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 대덕연구단지 난개발 반대 목소리 결집
캠페인과 서명운동으로 직접 실천에 나선 사례
자연생태계와 과학계의 미래 위해 움직여야 할때

매봉공원은 과학계가 직접 나서서 반대하며 지켜낸 첫 사례로 기억된다. 대덕연구단지는 23년 50주년을 맞는다. 글로벌 이슈들로 과학기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구성원 한명한명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매봉공원과 대덕과학문화센터 난개발을 막기위한 과학계의 활동들.[사진= 대덕넷 DB]
매봉공원은 과학계가 직접 나서서 반대하며 지켜낸 첫 사례로 기억된다. 대덕연구단지는 23년 50주년을 맞는다. 글로벌 이슈들로 과학기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구성원 한명한명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매봉공원과 대덕과학문화센터 난개발을 막기위한 과학계의 활동들.[사진= 대덕넷 DB]
매봉공원 보전이 결정됐다. 2023년 출범 50주년을 맞는 대덕연구단지 허파로서 미래를 같이 할 수 있게 됐다. 

과학계는 매봉공원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처음부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연구자들이 시간을 내 주말마다 매봉공원에 오르며, 보존 캠페인을 펼쳤다. 2017년 초 초봄의 쌀쌀한 날씨에도 기꺼이 나섰다. 정부출연연구기관마다 아파트 건립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과학계 커뮤니티에서는 매봉공원 1평사기 운동이 일기도 했다. 

매봉공원 문제는 1973년 대덕연구단지 출범 이후 과학계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고 실행에 나선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30년, 50년, 100년 후 미래세대들이 머무를 공간으로 대덕연구단지 모습을 그려본다면 반대해야 할 명분이 분명했다는게 당시 과학계의 의견이었다. 후손에게 빌려쓰는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의 결집이기도 했다. 대전시는 공원 난개발을 막기위해 올해 2월 460억원을 투입해 매봉공원 부지를 매입했다. 대법원은 1, 2심을 뒤업고 자연녹지로 보존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인정했다.

대덕연구단지 공공부지에 아파트 건립이 추진된건 매봉공원이 처음은 아니다. 과학계 인재유치를 위해 대덕연구단지와 출발을 같이했던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도 아파트 건립이 추진된 적이 있다. 커뮤니티 공간이었던 대덕과학문화센터는 고층의 오피스텔 건설이 진행되기도 했다.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7개 출연연이 지분권을 갖고 있다. 아파트 노후화로 퇴거가 결정되며 당시 각 출연연은 부지 매각으로 의견을 모았다. 인근 아파트까지 연계해 고층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도 추진되며 대덕과학문화센터에는 25층이 넘는 오피스텔을 짓기로 건설사가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대덕과학문화센터 취지에 공감하며 부지를 내줬던 여흥 민씨 문중, 몇몇 과학자, 일부 언론이 목소리를 냈지만 대전시와 유성구는 서로 공을 던지는 모양새였다(지자체를 질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대덕연구단지 관문에 위치한 금싸라기 부지들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였다. 누구도 공동관리아파트, 대덕과학문화센터의 역사성, 상징성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덕연구단지 난개발, 누더기 개발이 추진되는 상황이었다. 간절함이 통했는지 우여곡절 끝에 결정이 번복되며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불상사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지금도 아찔하다.

◆ 대덕연구단지 설립 취지

몇해전 방문한 미국의 IBM 본사. 복잡한 뉴욕 맨해튼 그랜드센트럴역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한시간 정도 가고 나서도 자동차로 20분을 더 가야만 만날 수 있다. 기차역은 타고 내리는 사람이 한, 두명 정도로 작은 규모다. 자동차로 IBM까지 가는 숲길은 그야말로 나무들이 울창했다. 바람, 공기부터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IBM 본사는 천혜의 자연녹지에 위치해 있다. 탁트인 자연환경은 IBM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이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1층에 마련된 카페테리아는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 연구자 간, 연구자와 외부인이 교류를 나누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는게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이다. IBM이 위치한 지역은 미국에서도 학부모들이 이사오고 싶은 동네로 손꼽힌다. 교육시설, 환경이 잘 갖춰지고 정주 여건도 훌륭해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관심이 높단다.

물론 국토 면적자체에서 한국과 미국은 큰 차이가 있겠다. 그러나 창의적인 연구환경 요소로 자연 생태계를 중요시 한 부분은 대덕연구단지 설립 배경과 다르지 않다. 민간이나 국가연구기관이나 창의적인 연구환경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덕연구단지는 국내 최대 국가연구개발 집적지다. 연구기관이 밀집된 곳이면서 일터, 삶터, 놀터(좀더 필요)의 요소를 갖춘 곳이다.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천혜의 연구환경을 갖췄다. 이 같은 환경이 마련된 데는 1970년대 설립 당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했던 리더들(박정희 대통령, 오원철 수석, 최형섭 장관)의 혜안이 있었다.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며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연구자들 역시 소명의식으로 열정을 불태웠다. 덕분에 한국은 가장 짧은 시간에 어느나라도 할 수 없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48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대덕연구단지 출범 취지도 옅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출범 당시에 비해 과학계의 위상이 많이 달라진점도 있다. 출연연 연구자들에게도 무한한 사명감을 요구하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수십년의 성과들이 축적되고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몰리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연구기관, KAIST 등 대학, 각종 인프라와 인재들이 집적된 곳으로 대한민국의 또 다른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부지를 수익성 중심, 여타의 부동산으로 여기고 난개발을 추진해서는 안되는 분명한 이유라 볼 수 있겠다.

◆ 과학계 직접 나서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압축성장 요소로 과학기술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 그중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성과들이 큰 기여를 했다. 과거의 성과에 언제까지 연연하려는가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 감염병 확산, 기후변화 등 예상치 못한 사태들이 이어지며 인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열강들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패권구도를 다시 짜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국의 대응, 과학계의 움직임은 소극적으로 보이는게 사실이다. 정부, 정치권 어디에서도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차기 대선 후보자들 역시 연구현장을 방문하지만 구체적인 과학기술 공약,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과학기술은 과학계의 영역으로 한정돼 온 환경탓도 있겠다.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외부에서 기대하는 기준도 높다. 더 이상 원조를 줘야 하는 나라로 한국을 인식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밖으로는 선진국으로서 역할, 활동을 해야하는 시점이다. 안으로는 선진국민으로서 자질도 요구된다. 과학기술분야는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혁신연구를 요구받는다. 과학계 구성원 한명한명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작지만 매봉공원 사례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구성원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무수히 많이 겪었다. 매봉공원 보전 결과는 과학계의 목소리를 결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00년, 200년의 긴 안목으로 한걸음씩 실행에 옮기며 후손들을 위한 생태계, 과학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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