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흡착제 4년 연구 '종합판' 기술이전···실용화 도전"

최민기 KAIST 교수팀, 고성능·안정성 갖춘 아민 고체 흡착제 개발
대학 실험실에서 상상 못 한 '변수' 학·연 협력으로 찾아
온실가스 이산화탄소(CO₂)를 잡는 '고체 흡착제' 개발만 4년. 연구는 마치 양파를 까는 것 같았다. 이제 완벽히 만들었다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튀어나왔다. 한 관문을 넘기 전까지는 그다음에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끝이 안 보였다. 가장 큰 고비를 만났을 때는 지금까지 연구한 기술이 사장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그래도 포기 않고 하나씩 풀어 온 문제들이 10여 개. 올해 이것들을 모두 해결한 흡착제 기술의 '종합판'이 실용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최민기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지난 10월 1일 중소기업 '에코프로'에 '고성능 아민 기반 고체 이산화탄소 흡착제' 기술을 이전했다.
 
고체 이산화탄소 흡착제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머리카락 굵기 크기의 구형 입자다. 30년 이상 연구된 액체 흡착제 보다 역사는 짧지만, 재생에 필요한 에너지가 적게 들고 증발과 부식이 되지 않는 등 장점 때문에 최근 활발히 연구된다. 그중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아민 고분자를 넣은 고체 흡착제가 주목받는다.

최 교수는 "앞서 보고된 연구 대부분은 흡착제 소재의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는 정도였다"면서 "이번 연구는 흡착제의 흡착·탈착 능력, 흡착 속도, 소재 안정성, 대량생산 가능성 등 실용화에 필요한 조건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최민기 교수(왼쪽)와 최우성 박사과정생. 촉매를 전공한 최 교수는 실용화를 고려한 원천기술 연구에 주력한다. 최우성 학생은 킬레이트제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흡착제의 산화 안정성 향상 관련 논문을 올해 3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사진=한효정 기자>최민기 교수(왼쪽)와 최우성 박사과정생. 촉매를 전공한 최 교수는 실용화를 고려한 원천기술 연구에 주력한다. 최우성 학생은 킬레이트제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흡착제의 산화 안정성 향상 관련 논문을 올해 3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사진=한효정 기자>

◆ 단순한 기술·재료 사용···CO₂ 탈착 능력, 안정성 확보

여러 요소를 갖추기 위해 최 교수팀이 선택한 전략은 단순한 기술로 확실한 효과 내기. 최 교수는 "기존 문헌을 머리에서 지우고 화학 과정은 간단하게,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팀이 개발한 아민 기반 흡착제의 가장 큰 특징은 이산화탄소를 잘 잡으면서도 잘 떼어낸다는 점이다. 기존 흡착제들은 이산화탄소 흡착 성능은 우수하지만, 탈착 성능은 낮아 재사용하기 어렵고 재생에 많은 에너지가 든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탈착 성능을 높이기 위해 흡착제와 화합물 '에폭사이드'를 반응시켰다. 에폭사이드와 결합된 아민은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이산화탄소와 결합한다. 최 교수는 "에폭사이드 양에 따라 이산화탄소 흡착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며 "공정에 맞춰서 물질을 설계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마지막 난관은 흡착제의 산화 안정성 문제였다. 실험 중, 흡착제의 아민 고분자가 배기가스에 섞인 산소와 만나 한 달도 안 돼 모두 타버리는 현상이 발견됐다. 최 교수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산화 속도가 빨랐다"고 말했다.

원인은 아민 고분자에 섞인 소량의 철(Fe)이었다. 아민 고분자가 반응기 등에 담길 때 붙은 미량의 철 이온이 아민을 산화하는 촉매 역할을 한 것이다.
 
연구팀은 철을 제거하기 위해 화합물 '킬레이트제'를 사용, 흡착제 산화 속도를 50배 늦춰 장기 안정성도 확보했다. 최 교수는 "올해 이 실험에 성공하기 전까지만 해도 흡착제의 기술이전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며 "그만큼 산화 안정성이 중요한 문제였다"고 회상했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고체 흡착제가 이산화탄소 1t(ton)을 잡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3GJ/tCO₂​까지 줄였다. 일반적으로 액체 흡착제를 사용한 공정에는 2.5GJ/tCO₂가 든다.

최 교수는 "연구를 하면서 '이 문제는 다른 연구자가 해결하겠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처음에는 고체 흡착제 기술은 상용화되기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비교적 짧은 기간에 액체 흡착제 성능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니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자신했다.

최민기 교수팀이 개발한 '아민 기반 이산화탄소 고체 흡착제'의 작용 모식도. 흡착제(가운데)의 아민 고분자는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 잡아낸다. 아민은 암모니아(NH₃)의 수소 원자가 탄화수소기로 치환된 유기 화합물이다. <그림=최민기 교수 제공>최민기 교수팀이 개발한 '아민 기반 이산화탄소 고체 흡착제'의 작용 모식도. 흡착제(가운데)의 아민 고분자는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만 잡아낸다. 아민은 암모니아(NH₃)의 수소 원자가 탄화수소기로 치환된 유기 화합물이다. <그림=최민기 교수 제공>

◆ "논문 낼 내용은 1/10뿐···실적만 따졌다면 여기까지 못 와"

이번 연구는 최 교수 연구실에서만 이뤄지지 않았다. 최 교수는 2014년부터 KOREA CCS 2020 사업의 'CO₂ 건식 포집 프로젝트'에 참여, 한국화학연구원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학교에서 혼자 연구했다면 여기까지 절대 못 왔을 것 같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받고 논의하면서 고비를 넘겼다"며 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흡착제를 완성했다고 생각했는데, 화학연 공정 담당 박사님들이 대형 장치에서 실험해보니 흡착제가 반응기 벽에 달라붙는 예상치 못한 현상이 나타났다. 원인은 정전기였다.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논문을 쓰면서 상상도 못 한 변수였다."

이처럼 공정 전문가들은 연구팀이 고체 흡착제 개발 단계마다 발생하는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줬다.

최 교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팀 학생들의 노력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많아야 3명이 연구했다"며 "기술이전까지 진척됐지만, 이 중 논문으로 발표할 만한 내용은 10분의 1 정도다. 실적에만 관심 있는 학생이었다면 연구를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중 최우성 박사과정생은 최 교수 연구실에서 석사학위를 시작하자마자 이 연구에 합류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요소 기술을 해결하는 과정이 즐거웠다"며 "대규모 시설에서 소재 성능을 확인하는 일은 학위 과정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라 자부심을 품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이 기술을 가져간 기업의 연구 의지도 강조했다. 에코프로는 대기오염을 제어하는 소재와 부품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소기업이다. 최 교수는 "아직 이산화탄소 흡착제 관련 시장이 열리지 않아 당장 이 기술로 수익을 크게 낼 순 없지만, 미래를 보고 기술을 키워 사업화하겠다는 뜻이 확고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연구팀은 에코프로와 함께 경남 하동화력발전소에서 흡착제의 성능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실증화에 성공할 가능성은 20%지만, 그래도 도전한다"며 "고체 흡착제가 실용화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orea CCS 2020 사업을 총괄하는 박상도 단장은 "이번 연구는 사업단의 장점을 살려 화학연, 공주대와 최대한으로 협업해 진행했다"며 "단독 연구로는 짧은 시간에 이같은 성과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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