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연구자, 폐암·위암 주범 '라돈' 잡았다

이길용 지질자원연 박사, 지하수에 주목하며 라돈 저감장치 개발
"열악한 환경 거주 국민에게 더 많은 과학기술 혜택 돌아가길"
이길용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왼쪽에서 여섯번째)는 지하수에서 다량 검출되는 라돈에 주목하면서 라돈 저감기술을 개발했다. 이 박사는 장치 기증 후 상주시 임곡리에 라돈 저감장치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길용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왼쪽에서 여섯번째)는 지하수에서 다량 검출되는 라돈에 주목하면서 라돈 저감기술을 개발했다. 이 박사는 장치 기증 후 상주시 임곡리에 라돈 저감장치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1급 발암물질 라돈(Radon 원소기호 Rn-222). 토양, 암석, 지하수 등 자연 속 어디에나 존재한다. 라돈은 볼 수도 냄새도 맡을 수 없는 무색, 무취의 자연방사성 가스로 호흡을 통해 인체에 유입된다. 라돈이 폐암의 주범,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지며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실내 라돈가스 기준을 마련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하수에 포함된 라돈은 수질 검사 기준 항목에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소홀하게 다뤄지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자가 지하수에 포함된 라돈에 주목했다. 2009년 연구를 시작한지 1년만에 라돈 저감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지하수를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산간 마을에 적용, 주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길용 박사. 그의 전공은 방사화학이다. 1984년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해 강이나 하천의 방사성 물질을 검사하던 중 국내 여러 지역의 지하수에서 라돈이 너무 많이 검출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박사는 1995년부터 방사화학을 지하수에 접목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지하수 연구가 올해로 23년째를 맞는다.

이 박사의 연구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시작된다. 대부분 두메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 박사는 "시료 채취를 위해 장거리 출장도 많은데 이는 어려움도 아니다"라면서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고령층이 지하수를 음용하고 있어 라돈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데 마음이 아팠다"고 고백했다.

◆"지하수 음용하는 시골 어르신들 라돈에 무방비 노출"

"우리나라는 화강암 지대가 많아 지하수에 라돈 함유량이 상당히 많다. 이를 그냥 먹는다면 인체 건강에 치명적이다. 문제는 라돈이 온도나 압력으로 기체화되기 때문에 워터파크 등에서 지하수를 이용할 경우 라돈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이길용 박사가 우려하는 '라돈'의 위험성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지하수 이용량은 2014년 말 기준 총 용수 이용량의 12%를 차지한다.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이용하는 비중도 지하수 이용량의 44.2%로 간과할 수 없는 수치다.

미국 환경청(EPA)에서 제시한 먹는 물의 라돈 기준치는 4000pCi/L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지하수를 이용하는 전국의 2만 여개 마을상수도 중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개년에 걸쳐 990개소를 조사한 결과, 26.5%인 262개소에서 EPA 제안 기준을 초과했다.

이 박사팀이 개발한 '무동력 지하수 라돈 저감시스템(Radon Free System: RFS)'은 실험 결과 라돈의 90%를 낮춘다. 특히 수차를 이용해 외부 전력공급 없이도 라돈을 제거할 수 있다. 때문에 시설을 유지하고 이용하는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과학기술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산간지역이라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일부터 필요했다. 이 박사는 지자체와 마을 주민에게 라돈의 위험성을 알리며 설득한 끝에 논산시와 상주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이 상주시 임곡리의 지하수를 검사한 결과 EPA에서 제시한 기준보다 8배정도인 3만pCi로 확인됐다. 지하수를 지속해 먹을 경우 폐암과 위암에 그대로 노출되는 셈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저감시스템을 설치하고 시험한 결과 라돈 검출량이 90%이상 감소됐다.

이 박사는 "랩에서 개발한 기술이 현장에 접목되려면 현장상황에 맞도록 추가 기술개발이 필요한데 테스트베드를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면서 "다행히 논산시와 상주시에서 우리의 연구에 공감하며 테스드베드를 제공해 줘 연구가 지속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임곡리 이장을 지낸 어르신이 실제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이었다. 좀더 일찍 연구를 하고 현장에 적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길용 박사는 지하수 시료 채취를 위해 주로 산간지역으로 출장을 많이 다니게 된다. 이 박사는 자신의 어려움보다 과학기술 혜택이 외진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길 기대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길용 박사는 지하수 시료 채취를 위해 주로 산간지역으로 출장을 많이 다니게 된다. 이 박사는 자신의 어려움보다 과학기술 혜택이 외진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이 돌아가길 기대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민 세금으로 한 연구, 국민에게 돌려 줄수 있어 보람"

"출연연의 연구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를 하는데 그 결과가 국민의 안전한 삶에 기여할 수 있게 돼 보람이 크다. 과학기술 성과가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소외된 지역의 주민들에게 더 많이 갔으면 좋겠다."

이길용 박사는 출연연 연구자로서 연구성과가 국민에게 돌아갈수 있다는 데 보람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개발한 저감시스템을 논산시(2013년)와 상주시에 무상 기증했다. 상주시와는 16일 기증식을 가졌다. 마을 주민들이 연구팀에게 감사의 표시로 조촐한 파티도 마련해 훈훈함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이 박사는 "우리가 개발한 저감 시스템은 무동력으로 운영 가능하고 장치 가격도 500만원 정도로 높지 않다. 500만원으로 마을 주민 전체가 안심하고 물을 먹을 수 있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지하수를 음용하고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지역이 많다. 주민들 대부분 라돈이 검출되는지도 모르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나서서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과학기술이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기술 이전까지 과정을 지켜 본 홍석의 지질자원연 실장은 "우리나라는 일년에 4번 음용수 검사를 실시하지만 라돈 검사는 기준에 없다"면서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라돈 함량 검사도 수질검사에 조속히 포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상주시 임곡리 마을은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한다. 이 박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지하수를 먹는 물로 사용하는 지역이 많다. 라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사진은 상주시 임곡리 지하수 상수도 설비에 설치된 라돈저감 장치.<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상주시 임곡리 마을은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한다. 이 박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지하수를 먹는 물로 사용하는 지역이 많다. 라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사진은 상주시 임곡리 지하수 상수도 설비에 설치된 라돈저감 장치.<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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