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기관 부실학회 참석자 현재 주요보직에 재직
총장 '셀프 임용', 교수·자녀 '연구세습' 문제도 거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실학회는 연구계 리더격 기관과 인사들까지 연루돼 보직자들의 도덕적 해이 비난 가능성이 더욱 높다."(김경진 의원)

"대를 이어 연구를 한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수 있지만 자신의 자녀를 석·박사로 만들기 위해 지도교수로서 공동연구를 한다면 나쁜 의미의 연구 세습일 수밖에 없다. 좋은 의미의 연구 승계를 하려면 자기 자녀가 아니라 연구실의 다른 우수한 제자들과 이뤄져야 한다."(김성수 의원)

"감봉으로 징계가 후퇴했다. 임시이사회 구성, 처분을 다시 살펴보고, 처벌이 약화된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이철희 의원)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 국정감사가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부실학회 참가, 총장의 비위사실, KAIST의 연구세습 등 과학계의 '연구 윤리'를 지적하는 질타가 쏟아졌다. 

◆DGIST '셀프임용' 거론···KAIST·GIST '연구세습' 지적

이날 국감에서 과기특성화대학의 윤리 문제가 거론됐다. DGIST는 손상혁 총장의 비위사실, KAIST와 GIST는 '연구 세습'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DGIST는 세계적 수준의 탁월한 교육, 연구, 봉사로 국가와 DGIST 발전에 기여한 교원과 연구원에게 펠로우 직위를 부여한다.

손 총장은 총장 재임 이후 규정을 바꾸면서 본인을 '펠로우 직위'에 재임용하는 '셀프 임용'을 강행해 DGIST 임직원 행동강령 11조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기부 감사 처분요구서에서 DGIST 정관 22조에 따라 징계를 요구했지만 실제 결정은 다른 규정을 근거로 감봉 처분을 받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이철희 의원은 "DGIST 임시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이사진의 결격사유를 확인했다"면서 "총장 비위 사실을 제대로 조사하고 처분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진규 과기부 차관은 "이사회에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린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KAIST, GIST의 연구 세습 관련 질의도 나왔다. 김성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실은 4개 과기특성화대의 '최근 5년간 지도교수가 학생의 존속이었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4건(3명)의 사례가 적발됐다고 23일 밝혔다. 

의원실에 따르면 KAIST(2명)와 GIST(1명)에서 아버지와 자녀가 지도교수와 제자로 한 연구실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원에서 아버지와 자녀가 지도교수와 제자로 한 연구실에 몸담고 있는 사례.<자료=김성수 의원실 제공>
과기원에서 아버지와 자녀가 지도교수와 제자로 한 연구실에 몸담고 있는 사례.<자료=김성수 의원실 제공>
이들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아버지의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특히 KAIST 대학원생 A군은 지도교수인 아버지와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 4편에 이름을 올렸다. 

SCI급 논문은 전세계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수임용이나 평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학계에서 중요한 경력으로 인정 받는다. 

의원실은 이 같은 행태가 과기원 내부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4개 과기원의 '임직원 행동강령'에는 '이해관계직무의 회피' 조항이 있지만 3명 모두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규정은 임직원의 직무가 자신의 이해와 관련되거나 4촌 이내의 친족이 직무관련자에 해당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적용된다. 

이에 대해 신성철 KAIST 총장은 "해당 교수 2명이 당시 상급자인 학과장에게 보고하고 처리했어야 했는데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한국 정서와 통념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기원 재학생 중 부모가 지도교수인 자녀의 논문 공저자 현황.<자료=김성수 의원실 제공>
과기원 재학생 중 부모가 지도교수인 자녀의 논문 공저자 현황.<자료=김성수 의원실 제공>
◆출연연 '주요보직자 29명' 부실학회 참여

 

연구지원기관과 출연연이 관련된 과학계 부실학회 참가 이슈도 다시 부각됐다. 

김경진 의원실로 제출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자료에 따르면 과기부 산하 26개 출연연 중 부실학회 참석 당시 '주요보직자로 있었거나', '현재 주요보직자'로 있는 경우는 총 12개 기관 29명이다. 이들에게 집행된 예산은 1억원이 넘는다.

특히 부실학회 참석자가 현재 실장급 이상 주요보직자로 재직 중인 기관은 ▲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ISTI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총 9개 기관이다.

김 의원은 자체조사를 위한 기관별 특별위원회 구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각 기관은 자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부실학회 참석 건을 조사 중이며 부실학회 참가자는 위원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부실학회 참가자의 범위가 와셋·오믹스 참가자에 한정된다는 것.

출연연 주요보직자의 부실학회 참가현황.<사진=김경진 의원실, 출처=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연연 주요보직자의 부실학회 참가현황.<사진=김경진 의원실, 출처=국가과학기술연구회>
김경진 의원은 "와셋·오믹스 외에 전공 분야별·기관별로 선호하는 다른 부실학회들이 많이 있다"라며 "기관 자율에 맡기면 특정 연구 분야나 기관은 아예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의원실이 입수한 제보들을 종합해 볼 때, 와셋·오믹스와 같은 부실학회가 국내에서도 운영되는 것으로 추측된다"라며 "이런 가능성에 대한 조사 없이 막연히 와셋·오믹스만을 대상으로 해 특별위원회 구성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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