명의 포닥과 함께 일할 수 있게돼도 인건비가 문제다. 출연연은 포닥을 별정직 연구원으로 구분해 정규직 급여의 70~80%를 지급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정규직과 동일한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포닥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연봉을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연봉이 늘어난대다 정규직 처우를 해주니 포닥은 좋지 않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포닥은 경력을 쌓아 다른 연구조직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선진국 포닥의 경우 이런 관계가 더욱 명확하기 때문에 철저한 고용계약에 의해 진행된다.

출연연 C 박사는 "책임 연구자가 외부에서 수주한 과제가 예를 들어 1억이라고 치면 포닥 1명에게 지급되는 연봉이 절반 이상이다. 연구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대학에서도 포닥 월 인건비가 200~300만원 정도다. 포닥 인건비를 주고나면 많이 남지 않으니 결국 학생연구원들만 보게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에서 포닥과정에 있는 인도 포닥 연구원은 정규직 대우가 오히려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인도 연구원은 "비싸진 인건비에 포닥을 쓰려는 책임연구자가 줄어 포닥 일자리를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며 "언제까지 한국 출연연에서 연구를 할 수 있을지 몰라 연구하는데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출연연 한 기관장은 "다양한 아이디어 공유와 활발한 연구를 해야하는 출연연이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인력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정권 차원에서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가 연구현장의 연구인력 대책을 손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정책분야의 한 전문가는 "열정적으로 연구를 하고 이끌어야 하는 출연연 중견급 연구자들이 대학으로 가고, 실험에 많은 도움을 주는 포닥을 뽑을 수 없는 현실은 출연연, 그리고 국가적으로도 장기적 손실"이라며 "근본적인 연구환경 개선정책을 빨리 찾지 않으면 과학계 위기는 물론 국가적 위기가 도래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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