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월에 임기종료 7곳, 기존 미선임 3곳, 임기종료 과기기관 5곳 등
총 15곳, 정부-출연연 새 운영체계 수립 시점에 공백 가능성
만성적인 지각 선임, 총선 시계와 맞물려 최대 10개월 리더십 공백 우려
"내부 인사, 내년도 예산수립, 출연연 새 체계마련 등 할일 태산인데···"

2024년 과학기술계 기관장 임기가 종료되는 기관들. 국가과학기술연구소 소관 출연연은 4월까지 7개 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되지만 아직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자료= 대덕넷]
2024년 과학기술계 기관장 임기가 종료되는 기관들. 국가과학기술연구소 소관 출연연은 4월까지 7개 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되지만 아직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자료= 대덕넷]

4월까지 7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하지만 지금 쯤 착수 됐어야 할 후임 원장 선임 작업은 시작될 기미조차 없다.

여기에다 이미 임기가 종료된 기관들의 원장 선임도 길게는 7개월 가량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총선과 맞물려 후임 선임 절차는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와 한동안 많은 출연연의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연구현장에서는 지난달 31일 공공기관 운영법 해제 이후 과기 출연연의 총괄 체계가 기존의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넘어와 출연연과 과기정통부 사이에 새로운 운영체계  논의가 이뤄질 텐데, 대규모 리더십이 공백인 상황에서 원활한 협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욱 대통령실과학기술수석은 최근 대덕넷 기자와 만나 "새로운 과기 출연연 운영체계가 상반기까지 마련되도록 서두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기관장들은 내부 인력확보와 인사, 대폭 삭감된 예산 복구,  내년 예산안 수립 등 중요 사안들을 상반기에 챙겨야 한다. 

5일 출연연에 따르면  3월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의 임기가 끝난다. 4월에는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원장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대덕넷 취재 결과 이들 기관의 원장 선임 절차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 초빙 공고도 나오지 않아 임명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관장 선임은 기존 원장 임기종료 2~3개월 전 공고가  나면서 진행된다. 6배수, 3배수 압축 및 최종 후보자 인사검증과 임명까지 절차를 진행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4월 총선(22대 국회의원 선거)을 앞두고 있어 일정이 더 미뤄지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더욱이 5월 우주항공청 출범을 앞두고 소속이 바뀌는 항우연과 천문연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기관장 임기가 종료됐는데 선임 작업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재료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지난해 7월과 11월 이미 임기가 종료됐다. KIST와 재료연은 원장 선임 절차가 한차례 진행됐다. KIST는 3배수 중 재적이사 과반수의 득표기준을 충족한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재료연은 재선임 요건인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초 재공모에 들어가 2개월 만인 지난 1일 KIST 원장 후보 3배수만 발표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1일 서울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관 내 연구회 회의실에서 KIST 원장후보자심사위원회를 열고 박종구 책임연구원, 오상록 책임연구원, 최원국 책임연구원을 이사회에 추천했다. 연구회에 의하면 원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재료연과 핵융합연은 원장후보 6배수까지 나온 상태다. 3배수 확정을 위한 원장후보심사위원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관장 선임 절차가 늦어지면서 관련 기관에서는 내부 업무 확정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은 관련 부처와 논의해 진행할 수 있지만 내부 인사, 조직개편 등 내부적 논의와 결정이 필요한 부분은 그냥 손 놓고 있다. 올해 예산이 30%정도 삭감됐는데 내년 예산 계획을 3, 4월 내에 수립해야 한다. 삭감 부분을 회복하려면 내부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하는데 그냥 기다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과학기술계 관련 기관의 경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의 임기가 지난 1월 종료된 상태이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의 임기도 2월 중순에 종료된다. STEPI는 원장 공석으로 부원장 체제로 운영 중이다. 현재 IITP 원장 선임 공고만 나왔다. 이들 기관 역시 원장 선임까지 길게는 5개월, 짧게는 3개월간 원장 공석이 예상된다.

연구회 관계자는 "KIST 원장 3배수에 대한 인사 검증이 한달 동안 이뤄질 것이다. 이후 원장 선임 이사회가 열릴 텐데 2월은 설날 등 휴일이 많아 일정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빨라야 3월초께 이사회가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관장이 선임되기까지 길게는 10개월, 짧아도 5개월 이상 기관의 공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 현장에서는 "올해 운영계획은 지난해 수립했기 때문에 기관 운영은 진행되겠지만 인사 등 조직개편은 새 원장 선임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출연연들이 지난달 31일 공공기관에서 해제돼 새로운 운영체제 마련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마당에 이처럼 많은 출연연들의 리더십이 공백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출연연 일부에서는 장기적 안목의 기관 운영과 성과에 대한 독려 차원에서 권장되는 기관장 연임 제도도 무색해졌다고 불만이다. 연임 요건인 우수는 물론 최우수를 받아도 연임되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연임 기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최우수를 받은 KIST, 이미 우수를 받았던 표준연, ETRI 등 재선임이 이미 불발됐기 때문이다. 재선임에 성공한 사례는 2021년 연임 제도가 도입된 이후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한명 뿐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기관장 후임 인선이 총선 시계와 맞물려 더 늦어질 것이란 얘기들이 많은데  이는  총선 논공행상이 기관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부정적인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며 "점차 만성화 돼가고 있는 출연연 기관장 늑장 인선 관행이 하루 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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