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미세먼지 측정 신뢰성 높일 표준물질 만든다
'동위원소' 활용 미세먼지 발생원 추적 기술·장비 개발 추진

"밖은 이렇게 뿌연데 미세먼지 '좋음'이라니요?"
"쾌청한데도 미세먼지는 '나쁨'으로 예보될 때도 있습니다. 이 정보를 믿어도 될까요?"

최근 포털 실시간 검색창에는 미세먼지 농도의 정확성에 의문을 품는 의견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몸으로 느끼는 미세먼지와 실시간 관측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에 대한 성능평가 결과, 16개 제품 중 정확도가 70% 이상인 제품은 7개에 그쳤다. 시민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청정기의 측정 센서는 이보다 정확도가 더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미세먼지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측정기나 장비 자체를 교정하거나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기준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상열)이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기준이 될 '표준물질' 개발에 나섰다. '미세먼지 국가 측정체계 신뢰성 기반 구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임용현 분석화학표준센터장은 "미세먼지의 구성 성분 등을 신뢰성 있게 측정하지 않으면 정확한 현황 파악은 물론 대책을 기대할 수 없다"며 "어떤 장치로 측정해도 같은 값이 나올 수 있도록 측정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표"라고 밝혔다.

◆ 실내·도시 미세먼지 특성별로 표준물질 개발
 

임용현 화학의료표준본부 분석화학표준센터장. <사진=한효정 기자>
임용현 화학의료표준본부 분석화학표준센터장. <사진=한효정 기자>
연구팀은 ▲탄소 성분이 많이 포함된 미세먼지 ▲실내 미세먼지 ▲평균 도시 미세먼지에 해당하는 세 가지 표준물질을 개발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표준물질은 각 발생지에서 포집되어 다양한 물리·화학적 특성이 정확하게 측정된 시료다. 측정장비는 이 시료를 기준으로 미세먼지 농도와 구성 성분 함량을 도출한다.
 
미세먼지 표준물질을 세 가지로 나눈 이유는 미세먼지에 주로 포함된 성분과 입자구조에 따라 측정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탄소가 섞인 미세먼지와 광물이 섞인 미세먼지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측정돼야 한다.
 
탄소가 포함된 미세먼지는 디젤차 분진이나 소각장 먼지에서, 실내먼지는 가정용 청소기에서 추출된다. 연구팀은 두 발생원에서 포집된 미세먼지의 물리적 특성과 유해성분이 포함된 정도 등을 분석·평가해 표준물질을 만든다.
 
임 센터장은 "미세먼지가 해로운 이유가 입자가 작아서인지, 유해성분이 들어서인지 또는 미세먼지에 붙은 미생물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이를 밝혀내 종류별로 표준물질을 만들면 독성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도시의 미세먼지는 대용량 장치를 여러 대 가동해 2년에 걸쳐 포집된다. 이 연구를 위해서는 1 kg 이상의 미세먼지를 모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표준물질 개발은 사업 3년차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그는 "도시 미세먼지의 실제 조성과 유사한 표준물질을 만들어 환경부 온라인측정망이나 집중측정소에 보급해 정확한 측정의 기준으로 쓰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동위원소 측정 장비'로 미세먼지 발생지 추적

미세먼지에 섞인 동위원소를 분석하는 다중검출기 유도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ICPMS). 산(acid)에 녹여진 미세먼지 시료는 장비 안으로 들어가 플라즈마를 통과한다. 이 때 시료에 섞인 동위원소가 이온으로 분리되면서 장비에 내장된 여러 대의 동위원소 검출기에서 정밀하게 측정된다. <사진=한효정 기자>
미세먼지에 섞인 동위원소를 분석하는 다중검출기 유도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ICPMS). 산(acid)에 녹여진 미세먼지 시료는 장비 안으로 들어가 플라즈마를 통과한다. 이 때 시료에 섞인 동위원소가 이온으로 분리되면서 장비에 내장된 여러 대의 동위원소 검출기에서 정밀하게 측정된다. <사진=한효정 기자>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추적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임 센터장은 "현재 연구는 황사는 사막에서, 2차 미세먼지는 산업현장 등 인위적 요인에서 온다는 것을 구분하는 정도"라며 "발생원을 자세히 알아내기 위해 정확한 측정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미세먼지 추적에 사용되던 '화학성분' 대신 '동위원소'를 이용할 계획이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다. 
 
연구팀이 추적자로 사용할 동위원소 중 하나는 탄소(C)의 동위원소인 14C. 미세먼지에 섞인 14C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그 발생지나 이동 경로를 추정할 수 있다. 화석연료에서 발생한 14C는 오래전에 땅 속에서 생성되어 공기 중의 농도가 낮고, 고상공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은 우주선의 영향을 받아 농도가 높다.
 
임 센터장은 "이 결과만으로 미세먼지의 발생지를 한 곳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늘었는지 또는 줄었는지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위원소 측정을 위해 연구팀은 빛을 이용한 측정 장비를 개발 중이다. 이 장비는 기존에 쓰이던 질량분석기와 달리 훨씬 작은 크기로 싼 가격에 동위원소를 분석할 수 있다.
 
임 센터장은 "이번 사업은 총 6년 계획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한다"며 "미국과 일본은 이미 미세먼지 표준물질을 만들었다. 기존 표준물질보다 다양한 특성을 신뢰성 있게 평가해 국내 환경에 맞는 우리만의 표준물질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알찬 과학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이 기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대덕넷이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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