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대덕의 산·학·연·관·언론 관계자 모여 토론
"민간주도 창업 생태계 필요···연구자들은 기술 확산자 역할"
평가지표 개선, 기술자-창업가 잇는 '테크 브로커' 필요성 제기

딥테크 메카 '대덕'을 만들기 위해 지난 1일 대덕의 산·학·연·관·언론 관계자들이 모여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딥테크 메카 '대덕'을 만들기 위해 지난 1일 대덕의 산·학·연·관·언론 관계자들이 모여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1973년 연구학원도시로 출범한 대덕이 50주년을 내다보고 있다. 대덕은 한국 과학기술 개발의 여명기를 이끈 중심 축이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연구 환경이 이를 뒷받침했다. 대덕의 출범 취지는 연구 인력 교류와 시설 공동 활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집적시켰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덕에는 박사 1만 5000여 명, 석사 1만 2000여 명이 모여있다. 국내·외 특허 보유도 9만 여 건에 가깝다.

하지만 초기 과학기술 여명기를 이끈 대덕은 역할을 다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초기 설립 취지인 교류·개방 등의 가치가 사라지고, 연구 인력 고령화, 산업계와 연구원간 네트워킹이 단절되면서다. 대덕과 판교를 비교하는 수치는 이를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46년 된 대덕이 기관·기업수가 1600개, 매출액 17조원을 기록해온 반면 판교는 8년 만에 1300개 기관·기업이 들어서고 매출액만 77조원을 기록했다. 민간 기업이 지역 산업과 연결을 만들며 빠른 속도로 혁신주도권을 가져간 것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대덕만의 '딥테크 생태계'를 조성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일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모여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회에선 민간 주도의 딥테크 창업 생태계, 출연연 기술을 민간으로 이어주는 이른바 '테크 브로커(큐레이터)'의 필요성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출연연 평가 지표 개선, 행정직 경쟁력 강화 등 구체적인 제언이 이어졌다.

좌담회에는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이하 고 박사) ▲김채광 도룡벤처포럼 회장(이하 김 회장) ▲송희석 한남대 산학협력단장(이하 송 단장) ▲권흥순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이하 권 교수) ▲이석봉 대덕넷 대표(이하 이 대표) ▲이영섭 대전 유성구 과학협력팀장(이하 이 팀장) ▲유용균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이하 유 박사)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하 임 센터장) ▲조은채 한국수자원공사 창업혁신부장(이하 조 부장) ▲지명훈 동아일보 기자(이하 지 기자)가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에 앞서 김채광 회장은 '대전지역 딥테크 생태계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대덕 특성은 R&D···연구자는 기술 확산자로서 역할 해야"

김 회장 = "대덕은 대덕입니다. 대덕이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선전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맞는 지역 생태계입니다. 대덕에는 국내 최고의 연구개발(R&D) 인프라, 축적된 경험과 기술이 있습니다.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하고 벤처에 대한 투자는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주니어의 창의성과 시니어의 기술이 결합되면 융합 딥테크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송 단장 = "대덕에 있는 연구자들에게 창업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연구개발을 하는 사람과 창업하는 사람은 분명히 다르다. 연구자들은 기술을 조력해줄 수 있는 역할이 더 적합하다."

김 회장 = "창업 생태계 조성은 민간이 주도하고 관이 따라가야 한다. 대덕은 석사 이상 연구기술인력 2만 70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역 내 기술인력 확충을 위해 출연연 연구자들은 기술 확산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출연연 평가지표 개선 필요성 제기

임 센터장 = "정부출연연구기관 역할은 기업들이 못하는 진짜 중장기 연구와 중소기업 지원이다. 창업 활성화도 있다. 그렇게 하려면 출연연 평가지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연연에 대한 미션을 재정립하고, 연구자들을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 저희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대덕에 있는 지적 재산권, 기술을 받아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기획을 해서 창업을 하려는 사람을 찾고 있다."

고 박사 = "연구자들에게 기술 가지고 창업하라고 하면 쉽지 않은 조건이다. 그래도 연구자 중 도전적인 연구자들이 있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기획 창업 프로그램은 좋은 것 같다. 연구자들이 기술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깐 사업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게 약하다. 공급자 관점에서 특허를 냈는데, 수요자가 원하는 사양과 다르니깐 맞춰가는 과정이 생긴다. 중소기업 수요와 출연연 기술 공급 격차 줄이기 위해 기획이나 연구단계부터 같이 하는 과정 필요하다."  

유 박사 = "기업에서 상금을 걸고 문제를 주면 연구자들이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문제를 잘 정의해서, 문제를 풀 사람 모여보라고 하면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다고 본다. 연구자도 도전했을 때 얻는 게 있어야 한다. 단순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회사와 연구자가 운명을 같이 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겸직 허용 등 제대로 된 보상시스템 필요하다."  

고 박사 = "연구소 창업이 실패한 학습효과가 정말 크다. 미국은 실패한 사람이 돈을 만회하려면 창업밖에 없다. 빚 갚으려면 창업하는 것이다. 재무적인 지원을 해준다. 제도적으로 구축이 돼 있다. 한국도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기술자-창업가 매칭해주는 테크 브로커 필요"

김 회장 = "이노센티브형 융합 플랫폼 필요하다. 이노센티브 융합 플랫폼은 민간에서 상업성 있는 아이디어를 매칭하는 플랫폼이다."    

송 단장 = "동의한다. 기술자-창업가 매칭 브로커 필요하다. 기술 탐색하는 비용이 아주 많이 든다. 매개가 있으면 문제 개선할 수 있다. 부동산 분야에 브로커 없으면 시장 비효율적이다. 테크 생태계에 브로커가 없다. 유휴 자원들 브로커로 활용해야 한다."

◆딥테크 생태계 조성 위해···"행정직 역량 강화돼야"

지 기자 = "해외 경쟁력 있는 생태계는 기술 수준도 높지만, 행정직도 경쟁력이 있다. 지역에 있는 대학, 인문, 사회 분야의 학생들이 대덕에 참여할 기회가 넓어져야 한다. 그에 맞춰 교육 커리큘럼도 바뀌고, 지자체는 연계하고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덕이라는 좁은 생태계가 아니라 보다 넓은 생태계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 팀장 = "서중해 KDI(한국개발연구원) 박사님이 대전은 이전에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그럭저럭 갈 것이라는 말을 했다. 뼈 아팠다. 절실함과 간절함이 필요할 것 같다. 공무원도 이런 기회를 통해 경험 쌓고 시야 넓혀야 한다. 순환보직이 아니라 한곳에 머무르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 필요하다. 대전시 행정 조직이나 공무원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면 절실함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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