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줄리어스, 아뎀 파타푸티언 공동수상
'인간의 감각 지평' 넓혀 후속 응용 연구에 기여
韓 의과학자 한목소리 "기초연구 활용은 무한대"

왼쪽부터 데이비드 줄리어스(David Julius, 65)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Ardem Patapoutian, 54)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박사. [사진=노벨위원회 제공]
왼쪽부터 데이비드 줄리어스(David Julius, 65)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Ardem Patapoutian, 54)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박사. [사진=노벨위원회 제공]
'외부 온도와 압력이 어떻게 신경 자극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과학적 발견으로 해답을 내놓은 미국 의과학자 2인에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돌아갔다. 이들은 분자 수준에서 우리 몸이 촉각과 통각을 인식하는 수용체(receptor)를 발견해 각종 응용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여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4일(현지시각)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줄리어스(David Julius, 65)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생리학과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Ardem Patapoutian, 54)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박사를 선정했다. 매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던 노벨상 시상식은 올해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노벨위원회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 열, 추위, 촉각을 감지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라면서 "이러한 감각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어떻게 신경 자극이 돼서 온도와 압력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과학적 발견으로 푼 이들에게 상을 수여한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줄리어스 교수는 199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캡사이신 수용체(Capsicin Receptor) 발견 관련 논문을 발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캡사이신을 활용해 자극에 대한 정보를 중추신경계에 전달하는 감각 뉴런을 선택적으로 활성화시켜 타는 듯한 통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온 채널 단백질(TRPV1)을 발견했다. 그는 캡사이신 수용체를 발견하며 후속 연구들이 이어지도록 발판을 만들었다.

파타푸티언 박사는 2000년대 초중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촉각 수용체 발견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는 압력에 민감한 세포를 활용해 피부와 내부 장기의 기계적 자극에 반응하는 새로운 종류의 센서를 발견했다. 이 획기적 발견들은 우리의 신경계가 열, 추위, 기계적 자극을 어떻게 감지하는지 이해를 증가시켰다.

◆"기초연구 활용은 무한대"

한희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캡사이신을 먹으면 어떤 기전이 생기는지에 대한 연구는 과학적 호기심 때문"이라면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연구에서 볼 수 있듯 '기초연구가 어디에 활용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무한대라고 답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캡사이신 수용체가 발견되고 후속 연구들이 이어졌고 통증 억제 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면서 "기초연구는 호기심에 기반하고, 그 위에 후속 연구를 통해 성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응수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아주 기초적인 연구에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면서 "순수한 학문적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성과가 나올때까지 장기적으로 지켜봐주는 측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연구개발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고, 다른 측면에서 초중고등학교 교육 개편도 필요하다"면서 "대학에서도 의사과학자들이 장기 연구할 수 있도록 정말 큰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직 연세대 의대 교수는 "기초과학은 국력"이라면서 "과학 투자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기초연구는 많이 기다려줘야 한다"면서 "학문적 호깃미을 해결하고 찾아가는 인재들을 키우면 우리나라도 노벨상을 받을 인재들이 커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노벨상은 전년 9월부터 후보자 추천을 받아 코로나19 백신 기술인 mRNA(메신저 리보핵산) 연구자는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노벨과학상은 통상 오랜 기간 검증을 거쳐 시상한다. 

노벨재단은 이날 생리의학상 발표를 시작으로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각각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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