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대신 공기팽창원리 응용...인쇄회로기판 드릴링 스핀들 등 제작

"베어링이지만 베어링이 아니다." 베어링 역할을 하지만 겉모양은 베어링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덕밸리 벤처기업 예원테크(대표 원찬희·www.yewontech.com)는 베어링 역할을 하지만 형체가 없는 베어링을 이용해 초정밀 가공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업체다.

이 회사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베어링은 일명 에어베어링(Air Bearing). 에어베어링의 원리는 간단하다. 두 개의 축 사이에 박힌 수많은 볼(Ball) 대신에 공기를 불어넣어 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

양 축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공기가 팽창하면서 압축된 공기가 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에어베어링의 원리는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 벌써 10여년 전에 영국의 Westwind사가 개발을 마치고 세계시장의 80%이상을 선점하고 있으나 초정밀 가공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공작기계 업체에서는 그림의 떡이었다.

원사장은 "예원테크의 에어베어링 기술개발은 세계에서 세 번째이지만 경쟁사 대비 50-60% 수준인 가격경쟁력과 짧은 납기, 철저한 A/S 등으로 서비스 한다면 세계 시장 석권은 먼나라 이야기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에어베어링을 이용한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각종 스핀들(Spindle)이다. 예원테크는 이 같은 초정밀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웨이퍼 절단용 스핀들(Wafer Dicing Spindle)과 인쇄회로기판 드릴링 스핀들(PCB Drilling & Routing Spindle) 등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에어베어링은 스핀들 뿐만 아니라 기계, 반도체, 전자부품 등의 가공장비 가운데 핵심부품인 기존의 볼 베어링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1대에 1천개 이상의 베어링 부속품이 들어가는 만큼 쓰이는 곳은 무궁무진하다.

에어베어링은 볼베어링의 단점을 거의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다. 에어베어링을 이용하면 무소음, 무진동, 초고속, 초정밀 가공기술이 가능하다. 특히 에어베어링은 볼 베어링으로는 머리카락을 70가닥으로 자른 크기인 1천분의 1 밀리미터의 초정밀 가공을 실현시키고 있다.

예원테크는 최근 공업용 공작기계용 베어링제품을 만들던 패턴을 벗어나 컴퓨터와 프린터 등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사업품목을 확산시키고 있다.

첫 번째 제품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들어가는 초정밀 소형 모터. 이 회사는 이 제품에 대한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IBM이나 HP등 세계 유명 컴퓨터회사 들을 상대로 협력업체를 찾고 있다. 의료기구에도 장착할 계획이다.

에어베어링을 치과 치료용 드릴에 장착한다면 베어링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치과를 기피하는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영역이 늘어나다 보니 이 회사의 당면과제는 생산시설 확충이다.

예원테크는 공장에 대한 생산시설 설계를 마치고 대덕밸리내에 2천여평의 공장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예원테크는 일단 이같은 제품생산을 바탕으로 일단 올해는 20억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지만 내년도 생산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2백억원 규모의 매출은 거뜬히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원사장은 "에어베어링의 시대가 지나면 자석을 이용한 마그네틱 베어링 시대가 올 것입니다"라면서 "예원테크는 다음세대 베어링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연구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고 밝혔다.

<구남평기자·flint70@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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