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항원에 대한 해석, 신장 및 간 이식 후 거부반응  등 한 사람의 면역 정보를 미리 파악해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려 합니다."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IBS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신의철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면역 연구센터장이 "한 사람의 면역기억을 모두 파악하는 '면역기억 백과사전'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같은 '면역 기억 백과사전(human TCRome project) 프로젝트'다. 

의사출신인 신 센터장은 T세포(면역세포) 면역학자다.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 연구와 과잉 염증반응 발생 원인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개인이 가진 면역계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A형 간염은 성인에게 치명적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반응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같은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도 경증, 중증 등 증상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의 면역반응을 제대로 알 수 있으면 치료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는 게 2년 전부터 면역기억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신 센터장의 판단이다. T세포 시퀀싱(정보해독)을 통해 개인의 바이러스 감염 내역과 백신 접종내역 등을 분석하는 방식인데 현재 남녀 각 1명을 대상으로 11% T세포 해석을 마쳤다.

T세포 해석은 혈액을 채취해 T세포를 분리 후 시퀀싱하거나, 면역계에서 중요역할을 하는 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분석 방법을 사용한다. 여기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세포들의 활성화와 분화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지도화하면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세포반응에 따라)암환자의 경우 항원 검사에 대한 해석, 신장과 간을 이식한 환자의 거부반응 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으며, 데이터가 다양하게 확보되면 진단 뿐 아니라 맞춤형 치료에 활용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의 제안은 '게놈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유전자와 달리 면역은 태어난 후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게놈프로젝트가 커버하지 못한 부분을 상호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기억 백과사전 구축을 위해 1000명의 분석 자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1명의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5억 원이다. 그는 "전 세계인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시퀀싱 비용이 낮아지고 있으나 개인이 연구비를 수주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큰 규모의 컨소시엄으로 연구가 돼야한다"며 "기업과 다양한 연구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