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스마트폰·전기차 필수원료 '인조흑연' 국내 생산길 열다
생산 단가 절감 위해 기업 맞춤 공정 개발···동양환경에 기술이전

국내 연구팀이 석유 찌꺼기에서 배터리 필수원료인 '흑연'을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김성수)은 임지선 탄소산업선도연구단 박사 연구팀이 스마트폰·PC·전기차 등에 필수적인 인조흑연의 원료 '피치'를 석유 찌꺼기로부터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인조흑연은 우수한 전기·열 전도성을 가지고 있어 이차전지 음극재나 방열부품 등에 쓰인다. 음극재는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중 하나다. 4대 소재 중 유일하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석유계 저급유를 활용한 인조흑연 제조 단계.<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석유계 저급유를 활용한 인조흑연 제조 단계.<사진=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인조흑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피치'라는 원료가 필요하다. 피치는 석유화학 공정의 찌꺼기로부터 제조가 가능하다.

석유화학 공정의 찌꺼기로부터 피치를 만드는 기술은 지금까지 미국·일본·독일 등 일부 선진국에만 있었다. 국내에는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 3~5위 규모를 기록하고 있지만, 공정 부산물 활용 기술이 없어 지금까지 이를 대부분 저급 연료로 사용해왔다. 국내에서 스마트폰 등 제조에 필요한 피치와 인조흑연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해왔다.

연구팀은 피치를 만들 수 있는 국내 기업 맞춤형 공정 기술을 개발했고 동양환경에 기술이전했다. 동양환경은 이를 이용해 피치 상용화에 착수한다. 동양환경에서 생산될 예정인 피치는 수율이 높고 가격이 저렴해 수입산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생산될 피치는 중국·인도에서 생산되는 저가 피치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 피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400~600도의 열과 전기가 필요하다. 동양환경은 이미 열과 전기를 활용할 수 있는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한 맞춤 공정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을 통해 제조되는 피치는 향후 인조흑연 제조 원료로 국내에서 활용되거나 수출될 계획이다. 연구팀은 현재 피치로부터 인조흑연을 제조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자동차 등에 쓰이는 이차전지의 음극재, TV·핸드폰 등에 쓰이는 방열부품, 공기청정기 속 활성탄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수 원장은 "석유 정제 공정에서 발생되는 저가의 잔사유를 고부가가치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며 "이차전지와 방열부품 등으로 인해 수요량이 급증하고 있는 인조흑연의 무역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기초 원천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임지선 박사는 "피치 제조 기술과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인조흑연 제조 기술을 통해 인조흑연 국내 생산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원 확보와 수입 대체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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