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혁신의 의미 革新인가, 赫新인가?

글: 김은선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책임연구원
중소기업은 국가산업의 허리와 같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 혁신'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을 위한 김은선 박사의  기고 시리즈를 연재한다. 순서는 1.세렌디피티, 우연성의 기술기회를 극대화하자. 2.벤치마킹의 함정,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 3."실패해야 성공한다" 실패에 따른 리스크는 정부가 담보해야 4.사회적 자본과 4차 산업혁명 5.한국형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 6.기술사업화, 무빙타겟을 고려한 평가지표의 발굴이 시급하다. 7.혁신의 의미, 革新인가, 赫新인가? 등의 순이다.[편집자 주]

혁신(革新)의 과정은 즐겁고 빛나는 과정이어야 한다. 조직·관습·방법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 혁신이라면 기업은 매번 새로운 조직을 짜고 기업의 업력과 상관없이 새로운 기술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전통기술이나 산업이 어떻게 혁신을 가져오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신기술 개발만이 혁신활동으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전통제조업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도 기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도 혁신이다.

혁신은 새로운 방법의 도입을 통해 생산을 확대하는 기업가의 행위 또는 기술의 진보 및 개혁이 경제에 도입되어 생기는 경제구조의 변화로 정의된다.

통칭하여 기술혁신의 의미와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나 혁신은 생산기술의 변화뿐만 아니라 신시장 개척, 신제품 개발,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의 도입 등도 포괄하는 넓은 개념이다.

기업가들은 혁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지난 2013년 대덕에 소재한 혁신형 중소기업의 CEO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출된 혁신의 정의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텍플러스의 대표였던 임쌍근 의장은 스스로의 혁신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외부충격에 대응한 기업의 필연적인 변화를 혁신으로 정의한 바 있는데 변화는 기업내부의 니즈에 의해서 올 수도 있지만 거래처(수요기업)가 요구한 조건의 충족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경우 즉 외부의 충격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케이맥의 대표였던 故이중환 사장은 모든 직원이 창의적이어야 하고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있는 조직이 되는 것을 혁신으로 정의한 바 있다.

한국에어로의 김왕환 대표는 뼈를 깍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혁신이라면 누가 감내하겠냐며 변화하는 것,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모든 활동을 혁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즉 혁신은 미래의 흐름을 읽어내고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경쟁력 있는 존재가치를 만들어가는 탐색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탐색과정을 통해 환경과 혁신행위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나고 시행착오를 거듭되면서 내재된 경험, 관계, 정보 등이 기업의 조직원 개개인에게 유일하고도 특이한 주관적인 지식으로 축적된다.

그런데 조직 내 개인에게 축적된 주관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개인에게 머무르지 않고 혁신으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창의적인 지식으로의 재창출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CEO등 조직원이 가진 지식에 논리를 불어넣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신뢰성 있는 외부기관의 참여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들과의 협업이나 공동연구를 통해 개인의 주관적이면서도 특화된 경험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촉진하게 되니 기업들의 혁신과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지원을 하는 기관들의 책임 있는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혁신과정에서 기업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또 다른 단어는 '신뢰'(trust)인데 신뢰야말로 상호작용을 통한 기업 내 지식기반의 변화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무려 5~6년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나 한번 구축된 신뢰는 기업에게 혁신과정의 수월성과 또 다른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과 기관간의 신뢰, 기업과 기업간의 신뢰, 기업 내 조직원간의 신뢰 없이는 다수의 협력관계를 맺는다한들 작은 변화조차 일으키기 쉽지 않다.

이렇게 신뢰가 기반이 된 혁신과정이야말로 고통스럽기보다는 이질적인 배경을 가진 혁신 구성원 전체가 빚어낸 빛나는 혁신(赫新) 과정으로 이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혁신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Quantum jump)에서 비롯되기도 하나 오랜 시간에 걸쳐 혁신활동에 참여한 개개인의 꾸준한 작은 변화와 신뢰에 기반한 관계가 기반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변화는 혁신과정에 참여한 조직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 정부 및 유관 기관들 간의 신뢰에 기반한 긍정적인 변화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바라본다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지원이나 협력체계가 혁신(赫新)을 위한 즐겁고도 빛나는 과정을 포괄하는 유연한 형태인지 고려해보아야 하고 이러한 체제들이 중소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다양한 혁신행위자들과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야 말로 매출증대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로 직접적으로 연계되지는 않더라도 중소기업들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개인과 조직의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learn by experience)를 극대화하여 사업기회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혁신과정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해야 하는 지식, 경험, 상호작용, 신뢰에 기반한 관계의 중요성을 감지하지 못하고 오직 미래의 가시적인 결과만 추구한다면 다가오는 기술 기회를 잡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기회마저 놓치기 쉽다. 그야말로 옛 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은선 박사는?

김은선 박사는 중소기업 기술혁신 전문가다. KISTI 중소기업혁신본부 사업기회분석실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대·중소기업의 기업컨설팅을 수행해왔다.

김 박사는 2009년 과학산업화 팀장, 2010년 기술사업화정보 실장을 연임했었다. 아울러 당시 3000여명 남짓하던 과학기술정보협의회를 1만 2000명 수준으로 활성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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