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국제공동연구진, 엘니뇨 현상 메커니즘 규명
무더위 원인? '지구온난화·제트기류' 등 복합적 요소

IBS-국제 공동 연구팀이 엘니뇨 현상 메커니즘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온라인판에 26일 게재됐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IBS-국제 공동 연구팀이 엘니뇨 현상 메커니즘 규명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온라인판에 26일 게재됐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한달여 계속되는 폭염으로 피해도 커지고 있다. 폭염 원인으로 여러가지 요인이 제기되고 있는데 세계 기후과학자들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엘니뇨 현상'이다.

엘니뇨는 태평양에서 비정상적으로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평소와 달리 따뜻해진 바닷물은 무역풍을 악화시켜 예상치 못한 폭우와 가뭄을 일으킨다. 때문에 엘니뇨 현상은 이상기후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게 사실이다. 한반도 폭염도 엘니뇨 현상 때문일까.

최근 엘니뇨 현상의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는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 단장과 11개국 40여명의 국제 공동 연구팀이 '동태평양 엘니뇨'와 '중태평양 엘니뇨'의 상호작용에 따라 매번 다른 형태의 다양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동태평양 엘니뇨와 중태평양 엘니뇨의 공간분포와 발생주기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체계를 수립했다. 이를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증명했다.

동태평양 엘니뇨는 3~7년 주기로 해양 상층에 열이 많이 저장되고 무역풍이 약할 때 주로 발생한다. 연구팀은 해양 상층에 열이 많이 저장돼 있을 때 하층의 차가운 해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는 현상이 약해져 해수면 온도를 높이는 메커니즘이 가장 핵심임을 밝혔다.

중태평양 엘니뇨는 2~3년 주기로 해양 상층에 열저장이 상대적으로 적고 무역풍이 강할 때 주로 발생한다. 연구팀은 따뜻한 물이 동서방향으로 이동하며 해수면의 온도를 높이는 메커니즘이 핵심임을 밝혔다.

두 개의 엘니뇨 고유 진동 모드 모식도. 연구팀은 두 엘니뇨의 상호 결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엘니뇨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밝혔고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사진=IBS 제공>
두 개의 엘니뇨 고유 진동 모드 모식도. 연구팀은 두 엘니뇨의 상호 결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엘니뇨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밝혔고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했다.<사진=IBS 제공>
그동안 엘니뇨 현상은 공간적·시간적 다양한 특성을 보이며 발생했다. 전 세계에서 엘니뇨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메커니즘을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했던 이유다.

연구팀은 동태평양·중태평양 엘니뇨를 명확히 구분, 엘니뇨가 두 가지 독립적인 패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두개의 엘니뇨가 결합되는 양상에 따라 다양하게 엘니뇨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이번 연구를 총괄한 악셀 팀머만 단장은 "엘니뇨의 공간적·시간적 다양성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통합이론모델 개발을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라며 "다양한 엘니뇨 현상의 예측은 가뭄·홍수·폭우·폭설 등의 많은 피해에 대비하고, 식량부족·식수고갈·전염병 등의 인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국종성 POSTECH 교수는 "다양한 학문과 통합적인 연구방법으로 기후과학의 난제인 엘니뇨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라며 "향후 엘니뇨 예측이 보다 향상되면 엘니뇨가 발생하는 동안 어떤 지역이 어떤 이상기후를 겪게 될지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폭염과 엘니뇨 연관성?···지구온난화 등 복합적 문제"

악셀 팀머만 단장은 "최근 한국에 찾아온 폭염은 엘니뇨 현상과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악셀 팀머만 단장은 "최근 한국에 찾아온 폭염은 엘니뇨 현상과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현재 열대 태평양에서 엘니뇨가 약하게 발달하고 있지만, 엘니뇨가 이번 한반도 폭염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이번 폭염은 지구온난화, 제트기류 약화 등 복합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 단장)

기상 관측이래 가장 무더웠던 1994년의 기온을 넘어서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폭염 원인으로 엘니뇨 현상을 지목하지만, 결론은 아니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인도네시아·호주 등의 열대 지역에서는 덥고 건조하며 가뭄까지 발생한다. 반면 페루 등의 동태평양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비가 많이 온다. 이처럼 엘니뇨 현상은 해당 지역에 폭염·홍수 등의 영향을 준다.

하지만 엘니뇨 현상은 주로 봄·여름에 발생해 겨울철에 나타난다. 때문에 현재 국내 폭염의 원인을 엘니뇨라고 단정 짓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 지구촌의 경고 "온실가스 배출량 줄이지 않으면 2100년 6도 올라가"

폭염의 원인은 지구온난화·제트기류·자연현상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폭염의 주요 원인이 지구온난화라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5차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저하게 줄이지 않으면 2100년도 지구촌은 3.5도~6도 증가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미래 기후 변화는 인간이 선택하는 사회·경제적 경로에 달려있다. 202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을 40~70%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IPCC 보고서.<사진=IBS 제공>
미래 기후 변화는 인간이 선택하는 사회·경제적 경로에 달려있다. 202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을 40~70%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IPCC 보고서.<사진=IBS 제공>
산업혁명 이전인 1800년대 후반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약 280ppm이었다. 올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이 넘었다. 지구가 지난 80만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구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기인 1880년 이후 섭씨 1도 올랐다. 지구 생태계에 적응 못하는 포유류 등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 인류가 지구 생태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온은 1.5도~2도 수준이다.

IPCC는 온실가스 순배출을 '0'(제로화)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탈 이산화탄소를 추진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지하저장(CCS) 등의 보급과 함께 산업 시스템 등 경제 활동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의 매슈 로젠크런스는 "폭염 유력한 범인은 지구온난화"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금과 같은 폭염이 과거보다 더 자주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준이 IBS 기후물리연구단 지구시스템 예측성 프로젝트리더는 "우리의 경제·사회 구조는 탄소 의존도가 높다. 인류는 이러한 구조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환경오염 자체가 인간의 인위적인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의 활동이 인간에게 악영향으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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