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교수 "개인의 독립이 국가독립, 기반은 철학"

인문학습 모임 '참배움터', 시민 대상 빛고을 철학 강의 마련
"생각과 과학기술 통해 문명 발전, 소명의식 찾아야"
광주광역시 조선대 서석홀에서 최진석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사진=강교민 수습 기자>광주광역시 조선대 서석홀에서 최진석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국가의 독립과 민족의 독립, 개인의 독립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건명원 원장)는 개인이 독립하고 소명의식을 갖게 될 때 국가와 민족의 독립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독립은 자신만의 철학이 있을 때 가능하다. 최 교수는 "철학을 해야 자기 생존을 하고, 그 생존을 통해 사회에 공헌해 국가이익으로 돌아간다"면서 "철학은 삶의 이익과 밀접하고 국가의 이익과 관련 있다"고 역설했다.

광주시민들의 공부모임 '참배움터'는 최진석 교수를 초청, 6회의 '빛고을 철학 강의' 자리를 마련했다. 조선대 서석홀에서 열린 이날 강의는 두번째 자리로 '독립'을 주제로 펼쳐졌다. 유료로 진행된 강의였지만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 교수는 자신이 능동적 삶을 살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철학적 내용으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은 질문으로 청중의 반응을 확인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 두 번째로 잘한 일 "박사과정 자퇴"

지금은 동양철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최 교수는 원래 전공은 서양철학이었다. 어느 순간 서양철학에 한계가 느껴졌다. 의미 없이 방에 누워서 지내던 어느 날, 장자가 찾아왔다. 한쪽 구석에 '장자'라는 책이 꽂혀 있는 걸 보고 단숨에 읽어냈다.

이를 계기로 최 교수는 서양철학에서 동양철학으로 학문 궤적을 바꾸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장자가 '재밌었기 때문'. 최 교수는 박사과정도 한 학기를 남기고 중도에 포기했다. 자퇴를 결정한 것. 주변에서 모두가 반대했다. 아내만 그의 결정에 동의했다.

"살면서 두번째로 잘한 일이 박사과정 자퇴한 것이다. 어찌보면 상식에 반하는 선택이었다."

박사과정 자퇴 후 그는 중국 흑룡강대학으로 넘어가 공부를 시작한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최 교수는 "어찌보면 적대적 선택이다. 어느정도의 기본적 지식, 성숙한 지식이 갖춰질 때 하는 적대적 선택이라야 독립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감성적 선택으로 인간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식이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고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탈레스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란 생각이 인간 독립 첫걸음


최진석 교수는 철학이 시작된 배경을 설명했다. 고대에는 만물의 근원은 신이라는 게 구조화된 제도적 믿음이었다. 이때 인간은 역사 안에서 책임자가 아니라 그림자였다. 역사를 책임지는 건 신이었다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는 "이 상식을 벗어나 해석한 게 탈레스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다. 탈레스부터 인간은 처음으로 생각하게 된 거다. 탈레스의 보편적 기준을 벗어난 생각으로 믿음의 시대에서 생각의 시대로 훌쩍 건너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르네상스 이후 인간은 신의 치마폭으로부터 발가락, 발목, 허벅지, 몸을 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신으로부터 인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문명의 방향이 진행됐다"면서 "신에 대한 용맹스러움만 강조되는 시대가 지나고 대화가 중요해졌다. 세계의 진실을 교류하고 말 잘하는 사람이 점점 힘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 속에서 발달한 게 대화. 발달한 대화로 지식을 축적하고 전략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긴 과정을 거친 인간 문명은 칸트와 헤겔, 포에르바하를 지나며 현대로 접어든다. 현대 인간은 과거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기술을 다루며 신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꿈꾸고 있다.

최 교수는 "독립적이라는 것은 내가 나로 존재하면서 자발성으로 연합될 때 훨씬 강하다"면서 "자발성을 제거하고 만들어진 우리는 경직성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두 시간의 강연 동안 지친 참석자를 볼 수 없었다.<사진=강교민 수습 기자>두 시간의 강연 동안 지친 참석자를 볼 수 없었다.<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 "인간을 이해할 때 인간은 변할 수 있어"

최진석 교수는 '철학은 버릇없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럼 버릇은 무엇일까. 최 교수는 그 시대 사람들이 살기 매끄럽게 만들어 놓은 규제가 버릇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들은 예전 사람들이 버릇을 만들 때 참여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보니 이미 버릇이 존재했다"면서 "시대에 따라 생각이 달라져서 새로운 사람들이 기존의 규제(버릇)를 불편해 하고 몸에 맞지 않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기성세대가 볼 때 애들이 버릇없어 보이는 건 어느 시대나 있었다"고 말했다.

한 가정에 다른 인종이 살고 있다는 걸 PC와 스마트폰을 비유해 설명했다.

"2차 대전 당시 거대 컴퓨터가 만들어졌는데, 6~7명이 달라붙어 작업해야 했다. 그러다 혁명이 일어나 거대한 기계가 PC로 진화했다. 그 PC는 다시 무릎 위에 올려놓는 노트북으로 발전했고, 지금은 손 안에 세상이 펼쳐지는 스마트폰으로 변했다."

최 교수는 "이 현상은 세계와 관계하는 개인의 능력이 전혀 달라진 것이다. 인간은 과학기술 문명을 만들고 영향을 받으면서 전혀 다른 인간으로 바뀌었다"면서 "스마트폰만 잘 사용해도 전체 세계와 대항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PC와 스마트폰 세대가 다른 인종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소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사람은 모두 죽는다. 이 짧은 순간에서 어떻게 영원을 확보할지 생각하고, 무거운 숙명이지만 그 무게를 갖는다는 건 얼마나 축복인지 알아야 한다."

최 교수는 "소명이 없으면 인생은 한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 세상에 있는 기능만을 행사하느라 온갖 번잡스러운 번뇌에 갇히지 말자"면서 "세계는 변하고 그에 따라 인간도 변하니, 변화에 맥을 잡고 거기서 내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판단해 자기 소명으로 잡아야 한다"고 소명을 찾는 방법을 소개했다.

뜨거운 열기 속에 강연이 끝나고 질문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가 최 교수에게 "올바른 생각을 하려면 나만의 이념과 신념에 갇히지 않아야 하는데 교수님은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그러자 최 교수는 "일단 지식이 많아야 한다. 세계사를 이해해야 하며, 인간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식이 넓지 않으면 심리적 판단을 통해 내가 아는 게 전체 세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자기가 가진 이념의 덩어리가 전체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아는 능력이 있다면 객관적, 과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의 소감을 들어 봤다. 자녀와 함께 온 참석자는 "소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고, 어떻게 살것인가 고민하게 됐다"며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어 같이 왔다"고 소회를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삶에 있어서 한 단계 나아가려면 계기가 있었는데 그 계기를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을 주었다"며 "다른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만 보지만, 최진석 교수는 전체의 시선으로 바라봐서 좋았다"는 평을 남겼다.
 
한편 빛고을 철학강의는 16일, 30일, 내달 7일과 21일 진행된다. 참가비는 일반인 회당 1만 원, 청소년과 대학생은 5000원이다. 사전 접수와 문의는 전화(010-9601-8188)로 가능하다.

소리 배일동, 기획 김병묵, 글 최진석 등이 참여한 퍼포먼스 영상<사진=최진석 교수 페이스북> 소리 배일동, 기획 김병묵, 글 최진석 등이 참여한 퍼포먼스 영상<사진=최진석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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