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은선 KISTI 데이터분석본부장
기술사업화 행정 아닌 '연구'...매년 약 100여명 대표 만나
맞춤형 AI 모델링로 시장구조분석 등 유망아이템 선정
"그들 도전정신에 불 지필 역동적 환경 조성이 우리 역할"

김은선 KISTI 데이터분석본부장. 그는 전국의 중소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연구자이면서 '반 애널리스트' 삶을 살고 있다. [사진=김은선 KISTI 본부장 제공]
김은선 KISTI 데이터분석본부장. 그는 전국의 중소기업들을 돌아다니며 연구자이면서 '반 애널리스트' 삶을 살고 있다. [사진=김은선 KISTI 본부장 제공]
본부인 서울 KISTI 분원에 있는 날은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된다. 대전 안동 울산∙∙∙. 나날이 출장의 연속이다. 김은선 KISTI 데이터분석본부장은 전국의 중소기업 CEO들을 만나기 위해 매일이 분주하다. 눈 뜨자마자 기업 주가를 확인하고(상장사의 경우) 연구모델을 수립한다. 기술혁신이라는 구슬을 발굴, 그들만의 실과 바늘이 돼주기 위함이다. 연구자이면서 '반 애널리스트'인 셈이다.

김 본부장은 2009년 과학산업화 팀장, 2010년 기술사업화정보 실장을 연임하며 당시 4~500개 남짓하던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 회원사를 1만2000명 수준으로 활성화시킨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데이터분석본부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기업의 개발 시간과 비용을 평균 52~57% 절감했으며, 1조9000억원 이상 매출 증대, 2800여명 고용창출, 2000억원 연구과제(R&D) 수주, 500여건 시제품 개발 등의 집단적 성과를 거뒀다. 이들의 전체 총괄에는 김 본부장이 있었다.

김 본부장 연구팀은 매년 약 100여명의 기업 대표들을 만난다.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연구개발, 금융, 마케팅 등을 지원하며 성공적인 사업화를 이끌기 위함이다. 때문에 소식을 듣고 직접 연구팀에 러브콜을 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그는 "기업 대표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미래 예측 능력"이라며 "아무리 좋은 기술이어도 시장에서 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술결정론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게 문제다. 기술이 세상이 바꾼다는 말도 맞지만, 세상이 원하는 기술을 만들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사업화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비선형적으로 일어난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 기술사업화 '연구'한다

KISTI 데이터분석본부는 대부분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는 다르게 기술사업화를 행정 아닌 '연구'하는 곳이다. 데이터 모델링, 지표 개발, 해석 연구 등 중견∙중소기업의 기술사업화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 2009년 김 본부장은 대기업 대상으로 진행하던 융합아이템 발굴사업이 중소기업에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지원과 전문기관의 피드백이 필요할 거라 제안했지만 '기관의 수익'을 도모한다는 시선이 자리했다. 

이후 "내가 찾던 게 바로 이거"라며 한 기업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故) 이중환 케이맥 대표다. 그렇게 당시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지원 하에 케이맥을 상대로 첫 시범사업을 하게 됐다.   

당시 연구팀은 케이맥에서 하고 있던 사업에 정치∙경제∙환경적 요인과 내부 환경, 산업트렌드 진단을 통해 후보 아이템 약 100개를 선별한 뒤, 최종 사업 아이템 5개를 뽑았다. AI 모델링을 통해 시장구조분석, 경제분석 등을 지원, 총 1년간의 여정이 계속됐다. 결과는 대성공. 케이맥은 2011년 코스닥 상장에 이름을 올렸다. 케이맥은 이후 2016년, 사비로 연구팀의 컨설팅을 재요청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김 본부장은 고 이 대표를 '은인'으로 추모하고 있다. 

케이맥을 시작으로 연구팀은 본격적으로 지역의 중소기업들을 상대했다. 컨설팅을 받고 상장한 기업도 적지 않을 만큼, 만족도가 높았다. 해외 현지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현재는 연구팀이 개발한 지표에 유망 아이템 발굴 데이터 모델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엔 '연구부서에서 이걸 왜 하느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기업 지원의 학문적 영역과 실제 정책적 지원 영역의 간극을 줄이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세상엔 정부 주도의 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무수해요. 국가별 상이할 뿐이죠. 여기에 집중해 국격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저 스스로 확신하는데 10년이 걸렸죠."

◆ "도전가능한 역동적 환경 조성이 우리 역할"

"정말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뭘까 항상 고민해요. 우리가 지원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 원래 성공할 기업들인데 저희가 그 시기만 앞당겨주는 거뿐이죠. 혁신이라는 건 매출 증대가 아닌, 기업 구성원들의 생각이 바뀌는 거예요. 설상 실패하더라도 그들의 도전정신에 불을 지필 수 있을만한 역동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인 거죠."

기술경영과 과학기술정책을 전공한 김 본부장은 KISTI에 입사 후 자신이 먼 훗날 퇴직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입사 후 7~8년 정도가 지나니 중소기업 성장 지원은 영원히 필요하겠다 생각했다"며 "언젠가 퇴직할 때 내가 중소기업들에게 조금의 밀알이 될 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겠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미래기술 발굴은 국가가 투자해야 하는 분야"라고 했다. 그는 "기업이 미래에 투자해야 할 영역은 사업화 아이템이다. 우리들이 하는 모든 연구는 지역과 산업, 미래와 관련된 일이다. 우리가 만든 인프라가 기술∙시장∙산업 전략을 위한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되고 이게 사회∙경제적 효과로 창출되게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