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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데 팥 났다! 발상의 전환 'CO2 포집'

최정규 고려대 교수팀, ‘이종 제올라이트 분리막 기술’ 개발
CO2 분리 탁월...화학과 융합해 독특한 구조 분리막 세계 첫 보고
"논문 게재뿐 아니라 기술실현 상용화 노력할 것"
최정규 고려대학교 교수팀이 이산화탄소 분리에 적합하다고 알려진 DDR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키워내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최정규 교수와 정양환 연구원.<사진=김지영 기자>최정규 고려대학교 교수팀이 이산화탄소 분리에 적합하다고 알려진 DDR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키워내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왼쪽부터) 최정규 교수와 정양환 연구원.<사진=김지영 기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다. 모든 일은 근본에 따라 그에 걸맞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우리나라 속담이다.
 
국내 연구진이 콩 심은 데 팥이 나는 연구결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작물을 키웠다는 뜻이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데 적합하다고 알려진 DDR 제올라이트 분리막(이하 DDR 분리막)을 전혀 다른 씨앗(물질)을 통해 똑같이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정규 고려대학교 교수팀이다.
 
제올라이트는 기공을 지닌 물질로 종류도 수백 가지다. 그중 DDR 분리막은 이산화탄소 분리에 적합한 기공을 지니고 있어 효과적이고 선택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DDR 분리막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제올라이트 분리막은 씨앗 성장법을 이용해 제작하는데 좋은 DDR 씨앗을 구하기 어렵다. 좋은 씨앗을 구했더라도 특정 지지대에 증착시켜 압력밥솥처럼 생긴 오토클레이브에서 구워(합성)냈을 때 성능이 좋지 않았다. 낮은 재현성을 보여 분리막으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DDR 씨앗으로 우수한 성능의 DDR 분리막을 개발하는 기술은 일본의 한 회사만이 비밀스럽게 보유하고 있다.
DDR 분리막은 씨앗 성장법을 이용해 제작한다. DDR 씨앗을 특정 지지대 위에 올리고 오토클레이브에서 합성해 DDR 분리막으로 성장시킨다. 하지만 좋은 DDR씨앗을 구하기도 어렵고 성장시키더라도 합성기술이 부족해 분리막으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사진=최정규 교수팀>DDR 분리막은 씨앗 성장법을 이용해 제작한다. DDR 씨앗을 특정 지지대 위에 올리고 오토클레이브에서 합성해 DDR 분리막으로 성장시킨다. 하지만 좋은 DDR씨앗을 구하기도 어렵고 성장시키더라도 합성기술이 부족해 분리막으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사진=최정규 교수팀>

 
"기존에 보고된 방법으로 합성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합성방법이 간편하고 재현성이 높다고 알려진 CHA(SSZ-13) 입자를 씨앗 입자로 활용했죠. 화학을 전공한 정양환 학생(제1 저자인)의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분리막 성장방법이 구현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최 교수는 특정 지지대에 CHA 입자를 뿌리고 오토클레이브에서 합성한 결과 DDR 씨앗 입자와 같은 성능의 '이종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A라는 씨앗 입자로 결정구조가 다른 분리막 B를 만들어낸 사례는 세계 첫 보고다. 유사한 연구도 있었으나 분리막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성장시키지는 못했다.
 
그는 "필름정도를 만들 수 있도록 성장시킨 사례는 있었으나 연속적인 분리막으로 성장한 것은 처음"이라며 "전혀 다른 종을 통해 쉽고 간단하게 우수한 성능을 가진 분리막을 만든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팀은 CHA 씨앗입자로 DDR분리막을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A라는 씨앗 입자로 결정구조가 다른 분리막 B를 만들어낸 사례는 세계 첫 보고다. <사진=최정규 교수팀 제공>최 교수팀은 CHA 씨앗입자로 DDR분리막을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A라는 씨앗 입자로 결정구조가 다른 분리막 B를 만들어낸 사례는 세계 첫 보고다. <사진=최정규 교수팀 제공>

그렇다면 최 교수팀이 만든 분리막의 성능은 어떨까. 최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이종 제올라이트 분리막'이 이산화탄소를 포함하는 혼합물 특히, 이산화탄소/질소, 이산화탄소/메탄에서 선택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많은 연구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수분에 강한 '소수성'을 띠도록 제작해 수증기에 분리막 성능의 악영향이 없도록 했다. 탄화수소가 산화될 때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생성되는 수증기에 의해 분리 성능이 저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최 교수는 "산화될 때뿐 아니라 우리 공기 속에는 물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수분에 영향을 받는 공정에 써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산업체 요구 기술개발 "다음 목표 상용화"

 
"키워낸 분리막을 나노 크기로 얇게 썰어 분석했더니 씨앗으로 사용한 CHA 입자가 그대로 남아있더라구요. 자기 역할을 다 하고 사라질 줄 알았는데 남아있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분리막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보통 주사 현미경을 활용해 상단부분만 관찰한다. 그런데 정양환 학생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케이크를 자르듯 분리막을 단면으로 잘라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그 결과 이종 제올라이트 분리막 맨 밑에 CHA 입자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CHA 입자가 DDR 분리막을 유도 성장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가 됐다.
 
최 교수는 "CHA 입자도 이산화탄소 제거 분리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성능을 저하하는 등의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순수하게 얻은 DDR 분리막과 비교했을 때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우리 기술은 쉽게 이종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만들 수 있다. 시작은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해외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팀은 상용화가 될 수 있도록 빠르게 이종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키우는 기술을 추가로 개발 중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저장, 활용하는 기술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를 자원화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에너지 생산과 공장 운영, 집에서 보일러를 켤 때마다 이산화탄소를 생산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화력발전소 운영도 대기오염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야기시킨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최근 4년간 지구 기온 순위 가 1~4위를 차지하는 등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지구상 동식물 30%가 멸종할 것이라 알려져 있다. "더 늦기 전에 지구온난화 주범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재활용하는 기술에 많은 자본이 필요해 기업체에서 큰 관심을 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연구를 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쓰레기와 동물의 변 등을 이용해 미생물적으로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이산화탄소를 분류하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메탄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이산화탄소/메탄 분리가 가능하므로 기업에도 관심 주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좋은 논문을 쓰는 것도 좋지만 기술로 실현돼 상용화가 되길 늘 바라고 있다. 다음에는 상용화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연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연구는 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KCRC, 센터장 박상도)의 'Korea CCS 2020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있다.
 
연구원이 들고 있는 것이 특정지지대다. 여기에 DDR 분리막과 성능이 유사한 '이종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해당 분리막을 오른쪽 기계에 넣으면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사진=김지영 기자>연구원이 들고 있는 것이 특정지지대다. 여기에 DDR 분리막과 성능이 유사한 '이종 제올라이트 분리막'을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해당 분리막을 오른쪽 기계에 넣으면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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