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정육각 대표 '신선식품 시장 개척' 출사표
공급자 중심 육고기 유통업 '소비자 중심' 전환 시도
대전공장 거점 이유? "유일한 과학 도시 인프라"

김재연 정육각 대표가 '신선식품 시장 개척' 포부를 말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김재연 정육각 대표가 '신선식품 시장 개척' 포부를 말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영재고·KAIST를 졸업하고 왜 삼겹살을 파냐고요? 공급자 중심인 신선식품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돌리려고 합니다. 유통업에 '과학'을 접목해 소비자를 울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과학도·공학도들의 무모한 도전에 색안경을 벗고 바라봐 주세요."

KAIST 졸업 이후 유학행 비행기 표를 취소하고 '삼겹살'을 팔겠다며 도축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젊은이가 있다. 주인공은 김재연 정육각 대표. '초신선' 돼지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유통해 '소비자 중심' 신선식품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 하나로 기업을 세웠다.

대전시 유성구 원내동 밀집된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정육각 공장. 100평 남짓 초록색 컨테이너로 구성된 공장에는 기업을 대표하는 간판하나 걸려있지 않다. 공장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외관은 밋밋하다.

내부는 다르다. 온갖 과학기술이 접목된 소프트웨어 자동화 시스템 장치로 무장돼 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주문할 때부터 가공·포장·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성했다. 심지어 날씨·요일·계절·성별·언론보도 등의 영향에 따라 변화하는 실시간 신선식품 수요 알고리즘을 개발해 유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김재연 대표는 현재까지 신선식품 시장이 '공급자 중심'이었다고 평가한다. 기존 대형마트 냉장육은 진공포장 상태로 7~45일 동안 유통·판매된다. 대부분의 신선식품 공급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도매로 구입해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

신선식품 가공 기간과 유통 마진을 살펴야 하므로 최대 45일가량 소요된다. 소비자는 바로 도축된 신선한 고기를 접할 수 없는 상황. 신선식품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굳혀졌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진단이다. 

반면 정육각은 도축 후 1~4일 내 초신선 육고기만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동종 업계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유통 구조라고 평가한다. 김 대표는 '공장자동화시스템'으로 이를 극복했다. 과학기술을 접목해 유통 거품을 쏙 뺀 구조다.

그는 "주변에서 '왜 삼겹살을 파느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 때로는 질타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신선식품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일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노력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 대표는 "신선식품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목표가 결코 아니다"라며 "신선식품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도록 '공장자동화시스템' 자체를 동종 업계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육각 이름 의미를 설명하며 "온라인 육고기 판매 기업이기 때문에 '정육' 단어를 넣어야 했다"라며 "뒤에 붙은 '각'은 신선하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 "IT 기술로 유통 문제해결···소비자 만족은 빅데이터로"

"사실 IT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초신선'을 고민하다 보니 IT 기술이 필요했었습니다. IT 전공의 팀원들을 꾸렸고 유통구조 문제해결에 방점을 찍어왔죠."

김 대표는 초신선 육고기를 유통할 수 있는 이유로 '공장자동화시스템'을 꼽는다.<사진=박성민 기자>
김 대표는 초신선 육고기를 유통할 수 있는 이유로 '공장자동화시스템'을 꼽는다.<사진=박성민 기자>
정육각의 특징은 '주문 후 생산' 체계다. 온라인 실시간 주문과 동시에 냉동육 가공에 들어간다.

매일 아침 도축장에서 당일 판매할 육고기를 대량 구매하고, 주문 동시에 가공에 돌입한다. 하지만 당일 판매할 육고기를 예측해 도축장에서 대량 구매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 대표는 날씨·요일·계절·성별·언론보도 등의 영향에 따라 변화하는 실시간 신선식품 수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데이터 예측 오차범위는 5% 내외다.

그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유통업에서 최대의 데이터를 모아 알고리즘 솔루션을 개발했다"라며 "신선식품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안정화 시킨 후 신선식품 유통업계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육고기 신선도를 측정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다.

그는 "마치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패턴인식 분석처럼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육고기의 신선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계획"이라며 "신선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육각은 육고기를 구매한 소비자가 실제 수령할 육고기 사진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매일 유통되는 육고기 모든 사진을 찍고 있다"라며 "신선도를 측정한 결과값과 실물 사진을 사전에 제공하는 소비자 만족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지금 공장 내부의 온도·습도·사진 등의 모든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라며 "정육각의 모든 데이터를 빅데이터화 시켜 과학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 대전공장 거점 이유? "과학계 현장서 솔루션 찾는다"  

"정육각 팀원들 모두 축산업과 관련된 친인척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신선 육고기를 유통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기존 육고기 유통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었죠."

김 대표는 축산업과 관련된 친인척이 없었기에 초신선 육고기를 유통할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신선식품을 쌀 때 구입해서 비쌀 때 판매하는 유통구조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초신선' 유통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단다.

동종업계의 '초신선' 유통 아이디어 카피도 적지 않다. 정육각의 디자인 뿐만 아니라 멘트까지 카피하는 식품업체도 곳곳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카피 경쟁기업들은 초반에 3일 이내 배송을 내걸었지만 결국 10일 남짓 걸리는 배송으로 밀려났다.

그는 "신선식품을 단기간에 유통할 수 있는 이유는 알고리즘이 도입된 공장자동화시스템의 차이"라며 "기존의 신선제품 유통 사고방식을 탈피한다면 소비자 중심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가 정육각 공장을 대전으로 삼은 이유는 대전의 과학적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대전에 KAIST가 위치해 개발자는 쉽게 구할 수 있다"라며 "심지어 인근 출연연 지인 박사분들께 사업 초반부터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 과학 현장에서 솔루션을 찾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공장자동화시스템 납품은 내수시장이 타깃이지만 향후 싱가폴·홍콩 등 택배가 하루 만에 도착하는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아직까진 국내에서 해야할 일이 많다. 신선식품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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